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이익 4년전 비해 70% 급락…대손비용 순익 감소 주도
조선업 등 부실여신이 많은 은행들의 대손비용 급증은 수익감소의 주요인이었다.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의 2015년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 17곳(일반은행 12곳: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SCㆍ씨티ㆍ부산ㆍ대구ㆍ경남ㆍ광주ㆍ전북ㆍ제주, 특수은행 5곳: 산업ㆍ수출입ㆍ기업ㆍ농협ㆍ수협)의 당기순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2011년(1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4년전 대비 10조원 가량 감소하며 순익이 70% 이상 급락했다. 대손준비금 반영 후 조정이익도 3조5000억원으로 4년전(2011년, 11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표 참조)
회수할 수 없는 부실채권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손비용(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합) 급증이 순익 감소를 이끌었다. 한국산업은행이 당기순적자(1조8951억원)를 기록하는 등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부실 여신이 많은 특수은행에 대손비용 부담이 집중됐다. 특수은행의 대손비용은 7조1000억원으로 전년(4조5000억원)보다 56% 증가해 전체은행 대손비용(11조7000억원)의 연간증가율(27%)의 두 배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기업여신이 많은 우리은행이 대손준비금 전입액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당기순이익(9345억8900만원)에서 대손준비금 반영후 조정이익은 4365억85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전년(4572억4800만원) 대비 순익이 감소한 것이다.
2011년 당기순이익(대손준비금 반영)과 비교하면 우리은행은 4년새 68% 순이익이 급락했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같은기간 각각 39%와 18%씩 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감소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14%를 기록하며 4년 전인 2011년(8.4%)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SC제일은행이 지난해 말 963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의 합) 증가도 은행권 순익을 줄였다. 지난해 판관비(22조5000억원) 중 명예퇴직 급여(1조5000억원)는 전년(700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 예대마진 한계 봉착…생존위한 변화 불가피
지난해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58%로 2010년(2.32%)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영향이 크다. 원화 예대금리차는 2010년(2.94%포인트)이후 연속적으로 줄어 2015년에 1.97%포인트로 5년새 30% 넘게 감소했다. 과거처럼 예대마진만으로 손쉽게 은행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모바일 대출 등의 증가로 은행들은 점포폐쇄 등도 강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국내점포수는 2015년말 7278곳으로 전년보다 123곳 줄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저성장ㆍ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은행들의 본원적인 수익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한계기업 구조조정 확대와 바젤III 자본규제 강화로 올해는 은행업 전반에 걸쳐 수익성,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증권가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반영한 은행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을 전년보다는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4개 대기업에 대한 충당금을 미리 손실처리했고 최근 결정된 현대증권 인수건도 실적전망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희망퇴직 비용과 하나-외환은행 합병비용이 지난해 반영되면서 올해 실적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한지주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채권매각이익 등이 대손비용을 상쇄할 것을 관측되고 있다. 우리은행도 조선 4사를 제외한 부실채권 비율 하락, 신규 부실여신 감소로 대손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계좌이동, 인터넷은행…은행, ‘유풍지대’ 전전긍긍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은행업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은행간의 경쟁을 촉발하기 위한 계좌이동제 등 금융당국의 개혁조치와 함께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핀테크는 거스를 수 없는 조류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실시된 계좌이동제 3단계 서비스는 위력을 발휘했다. 은행창구와 인터넷뱅킹에서도 주거래계좌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면서 은행창구를 찾은 50대 이상 고객들 주축으로 지난 3월10일 기준 총 203만건의 계좌변경이 이뤄졌다. 한번 월급통장을 정하면 각종 공과금 자동이체와 연동돼 쉽게 은행을 바꾸지 못하던 ‘효자고객’ 관리에 소홀했던 은행들은 각종 이벤트를 제공하며 고객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 곳이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도 기존 은행들에 위협적인 요소이다. 현재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분보유 규제)’ 완화에 대한 은행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여야 간의 의견차로 계류중이기는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이 아닌 ICT 기업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무풍지대’ 은행권에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법개정을 추진중이다.
은행들도 빅데이터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자산관리를 돕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하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로보어드바이저 시범 서비스를 내놓았고, IBK기업은행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정보통신기술(IT)로 위기극복을 했지만 오히려 모바일 시대엔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독이 되는 것과 (핀테크에 대응하는 은행의 태도가) 비슷하다”며 “미국 찰스슈압 인터넷은행처럼 선진국에서는 이미 업권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들도) 대체할 수 없는 은행 고유의 역량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