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기자수첩] 인터넷뱅킹 10년사와 핀테크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5-27 22:30 최종수정 : 2015-05-27 22:36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기자수첩] 인터넷뱅킹 10년사와 핀테크
기술금융 이야기가 물러난 자리에 핀테크가 차지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지배할 빅이슈 노릇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근대 이후 인류가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생활양태 변화와 관련한 미래 가상도를 무수히 그렸지만 적중한 비율은 많지 않다. 1980년대 무렵 과학자나 만화가들이 그렸던 2010년대 중반은 지금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과학기술 문명 이기를 누릴 것으로 그려지지 않았던가.

단지 예외가 있다면 IT관련 기술발전이 유일해 보인다. 유선전화 의존도가 극도로 높았던 80년대에 화상통화가 무리 없이 이뤄지는 2010년대 또는 2020년대 미래사회 상상은 적중한 셈이다.

우주여행 상용화, 날아다니는 자동차 이런 것은 빗나가고 IT관련 내용이 거의 적중한 이유는 뭘까? 가장 빗나간 것은 현재 기술기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까지 공상을 했던 부분들이다. 콕 짚어 말하면 에너지와 관련된 분야들이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미래 대도시 공중을 날아다니는 자가용 교통수단은 2100년이 된다해도 대중화되기 어렵다. 지구가 부리는 중력의 힘을 뛰어넘을 만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아니면 지금껏 활용하지 못했던 울트라에너지원을 발굴해서 해결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핀테크는 어떨까? 핀테크가 발달했다는 외국 수준으로 규제를 풀어 주면 지급결제 대체율이 크게 높아지고 기존 금융사 거래보다는 핀테크 회사를 통해 예적금과 대출을 받으며 주식투자도 하고 보험가입과 관리서비스를 받게 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공상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핀테크 회사가 신용창출을 해주지 않고 단순히 선불이나 현금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통해 그 범위 안에서 결제를 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핀테크 회사가 대신 지급해주고 나중에 소비자에게 받는 것 또한 혁신이 아니다. 기존 금융사나 지급결제 대행사들이 하던 일들이니까.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같이 고도의 창의성이 필요한 부문에서 경쟁력이 없는 주제에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지만 그래도 인프라나 활용도는 강국아닌가?

기존 금융사가 할 수 없는 것, 핀테크 개념이 지금처럼 일반화 되기 전에 몰랐지만 핀테크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이 할 수 없는 일. 그런 것을 수행할 수 있는 핀테크 업태와 회사 유형이 분명히 있다면 지난해 이후 ‘핀 테 크’ 이 세 글자가 다른 어떤 현안보다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인 2005년 3월 은행권 업무처리비중을 보면 창구비중이 31.4%로 가장 높았고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가 각각 29.5%와 27.1%로 뒤를 이었다.

올해 3월은 어떤가. 창구 비중이 11.4%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하지만 거래비중의 중심은 자동화기기로 넘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자동화기기 비중이 40.1%였고 인터넷뱅킹은 36.3%로 창구거래 일부를 잠식한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뱅킹 안에서 PC기반 거래를 모바일 거래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변화가 있긴 하지만 인터넷뱅킹이 은행거래를 지배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 눈 여겨 볼 대목은 텔레뱅킹과 같은 구식 거래가 11%대에서 12%대로 10년 사이 1%포인트 늘었다는 사실이다. 10년 전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수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고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인터넷뱅킹이 은행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구에서 자동화기기로 대체된 현실이 뜻하는 바 무엇일까. 지급결제의 안정성과 신뢰성이다.

최근 한은이 낸 지급결제보고서에는 “모바일 지급결제는 전통적인 지급수단에 비해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으나 정보유출, 해킹 등 보안위협 우려 해소와 같은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가 IT기술 기반으로 하는 일이 신뢰도가 낮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핀테크 규제만 풀면 지금까지 해결 못한 것을 완벽하게 해결할 뿐 아니라 금융혁신을 이룬다고 강변한다면 중세시대 연금술사들과 무엇이 다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