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 출범으로 인한 금융권 대응 / 자료= 금융위원회(2017.04.27)
시중은행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연 2%대의 특판 예·적금 상품이 나왔다. 농협은행은 '직장인 월복리적금'으로 최대 연 2.24%를, 우리은행의 '슈퍼패키지 2적금'은 최대 연 2.2%를 제공하고 나섰다.
'제로금리' 대출도 등장했다. KEB하나은행은 신용대출 한도의 10%(최대 200만 원)까지 대출 이자율 0%인 마이너스 통장을 선보였다.
모바일로 가능한 전월세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서비스도 앞다퉈 출시됐다. 케이뱅크가 올해 하반기 이같은 여신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던 만큼 선점 경쟁에 나선 셈이다.
대출 부문 타깃이 겹치는 저축은행권은 기존 중금리 대출 보다 최저금리를 1%포인트 낮춰 연 5.9% 중금리대출이 출시됐고, 증권사도 비대면 거래에 수수료 면제를 제공키로 했다.
지난 한 달간 금융권의 기민한 대응은 케이뱅크가 기대 이상의 '메기 돌풍'을 일으킨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출범 24일만인 지난달 27일 현재 총 24만명의 고객을 끌어 모았다. 출범 8일 만에 은행권이 지난 1년간 모은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15만5000건)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수신 부문에선 예·적금으로 2848억원이 들어왔다. 연 2%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인 '코드K'와 요구불예금 '듀얼K' 등이 고객을 끌어들였다.
여신 부문에서 대출은 총 1865억원 나갔다. 직장인 신용대출이 전체의 72% 가량을 차지했다. 대출자의 평균 신용등급은 4.4등급, 평균 대출금리는 연 7.0%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향후 방카슈랑스, 직불 간편결제, 신용카드, 해외송금 등으로 업무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보험·여전사 등 까지 경쟁 압력이 확산될 것"이라고 봤다.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르면 오는 상반기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시중은행의 10% 수준 외환송금 수수료를 선언한 바 있다.
다만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액대출 고금리 시장에서 대출금리를 경쟁 수단으로 삼을 경우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만 반응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정보가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 고객을 주거래 고객으로 끌어들여 안정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초기 돌풍은 2금융권의 고금리와 시중은행 사이 존재하는 '금리절벽' 고객 수요"라고 분석키도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3건이 국회에 계류된 것도 진행형 과제다.
현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는 10%(의결권 기준 4%)로 제한된다. K뱅크는 통신기업인 KT가 설립을 주도했지만 현재 지분율을 보면 KT 8%, 우리은행 10%, NH투자증권 10%, 한화생명 10%, GS리테일 10% 등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제한된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재벌 사금고화 우려"라는 반대측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현행법으로는 앞으로 추가 대출 실행 등을 위해 증자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내 관련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제도적 정비가 완료되면 시장상황을 봐가며 인터넷전문은행 2단계 추가 인가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