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롯데월드. 한국금융신문 DB

롯데는 신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경영공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신 회장이 구속 기소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와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이 해임될 시, 일본 롯데홀딩스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단독대표 체제로 접어드는 등 실질적 경영권은 일본인이 갖게 된다.
한 ·일 롯데를 아우르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과반주주로 있는 광윤사가 28.1%, 종업원지주회가 27.8%, 그린서비스·미도리상사 등 관계사 20.1%, 임원 지주회가 6% ,투자회사 LSI가 10.7%을 보유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을 포함한 롯데 총수 일가의 지분은 약 10% 안팎으로 구성 돼 있다.
한·일 롯데 계열사 모두 일본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 우려되는 데는 호텔롯데의 지배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 사실상 한국 롯데의 지주사로 여겨지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일본 롯데홀딩스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진행된 검찰의 전방위적인 롯데 수사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을 무산시켰다.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여파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의 미국 액시올사 인수 합병건도 검찰 수사로 인해 무산됐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둔 롯데월트다워의 개장 역시 빨간불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부활도 검찰 수사가 변수가 돼 먹구름이 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신 회장이 구속될 시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2013년 총수가 구속됐던 CJ 그룹의 경우, 이재현닫기

당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손경식닫기

그러나 롯데는 총수의 부재를 메울 인사가 사실상 전무하다. 신 회장이 사법 처리 되더라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총수의 자리를 이어받기는 무리이다. 신 전 부회장 또한 횡령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에 올랐으며, 지난 2015년 1월에는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을 통해 이사직에서 해임된 전적이 있다.
롯데가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에 연루돼 구속된 상황이다. 고령의 신격호닫기

그룹의 2인자 이인원 부회장은 최근 목숨을 끊었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또한 롯데의 경영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룹 내부에서 막대한 신임을 얻고 있는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역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구속,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상태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시 한국 롯데는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을 필두로 한 정책본부를 중심으로 운영되겠으나, 일본 롯데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롯데는 신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롯데는 이날 신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롯데의 명운을 좌우할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8일 진행된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