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자료=각사
14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보험, 은행, 카드업권 중 보험업권의 임금지급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5년(또는 4년) 동안 지급되는 임금 총지급율이 금융권 가운데 가장 높으며 임금피크 시점 연령부터 해마다 임금을 깎는 삭감율은 가장 낮았다.
임금피크제는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 단계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정년(만 54세 또는 55세) 연간 임금을 기준으로 5년(혹은 4년)에 걸쳐 매년 일정 비율씩 임금을 줄인다.
현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를 전 금융권에서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보험·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확산됐다.
◇ 임금피크제, 보험사가 은행보다 유리
보험업권은 타 금융업권에 비해 총지급율이 높고 연간 삭감율은 낮은 특징을 보였다. 보험사의 총지급율은 300%대인 반면 은행 및 카드사는 200%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의 경우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된다. 적용 첫 해인 56세에 직전 연봉의 90%를 받고 다음해에는 81%를 받고 매년 차등 감액해 58세부터 73%, 65%, 59%를 지급한다. 마지막 해에는 임금피크제 적용 전 임금의 59%를 받게 된다.
이에 반해 NH농협은행은 적용 첫 해인 55세에 직전 연봉의 65%를 받고, 다음해에는 55%를 받으며 57세부터 55%, 45%, 마지막 해에는 35%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보험사가 은행보다 지급율이 높은 것.
이는 보험업권이 타 금융업권보다 앞서 성과연동제를 도입해 임금피크제 적용연령까지 남아있는 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대형 손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성과평가가 뚜렷하다 보니 정년까지 버티는 인원 자체가 적어 임금피크제 대상도 타 업권에 비해 많지 않다”면서 “은행의 경우 기본급 베이스가 높은 반면 보험사는 성과급 비중이 높은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또 올 초 60세 정년 시행을 계기로 임금체계가 개편이 의무화 됐으나 은행은 이보다 앞서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인 것도 한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의무화 전에 이미 회사 입장에 무게를 둔 임금피크제 협의를 마쳐 업권별 편차가 심하다”며 “60세 의무화 이후에 조율된 곳의 조건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은행계 보험사 임금피크 타협 애로
이렇다보니 아직 노사 간 협의를 마치지 못한 은행 계열 보험사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 기준과 보험업권 평균치 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가령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총지급율 250%(5년간 50%씩 지급)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손보업권 평균치(300%대)보다 낮아 노사 간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KB손보는 기업계에서 은행계로 바뀐 손보사라 협의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이나 지주의 조건이 좋다면 그 기준을 따르면 쉽지만 대체로 은행보다 보험사들의 조건이 좋다 보니 현재 협의 중인 은행계 보험사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조는 조건이 좋은 보험업권을 기준으로 두고, 사측은 그룹과 동 떨어진 수준을 협의할 수 없어 입장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박경린 기자 pudd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