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기존 모바일 뱅크가 조회·이체 또는 단순 상품가입 등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 머물러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모바일 뱅크 2.0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급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상징적으로 은행들은 자사 계좌 없이도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고객 외연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은행이 말하는 모바일 플랫폼
지난 8일 NH농협의 ‘올원뱅크’가 출시되면서 시중 대형 은행 대부분이 모바일 뱅크 2.0 플랫폼에 진입했다. 현재까지 플랫폼 개념을 내세운 은행들은 우리은행 ‘위비뱅크’ 신한은행 ‘써니뱅크’ KEB하나은행 ‘원큐뱅크’ IBK기업은행 ‘아이원뱅크’ KB국민은행 ‘리브뱅크’ 등이 있다.
모바일 뱅크 2.0인 플랫폼의 개념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노리는 바는 기존 은행 업무에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가해 생활 전반에 걸쳐 모바일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모바일 뱅크 1.0이 기존 은행 업무를 온라인 지원하는 것에 그쳤다면 모바일 뱅크 2.0 플랫폼은 예전 같으면 은행 업무가 아닌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 플랫폼 사업부 고정현 본부장은 “실질적으로 고객이 와야 비즈니스가 성립되는데 이제 사람들이 은행에 오지 않는다. 고객의 접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것인데 온라인에서 고객이 머물고 정착을 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위비뱅크를 선보이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예전 은행 영역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일단 많이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고객이 필요에 의해 시공간 제약 없이 머물게 하는 공간을 모바일에서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은행은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개념이다”라고 플랫폼을 정의했다.
◇ 6인 6색, 메신저부터 생활금융 허브까지
은행들은 기존 강점에 플랫폼을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저마다 개성을 추구하고 있다. 가장 앞서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인 은행은 지난 5월에 ‘위비뱅크’ 출시한 우리은행이다. 6월 말 기준으로 위비뱅크 가입자는 70만명을 넘어섰고, 은행권 최초로 메신저 서비스를 내세운 위비톡 가입자는 120만명을 수준이다. 이 외에도 멤버십 프로그램인 위비멤버스, 쇼핑 특화인 위비마켓을 출시해 가장 큰 변화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당장의 수익을 떠나 기반 다지기에 한창이다. 카카오톡이 메신저 서비스를 바탕으로 수익사업을 전개하듯 금융 소비자들이 위비뱅크를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를 만들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플랫폼 1위 은행’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위비 플랫폼을 전파하고 새로운 수익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써니뱅크’ 플랫폼을 통한 수익 증대 측면에서 발군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중금리 대출과 자동차 대출 등 모바일 특화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하게 키웠으며 우대 수수료를 제공한 환전 서비스를 선보였다. 외환전문은행으로 알려진 써니뱅크는 ‘Sunny 스피드업 누구나환전’을 통해 지난 7월 기준으로 환전건수가 70만 건 이상이고 환전금액도 4200억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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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3000만명에 달하는 개인고객을 위해 지난 6월 ‘리브(Liiv)뱅크’를 출시했다. 캘린더, D-day, 모임, 경조사, 선물하기, 교통, 더치페이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리머니 보내기, 리브간편조회, 리브출금, 스마트상품 등 인증서, 보안매체 없는 간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들을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향후 다양한 생활서비스 제휴를 통해 고객접점을 확장해 나가고, 고객가치를 차별화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리브를 ‘생활금융 허브’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이 올 2월 출시한 ‘원큐(1Q)뱅크’ 서비스는 은행권 최초로 지문인증으로 공인인증서를 대체해 송금 등 서비스를 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원큐뱅크를 해외 소매시장 경쟁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미 캐나다와 중국에서 원큐뱅크의 출범식을 가졌고,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유럽, 브라질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6월 출시한 모바일뱅킹 플랫폼 ‘아이원(i-ONE) 뱅크’는 조회·이체 등 간단한 금융거래는 물론, 로봇 어드바이저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해 자산관리에 접목시켰다. ‘움직이는 은행’을 모토로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출시된 NH농협은행 ‘올원뱅크’는 모든 계열사와 핀테크 기업이 참여해 시중 은행 중 개방성이 최고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를 이용하면 은행상품뿐 아니라 NH농협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 가입, NH농협캐피탈과 NH저축은행의 대출 상담 등 전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입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오픈 플랫폼 모델로써 지주공동플랫폼으로서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 모바일 플랫폼 경쟁 배경은
