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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왕의 식탁 대표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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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4-12 03:03 최종수정 : 2016-04-12 04:39

바보데이·여성 노숙인 쉼터 운영 등
“2·3대 잇는 전통 식당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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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진 등은 취재원의 요청으로 게재하지 않습니다. 정수남 기자

인터뷰 사진 등은 취재원의 요청으로 게재하지 않습니다. 정수남 기자

[한국금융신문 정수남 기자] “누추 합니다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 목동 2,3단지 아파트 상가 ‘바보 짜장’에서 만난 김모(45, 여) 사장은 이처럼 말문을 열었다.

김 사장은 10여년 전 소고기를 주원료로 한 외식업 가맹점을 운영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게를 접고 디시 일어선 경우다.

“당시 광우병 우려가 언론에 보도 되면서 장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다행히 가맹본부가 식당을 인수해 줘서 큰 손해 없이 철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식당에서 근무한 직원이 15명 정도 였는데 식당을 넘기면서 이들도 고스란히 실업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들 가운데 10여명과 함께 짜장면을 주요 콘셉으로 하는 외식업 가맹점을 현재 위치에 개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사장은 사업 법인을 만들고 식당 이름도 바보 짜장으로 변경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 일문일답.

- 식당 이름이 특이하다.

△ 바보처럼 살기 위해서 지은 이름이다. 우리 식당이 ‘깨끗하게 돈을 잘 벌어서, 깨끗하게 쓰자’를 기치로 하고있다. 열심히 벌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잘 쓰는 게 요즘 세상에서는 바보 같은 삶처럼 여겨져 붙인 이름이다.

- 어떤 바보 짓을 하나.

△우선 음식 양이다. 이곳 목동은 교육열이 남다른 곳으로 개발 이후 학원가가 형성됐다. 한창 시기인 학생들은 먹고나서 뒤돌아서면 배고프지 않나? 그래서 우리 식당은 일단 양이 많다. 학생뿐만이 아니라 일반 고객에게도 음식을 넉넉하게 제공한다.

- 음식 양이 많은 것으로 바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 그렇나(웃음)? 바보 짜장은 매월 첫번째 화요일을 ‘바보 데이’로 정하고 짜장면을 2000원에 제공한다. 이날은 가게 영업을 개시하는 오전 11시30분부터 문닫는 9시 30분까지 식당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끊이질 않는다.

아직도 서울역 인근에는 노숙인 많다. 바보 짜장은 이중 여성 노숙인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고 정신·육체적 회복을 돕는다. 아울러 한 가정에 엄마가 부재하면 그 가정은 붕괴된다. 바보 짜장은 이들 여성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정에 복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도 찾아주고 있다.

- 그럼 가게가 적자일 것 같은데.

△ 전혀 아니다. 바보 데이 매출은 평소 매출보다 1.3배 정도 많다. 게다가 목동점의 월 매출은 5000∼6000만원, 광명점은 4000∼5000만원 정도다. 40여석이 채 안되는 식당에서 이 정도면 우수하지 않나? 보통 성업 시간대 식탁이 3∼4회 회전하면 장사가 꽤 잘 되는 편인데, 우리는 하루 6회∼8회 회전하고 있다. 옛말에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고 했다.

- 직원들과 만남이 특별하다.

△ 그렇다. 처음 외식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만났던 인연이다. 가맹 사업 잘 안되면서 모두 흩어질 뻔 했으나, 다시 짜장 외식업으로 뭉치게 됐다. 모두 10년 이상 함께 한 사람들이다. 이제는 눈빛만 보면 내가, 아니면 동료가 무엇을 원하는 지 아는 사이가 됐다.

-외식 사업의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이 자기 시간이 없는 것인데.

△ 맞다. 바보 짜장은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 항상 문이 열려있다. 그렇다 보니 직원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쉬고있다.

- 10년을 함께 한 남다른 요인이 있을 것 같은데.

△ 특별한 방법은 없고 내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직원 중에 누군가 생일을 맞아다면, 흔한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파는 케익이 아닌, 인근 명품 과자점 케익으로 생일 파티를 해준다. 우리 가족처럼. 아울러 1년 364일을 고생하는 직원을 위해 많지는 않지만 매년 12월 수익을 보너스로 내놓는다. 목동점 7명, 광명점 6명을 위해.

- 음식점이 이 정도 성공하면 대부분 가맹사업을 생각하지 않나.

△ 대부분 그렇다. 다만, 외식 사업은 맛을 평준화가 어렵다. 모든 식재료와 조리법을 본사에서 공급한다고 해도 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 바보 짜장도 국내 1위의 생활 용품 기업과 공동으로 분점을 내는 사업을 했으나, 결국 손을 털었다. 앞으로도 가맹사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 그렇다면 바보 짜장으로 만족하는 건가.

△ 결코 아니다. ‘식품의 명품’을 주제로 식품사업을 하고싶다. 쉽게 말하면 분식점 등에 들어가는 단무지를 시골 방식으로 만들어 웰빙식품으로 만들고 싶다. 양조 식초와 사카린으로 맛을 낸 단무지와는 차원이 다른 건강한 먹거리가 될 것이다. 단무지의 경우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며, 한식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절임류도 개발할 계획이다.

- 육미 짜장처럼 기대된다.

△ 바보 짜장 직원들도 새로운 사업에 기대를 걸고있다. 육미 짜장은 우리 식당의 특화 요리다.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먹은 짜장면에는 돼지가 헤엄치고 지난 간 것 같은 새끼 손톱 크기의 고기 서너 점이 전부였다. 당시 짜장면에 고기가 듬뿍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현실화 된 게 육미 짜장이다.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음식이다. 면 위에 달콤한 짜장 소스를 붇고, 한쪽에 직화에 구운 돼지고기 한 웅큼을 곁들인다. 고객은 면과 짜장 소스, 고기를 골고루 섞어 먹으면 된다. 고기의 씹히는 맛과 달콤한 소스가 풍부한 면과 함께 바보 짜장 특유의 맛을 제공한다.

- 앞으로 추구하는 사업이 명품, 웰빙 식품사업이라고 했는데. 바보 짜장도 그런가.

△ 크게 다르지 않다. 바보 짜장은 화학 조미료 대신 양파을 사용해 단맛을 낸다. 바보 짜장과 짬뽕에 유난히 양파가 많이 들어간 이유다. 아울러 탕수육에 사용하는 기름은 매일 교체해 고객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고기도 국내산 등심만 사용하고 아무리 바빠도 주문 후 조리로 최대한 신선한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에 생면도 직접 반죽해 뽑고, 육수도 매일 우려낸다.

- 왕의 식탁이 진정으로 건강 기업 같다. 아닌가.

△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바보 짜장의 왕의 식탁은 건강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성실한 세금 신고를 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세금 성실 신고가 마치 바보들이 하는 일처럼 비하되기도 하지만, 바보 짜장은 상호가 바보인 만큼 세금 신고에서도 바보가 되기로 한 것이다. 사회의 도옴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성실한 세납으로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서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우리나라 기업과 식당은 역사가 미천하다. 일백년 이상 된 기업이나 음식점 등이 드물다. 예부터 직업에 귀천을 둔 유학 사상 탓이다. 자식들이 원한다면 대물림하고 싶다. 바보 짜장을 언론 보도에서 접할 수 있는 3대, 4대를 이어가는 가업으로 만들고 싶다.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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