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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호 행장 1등 은행 전략 ‘판 흔들기’

신윤철 기자

raindream@

기사입력 : 2017-06-05 01:11

리브랜딩으로 기본부터 재정비 추진
조용병 회장과 업무 분담 KB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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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호 행장 1등 은행 전략 ‘판 흔들기’
[한국금융신문 신윤철 기자] 위성호닫기위성호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사진)이 치열한 은행권 경쟁에서 우위를 거두기 위해 판 흔들기에 나섰다.

위 행장은 신한카드 사장 시절 업계 최초로 모바일 플랫폼 ‘판(FAN)’을 출시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을 선점했다. 이후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핀테크 부문 확대에 주력해 카드사 업계 1위를 공고히 했다. 새로운 판으로 업계를 흔들어 평정한 것이다. 위 행장은 리딩뱅크 수성을 위해 다시금 판을 흔들고자 한다. 위 행장은 취임 이후 전통적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업(業)을 새롭게 정의하는 ‘리디파인 신한’(Redefine Shinhan)을 강조하면서 그룹별로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을 주문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이를 구체화해 이미지를 기본부터 재정비하는 리브랜딩에 나섰다.

◇ 카드사에서 성공한 전략 은행 도입

신한은행 리브랜딩(rebranding) TF(태스크포스)가 지난 5월 출범했다. TF팀은 디지털과 브랜드 분야에 역량이 있는 직원들을 디지털 전략부·써니뱅크 기획부·개인금융부·신탁사업부·디지털 운용부·브랜드 전략부에서 차출해 구성했다. ‘리브랜딩’이란 기업이 기존 정체성을 발전시켜 고객과 투자자·경쟁자 등을 겨냥해 새롭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마케팅 전략을 가리킨다. 신한은행 TF팀은 1차보고를 8월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보고에서 중점을 두는 사안은 전체 상품의 방향성을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일관된 이미지로 재정립하는 것이다. 위 행장은 영업채널부터 상품, 서비스, 시스템 및 프로세스 심지어 일하는 방식까지 전통적인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자고자 한다.

위 행장은 “앞으로 은행업의 경쟁자는 카카오, 비트코인과 같은 ICT기업이 될 것”이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살펴보고 최신 ICT기술, 다양한 기기 등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위 행장이 카드사 시절부터 추구해온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위 행장의 카드사 시절 성공 바탕에는 디지털 영역을 강화한 리브랜딩에 있다. 당시 신한카드는 LG카드 인수를 통해 규모는 가장 컸지만 업계를 선도하는 이미지는 갖지 못했다. 위 행장은 사장으로 취임하며 전체 카드 상품 3분의 1을 없앴다.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대신 젊은 세대를 노린 ‘코드나인(code 9)’, 멤버십 서비스 ‘신한 판(FAN)’을 출시해 젊은 신한카드 이미지를 정립했다. 여기에 빅데이터 경영을 도입해 업계를 선도했다. 이미지 정립과 빅 데이터 접목이 전략의 두 축인데 신한은행 리브랜딩도 이를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브랜드 전략부 관계자는 “6월 달 이내로 비주얼 아이덴티티(VI)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에는 1년에 한 번씩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 인지도, 충성도 조사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세분화 된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빅 데이터 접목은 이미 가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 5월 빅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시각화 분석 시스템(VA, Visual Analytics System)’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은행 내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영업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위 행장은 센터를 이끌 적임자로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낙점했다. 김 교수를 빅 데이터 센터 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김 교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뒤 한국 금융연수원 교수로 재직했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 통계분석, 알고리즘 개발 전문가다. 보수적인 은행 문화에서 본부장급을 외부에서 수혈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나 여타 계열사에서는 본부장급 외부 인사 영입이 더러 있었고, 은행에서도 부서장은 외부에서 영입하기도 하지만 본부장급 외부 인사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위 행장의 리브랜딩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다가오는 2등 위기감

위성호 행장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9년 간 지켜온 리딩뱅크 아성이 본인 취임 첫 해에 무너질 수 있다. KB금융의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장 눈에 닥친 위협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을 포함한 신한금융지주는 KB금융의 추격을 떨치기 위해 전사적으로 고민하는 중이다.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5대 자회사를 포함해 제주은행·신한캐피탈 등 총 12개 국내 자회사 대표 등에게 지속적으로 ‘차세대 1등 전략’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KB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 KB와는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취임사 때 밝힌 적이 있는데 경쟁을 의식한 발언이라 분석된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의 올 2분기 실적 분석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익 격차는 250억원대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올해 1분기 신한금융은 9971억원, KB금융은 8701억원의 순익을 내며 1270억원 가량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해 큰 변화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경우엔 KB금융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자회사를 추진하면서 거둔 염가매수차익을 반영할 경우 KB금융이 신한금융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 순익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성과가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위 행장의 취임 초기 행보가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당장 1분기 실적에서 신한은행은 3위로 밀렸다.