은행들이 앞 다퉈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영업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다.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90%를 넘어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도 2/4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는 736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금융업 전체가 성장 정체기인 시기에 유일하다시피 급성장 한 분야다. 5년 전인 2011년 6월 말에 비하면 3.7배 가량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이용건수와 이용금액도 폭발적으로 증가세다 올해 2분기 기준 모바일뱅킹 이용건수는 일 평균 5284만 건, 이용금액은 일 평균 3조 786억 원이었다. 이와 함께 하루 평균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금액의 경우, 전분기(1조 1476억 원) 대비 2.8% 늘어난 42조 3779억 원을 기록했다. 인터넷뱅킹 이용금액은 지난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하루 평균 4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2%, 26.4% 증가했다. 온라인 거래 마진이 작다하더라도 규모가 자체가 압도적이기에 은행들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온라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은행들의 노림수다. 기존 모바일 뱅크 서비스만으로는 수익을 내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전체 인터넷뱅킹에서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 기준 61.3%, 금액 기준 7.3%이다. 기존 모바일뱅킹은 조회 서비스와 소액자금 이체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어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실제 2분기 모바일뱅킹 이용건수 5284만4000건 가운데 조회 서비스가 4859만8000건으로 92.0% 비중을 차지했다. 모바일 플랫폼은 고객들을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되는 영역으로 유인하기 위한 바탕이다.
◇ 차별화는 미흡, 앞으로 위협요인
은행들마다 모바일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경쟁 상대의 장점을 그대로 따라하는 미투(Me Too) 전략이 횡행하는데 그 결과 은행 플랫폼마다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바일뱅킹을 통해 중금리 신용대출과 간편송금 서비스, 자산관리 서비스 등 어느 한 은행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 다른 은행에서도 참고하는 형식이다. 그 결과 고객들은 플랫폼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가입하기보다 은행 직원의 부탁에 의해 첫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진성 고객이 아닌 가입만 하고 허수가 될뿐더러 무리한 가입권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이 부각되어 문제가 된 것이 최근 은행들이 모바일 플랫폼 장점으로 내세우는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위비 멤버스, 하나멤버스, 판(Fan)클럽 등 계열사들의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고 여기서 쌓은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영업으로 은행 직원은 할당으로 인해 실적 압박을 받고 권유를 받은 소비자들은 본인에게 필요한지 따져보기도 전에 가입부터 해서 정작 실사용에선 멀어졌다. 영업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 양현근 부원장보는 4대 금융지주 부사장들을 불러 과당 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등 새로운 도전자들도 은행 플랫폼에게 위협요소다. 이 기업들은 핀테크영역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만큼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 상반기 출범을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는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금융생활 플랫폼을 표방한다. 고객의 메신저(카카오 톡), 결제 패턴(카카오 페이)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령 카카오 계좌에 월급이 입금되면 고객 성향에 맞는 예금이나 펀드 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금융봇)를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선 점도 은행 입장에선 신경쓰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 오픈 플랫폼은 기술적 접근에 가깝고 지금 은행들이 시도하는 것은 마케팅 요소가 가미된 것이기에 영역이 다르다고 본다. 일단 금융위 오픈 플랫폼이 구체화되어봐야 확실한 비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 개방성이 큰 장점인 만큼 자체 계열사 서비스 위주로 제공하는 은행 플랫폼과 경쟁 시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기존 금융사들이 고비용 구조를 뛰어넘는 혁신을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금융플랫폼이 은행들의 혁신의 수단이 될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은행의 금융플랫폼 변화와 은행산업의 대응과제`를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해 현재의 상황을 ‘와해적 혁신’이라고 진단했다. 했다. 진 원장은 “은행의 기능이 와해되고 재정립 되는 것은 미래가 아닌 지금의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