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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리아 넘버원=50위 들려면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5-07-20 01:01

[기자수첩] 코리아 넘버원=50위 들려면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리딩뱅크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주 국내 다수의 미디어들이 벌인 호들갑은 아무리 되짚어 봐도 민망한 노릇이었다.

외환은행 5년 독립경영을 보장했던 합의서 대신에 조기통합 합의로 돌아서자 국내 1등 은행 순위를 일거에 갈아치우는 과감한 기사들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언제는 점포 수가 가장 많은 농협이 1등이라고 했다가 순이익 1위를 연거푸 달리는 신한은행이 1등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총자산 면에서 하나·외환은행이 1등이라며 추켜 세우는 손짓들 말이다. 이 모든 언행은 본질적으로 허망하고 결과적으로는 진실 이해를 가로 막는 반 매스미디어적 행태다.

해마다 온 지구에서 행세깨나 한다는 은행들의 랭킹을 매기는 ‘뱅커’지가 매기는 순위 상으론 산업은행이 1등이다. 산업은행은 ‘뱅커’가 매기는 순위에 들 수 없기 때문에 기본자본 기준 1등은 KB금융이고 당연히 이 그룹의 주력자회사인 국민은행이 1등이라고 우긴다면 어찌 반박할 것인가. 점포는 농협, 순익은 신한, 자본은 국민, 자산은 ‘하나+외환’이라는 종목별 1등론을 우길 셈인가?

조사기관마다 다른 고객만족도 1등 은행 선정결과, 해외 저명한 언론들이 자기 계산에 따라 갖가지 분야 시상을 하면서 엇갈리는 순위들은 어째서 또 그런른지.

공신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미디어들의 행태는 결국 쓰레기 정보 취급을 받을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금 자산 그대로 통합한다면 1등이 될 것이란 이야기는 일면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고객이탈 등 통합에 따른 손실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또 하나, 둘 합한 총자산이 대형은행 사이에서도 가장 큰 것과 달리 총여신은 국민은행이 더 많은 사실을 외면하는 태도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고객이탈도 없고 동일인 여신한도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하나+외환 통합은행 덩치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 290조에 총여신 209.2조원이다.

총자산에선 282.1조원의 국민, 279.4조원의 우리은행보다 앞서지만 총여신에선 213.2조원의 국민에 뒤지고 198.1조원인 우리은행에 추격을 받는 형국이다.

혹자는 반문할지 모르겠다. “좋은 일이 있으면 덕담을 건네는 우리네 풍습을 생각해서 이해해 줄 일이지 왜 그렇게 지나치게 정색을 하냐?”고. 총자산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도 가장 좋은 분야 이야기를 꺼내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덕담을 건네는 미풍양속에 부합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지표 이야기 쏙 빼고 이제 조기통합 합의했으니 저절로 리딩뱅크가 탄생할 것이라고까지 나아가는 건 지나친 일이었다.

공자께서 괜히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고 ‘과공은 비례‘라고 하셨을까.

오히려 성공통합을 향한 비상한 각오 아래 혼연일체가 돼야 할 하나금융지주와 두 은행 임직원들에겐 그릇된 신호로 받아들여질 소지마저 내포돼 있다. 오히려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회장을 필두로 하나금융지주와 두 은행 경영진은 냉철한 진단을 바탕으로 어떤 전략에 바탕을 둔 작업과 영업으로 어려운 여건을 헤쳐 나갈 것인지 고심해야 할 때다.

지난해 7월 3일 이제 조기통합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운을 뗀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5년 동안 독립경영 보장’ 합의 당사자인 외환은행 노조와 아무런 교감없이 조기통합을 기정사실화 하는 바람에 1년 10일 남짓 진통을 거듭했던 것을 값진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 아닌가.

최고경영자가 진정한 통합을 모월 모일 끝내겠다고 못박는 일에 조바심을 내느니 실질적으로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인지, 어떤 일을 추진할 것인지 깊이 검토하고 현명한 실천으로 뒷받침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것 아닌가.

저성장-저금리 실물경제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 선두권, 글로벌 상위권으로 오르고 싶다면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사이에서 최선의 길을 제시하고 함께 뛸 수 있도록 중지를 모을 일이다.

최근 읽은 책에서 공감했던 글귀가 있어 소개해 본다. “기업의 리더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종종 ‘승리’에 관한 강력한 수사를 구사하지만, 이런 공허한 목표는 수립하기는 쉬워도 거기에 필요한 전략을 구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또한 나쁜 전략을 추구하는 경영자들은 문제를 무시하고 편협한 시야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길고 거대한 진통 끝에 성공통합 출발선에 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어떤 길을 갈 것인지 많은 눈길이 응집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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