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국물 중 두 번째 규모
이날 발행한 채권은 5.5년 만기 6억달러와 지난해 8월 발행한 12년 만기 글로벌본드의 증액발행(Re-open, 리오픈) 4억달러로 구성됐다.
증액발행이란 이미 발행된 채권을 동일한 만기와 표면금리로 증액 발행하는 것으로, 이전에 발행된 채권에 대한 추가 투자수요가 있을 경우 택하는 기법이다.
이번 10억달러 규모는 올해 1월 수은이 발행한 22억 5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제외하면 올해 발행된 한국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금리는 5.5년 만기의 경우 미 국채 5년물 금리에 97.5bp였고, 리오픈 채권의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95bp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특히 리오픈 채권의 경우 수은 장기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선호도에 힘입어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신규 발행 프리미엄 없이 기존 채권의 유통금리 수준으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 타이밍 절묘 증액발행도 묘수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 성사는 여느 때보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받을 만 하다. 대내적으로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한국 경제 성장률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고 대외적으로는 그리스 부채 위기 가중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연내 인상 구체화 등 악재는 겹겹이었다. 하지만 수은은 이번에도 투자수요 예측에 기반한 발행 타이밍을 파고 들었고 한국계 금융기관 최초로 신규발행과 증액발행을 동시에 추진하는 유연한 전략을 펼치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1월 수은의 10년 만기 채권 발행 이후 한국계 기관의 장기물 발행이 적은 상황에서 장기물 수요가 있는 보험사·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리오픈 채권을 발행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어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이 높아지고 발행시기를 결정하기 쉽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채무상환 협상안 발표를 앞둔 기대감으로 시장이 다소 안정화된 타이밍을 포착해 전격적으로 발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5억달러 규모로 발행된 기존 12년 만기 채권의 발행규모를 9억달러로 확대하여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제공함으로써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전에 경쟁력 있는 금리수준으로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