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본말 뒤바뀐 기업 구조조정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5-23 00:17

본말 뒤바뀐 기업 구조조정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화수분.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진시황 때 황하 물을 길어다 채우게 한 큰 구리로 만든 동이 즉, 하수분(河水盆)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한번 채워 놓으면 줄어들 걱정이 없는 물동이는 꽤나 보배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화수분이 아니잖아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걸 두고 한 금융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중앙은행 발권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특정 섹터를 지원하는 것인데 화수분도 아닌 걸 어떻게 그렇게 쉽게 돈을 풀라고 하는지 놀랍다는 얘기도 했다.

결국 돈 얘기가 중요한 건 맞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순서부터 어긋났다. 정부의 재정정책이든, 중앙은행의 통화증발이든 국민들이 부담을 나눠가져야 해서다. 무엇보다 산업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그림을 그린 뒤 기업을 살릴 것인지 가늠하는 절차는 온데간데없이, 누가 재원마련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만 지나치게 부각되는 모습이다.

일본의 히타치와 도시바, 파나소닉 등의 사업재편 성공 배경을 살펴볼 만하다. 산업연구원은 이와 관련 흑자를 내더라도, 회사의 상징같은 제품이더라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결단력이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시장의 평가를 받아들여 기업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 부문 발굴에 주력한 점도 꼽았다. 단순 재무적 구조조정에 그칠 게 아니라 구조개혁과 맞닿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따져 보는 것도 과연 비용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대표적이다. 2조원 대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정정공시한 것은 기업윤리 차원에서 접근할 만한 중요한 사안이다. 2013~2014년에 수 천 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가 누락됐던 비용과 손실 충당금을 반영하니 사실은 흑자가 아니라 적자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발표한 ‘올바른 기업구조조정 5대 원칙과 방안’에 따르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경영실패의 책임과 비용을 지배주주, 주주, 채권자 순으로 부담하는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영자는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하고, 채권자인 국책은행 역시 대손충당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돈 얘기로 돌아오면, 여전히 화수분은 없다. 특히 조선·해운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공급과잉 업종 구조개혁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구조조정이란 단순 재무구조 개선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재원을 활용하는 데 더욱 명분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업의 진입과 효율적 기업의 대체 등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에 물동이 안 물을 퍼내야 하지 않을까.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진짜 경쟁은 두 번째 구매부터 시작된다 요즘 뉴욕에서 새로운 한식 매장을 준비하다보면 메뉴 하나를 정할 때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처음 봤을 때 먹어보고 싶을까?”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 “한 번 먹은 사람이 다시 사러 올까?”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사업을 준비하다 보면 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사람의 관심을 어떻게 끌 것인가에 가깝다.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눈에 띄며, 어떤 이야기가 사람을 매장 안으로 들어오게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그런데 두 번째 질문부터는 조금 달라진다. 이 음식이 고객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지, 다시 그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있는지, 다음에도 같은 만족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2 콘크리트 도시가 '알아서' 움직인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챗봇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뚝딱 만들어내는 AI의 환호성은 이제 과거의 풍경이 되었다. 전 세계 기술 혁신의 최전선은 이미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다. 최근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주관한 글로벌 플래그십 콘퍼런스 ‘EmTech Future 2026’에서 세계적인 석학들과 테크 리더들은 AI가 바이오나 제조를 넘어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과 국가 물리 인프라의 두뇌로 어떻게 안착하고 있는지 생생한 청사진을 풀어놓았다. 회색빛 콘크리트와 철강으로 묵묵히 버텨오던 전통적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변모하는 흥미진진한 기술 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현실 3 책임질 줄 알았던 축구선수 요한 크루이프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80] 요한 크루이프를 키운 감독70~80년대를 토탈풋볼로 세계를 풍미한 네덜란드 축구 선수 요한 크루이프는 1999년에 20세기 유럽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었고 20세기 세계 최고의 선수에는 펠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0살 때 아약스 유소년팀에 입단한 크루이프는 판 데르 페인 감독으로부터 축구만이 아니라 규범과 가치를 배웠다. 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실수를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고 했다. 판 데르 페인 감독은 슈팅, 헤딩, 드리블, 패스, 볼 컨트롤 이 다섯가지 기본기를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훈련 방식을 고집했고 이는 크루이프에게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크루이프는 한번에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