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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그들만의 리그인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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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21 00:37

김의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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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그들만의 리그인가
[한국금융신문] 지난 한 주 금융가는 그야말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 세상이었다. 그 열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ISA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ISA는 정부가 2년 전부터 ‘국민 자산 늘리기’라는 취지로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을 동원해 추진해왔던 상품으로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출시 한 달 전 금융당국과 유관 금융협회 그리고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TV와 라디오 등에 ISA 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에 공을 들였다. ISA 가입이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주전 선수격인 은행과 증권사들은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도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 전면전, 더 나아가 백병전 수준이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이들 금융회사는 고객을 유치하고자 고액의 경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0만원 짜리 여행권, 자동차, 골드바 등 호화로운 경품까지 등장했었다. 지점에는 가입 계좌 할당도 떨어졌다. 금융회사들의 요란에 ISA에 가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의 진리는 어디가지 않았다. 아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다는 말이 더 맞는지 모르겠다. 지금 은행 창구 직원들에게 ISA는 국민의 재산 증식이라는 본질적 취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계좌 확보라는 고지만이 남았다.

모(某) 은행의 경우 본점 직원은 1인당 10계좌, 지점 직원은 1인당 50계좌 이상을 할당했다고 한다. 성과평가기준(KPI)에 가입 실적이 반영되는 만큼 ‘벼랑’에 내몰린 일부 은행원들은 자비까지 들여 영업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몇몇 은행원들은 ISA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1만원을 넣어 준다는 광고성 글까지 회원용 카페에 올렸다는 매체 보도까지 접했다.

은행 영업 창구 직원에 따르면 ISA 계좌 하나를 가입할 때 약 20장 안팎의 서류에 사인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 40여분의 소요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몇몇 지점에선 지난 주 실적 확보에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생략한 채 가입서류만 받아 창구 직원들이 임의로 계약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대표적 예로 A은행의 한 지점 창구 직원은 지난 14일 가입 첫날, ISA 계좌를 무려 540좌나 유치했다. 정상적으로 판매를 권유했다면 대략 360시간을 썼을 것이다. 과연 이 직원은 ISA가입 고객에 얼마나 충분히 설명하고 숙지시켰을 런지 궁금하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은행이 비슷한 상황일거라 생각된다. ISA 유치 경쟁이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을까. 이는 관치와 보수적인 금융회사 문화가 맞물리며 만들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와 다툰 끝에 세제 혜택이 있는 상품을 만들었으니 되도록이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을 것이고, 금융회사 경영진은 금융당국 입장을 생각해 되도록이면 많이 팔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압박’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과열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형태로는 안된다. 1만원짜리 가짜 ISA 고객을 잔뜩 유치해봐야 금융회사에 득이 될 리 없다. 은행원은 애사심을 잃고, 금융회사는 고객을 잃게 되는 이 같은 ‘실적 압박’을 이제는 그만 봤으면 한다.

게다가 금융권의 대대적인 홍보와 캠페인조차 잘 먹히지 않았다. 출시 첫날 32만2990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둘째날 11만1428명, 셋째·넷째날 8만1005명, 7만858명 등10만명 이하로 줄었다. 사전예약 가입자를 반영했던 첫날에 비해 거의 1/5 수준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든 셈이다.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여전한데다 과거 금융권 주도 상품들의 실패 트라우마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이런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칫 ISA가 금융회사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약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구글의 ‘알파고(AlphaGo)’가 이런 모습을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주객이 전도된 현실에 인간을 동정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변수를 살펴, 최상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예금과 주식, ELS 등 파생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무장된 로보어드바이저가 재산을 늘려준다면 로봇이 인간을 이긴들 슬퍼할 사람이 있을까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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