KB국민은행이 6635억원의 순이익으로 1위, 2위는 우리은행으로 6375억원이었다. 신한은행은 5346억원으로 3위다. 위 행장 취임 전부터 쌓아올린 실적이라 큰 연관성은 없지만 이런 기조가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 수익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도 국민은행이 1.66% 신한은행이1.53%다.

조용병 회장이 행장 시절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면 위성호 행장은 외형 다듬기에 힘써야 하는데 시장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한동우 회장 시절부터 인수합병을 위한 내부 보유금을 마련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고 지주사 재전환을 노리며 매물을 찾는 우리은행과의 경쟁도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부담 요소가 많다.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9년을 절치부심한 것처럼 1위 자리는 한 번 잃어버리면 되찾아 오기 어렵다. 위 행장 입장에서는 임기 초 1등을 빼앗긴다면 행장 시절 내내 2등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 조 회장과 시너지로 KB와 차별화

위성호 행장의 리브랜딩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위로는 조용병 지주 회장과 아래로는 행원들과 협업이 중요하다. 위 행장은 이를 소통으로 타개하고자 한다. 조 회장과의 소통이 중요한 것은 한동우 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행원 출신 ‘최강 듀오’가 신한과 KB를 차별화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윤종규 회장이 모든 업무를 맡고 있는 KB금융과의 경쟁에서 위 행장과 조 회장이 서로 보완하며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리딩뱅크 10년 유지도 가능하다. 위 행장은 이를 위해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4월 호남지역 방문을 마지막으로 상반기 현장경영 일정을 마무리하며 간담회와 뒤풀이 자리를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를 한 점과 본점 1층 로비를 직원들 간 생각을 공유하는 ‘두드림 라운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두드림 라운지는 총 8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는데 △본인의 행복한 디지털 일상 사진을 개최한 ‘신한 DT Life’ △업무현장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재정의를 소개하는 영상을 담은 ‘나만의 Redefine’, △행사를 주관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행내 전용 SNS 대화창을 실시간 중계하는 ‘두드림 마리텔’ 등이 있다.

간담회 인터넷 생중계와 두드림 라운지 모두 디지털 방식의 접근방식이 두드러지는데 이런 사례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위 행장이 현장에 나가있는 직원들보다 최신 변화에 민감하다”며 위 행장의 행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회장과의 협업은 해외 시장에 대한 전략 계승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조 회장은 글로벌 부문을 강화해 신한금융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시켜 KB금융과의 경쟁을 준비하고자 한다. 위 행장도 올 초 취임 직후 해외 시장을 신한은행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해 위 행장은 4일 직접 해외 시장 점검에 나섰다. 약 1주일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3~4개국의 현지법인을 둘러보고 오는 것이다. 위 행장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가운데 12%를 해외 시장에서 기록했지만 KB국민은행 해외 순이익 비중은 2%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에 비교우위를 갖는 분야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20개국에 151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KB국민은행은 11개국 17개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해외 진출의 모범 사례로 불리는데 조용병 행장 시절부터 매년 수백억씩 수익을 거뒀다. 위 행장의 해외 순방은 전임자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키워갈 것이란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위 행장은 아시아 유망 시장 내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현재 전체의 12% 정도인 해외 수익 비중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인수합병을 실행했는데 지난 4월 신한베트남은행은 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신한베트남은행은 외국계 1위 은행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한국계 금융기관 최초로 현지 수탁업무 라이선스 인가를 획득했다. 현지 인수합병은 조 회장이 행장 시절에도 이뤄졌었는데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신한인도네시아은행(BSI)과 센터라타마내셔널은행(CNB)에 대한 법적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 은행을 출범시킨 바 있다.

위 행장은 과거 조 회장의 경쟁상대로 지속적으로 언급이 되었지만 행장 취임 이후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움직임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둘의 경영 스타일이 달라 앞으로 불협화음에 대한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위 행장은 “업계에 하는 염려가 없게 할 자신이 있다. 염려스러운 부문이 나온다면 전적으로 내가 잘못한 것이다. 조용병 회장과는 언제든지 서로 대화를 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변화에 대해 “현재 신한은행 이미지는 2011년 때 한 번 정립한 이후 계속 쓰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현 시점과 맞지 않는 점들이 있다. 따뜻한 금융 등 신한은행만의 정체성은 지켜가는 가운데 이를 디지털·글로벌이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첨가해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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