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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늪에 빠진 자동차보험…‘소통과 공감’이 해결책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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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4-22 21:27 최종수정 : 2015-04-28 11:24

정책 사각지대 놓인 ‘경미사고’ 보험사기 온상으로
도덕적 해이 만연…“통합기준·사회적 합의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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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늪에 빠진 자동차보험…‘소통과 공감’이 해결책이미지 확대보기
10년 이상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자동차보험은 손해보험업계의 아킬레스건이다. 의무보험이다 보니 사회보험적 성격을 띠고 있어 손해율이 높다고 해도 보험료 조정이 어렵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험사기로 인해 피해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지속적인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누적적자는 지난해 말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및 보험업계 등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2011년 잠시 줄어드는 듯 했던 적자규모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정책이나 환경변화에 있어 다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정책들이 사망자나 대형사고 감소 등에 집중됐었다면, 최근에는 ‘경미사고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가벼운 접촉사고’…보험사기 온상으로 부각

그동안 교통사고 관련 주요 정책들이 사망자나 대형사고 감소에 집중되었던 만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나 중상자 수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겼던 경상자 수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사고처리나 경찰신고여부를 임의적으로 하게 해 과도한 수리나 불필요한 치료 등이 늘어나는 등 비정상적 보상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 전체적인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 ‘교통사고가 나면 무조건 목부터 잡고 내려라’라는 것은 우스갯소리처럼 퍼져있으며, 사고 시 합의금을 조금 밖에 못 받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과도한 수리, 불필요한 치료로 일부가 금전적인 이득을 얻었다지만 이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한해 3000억원 가까이 되는 비용이 지출되면서 보험료 인상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 경상 사고자 대다수…잘못된 관행에 젖어

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교통사고 감소정책으로 자동차사고 사망자수는 2004년 6563명에서 2013년 5092명, 2014년에는 약 4762명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고 자동차사고 상해피해자 중 중상자 비율도 2004년 4.65%에서 2013년 2.56%, 2014년에는 2.08%로 지속적으로 감소중이다.

반면 상해등급 8급 이하의 경상자 구성비는 2004년 95%에서 2013년 97.2%, 2014년 97.7%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차대차사고로 한정할 경우 경상자 비중은 2014년 99.3% 수준에 달했다. 대물보험금을 기준으로 경상피해는 50만원 미만 사고에서 절반가량인 43.3%(2014년)를 기록했는데, 이는 차량에 가해지는 충격이 적은 만큼 경상피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6월중 발생한 사고 가운데 단순히 범퍼만 교체한 150건을 대상으로 수리가 가능함에도 범퍼를 교환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32.7%가 부적정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운전자나 탑승자가 사고로 인한 충격의 경중에 따라 병원치료를 선택하기에 앞서 이에 관계없이 보상심리가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주위의 부추김 등의 잘못된 관행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리비나 렌트비가 고가인 점을 착안, 외제차를 악용해 다수의 경미사고를 일으키는 등의 보험사기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외제차 수리비도 2012년 5250억원에서 2013년 6778억원, 지난해는 7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나 증가했다.

◇ ‘경미사고’에 대한 정확한 기준 마련 필요

그러나 ‘경미사고’에 대한 정의조차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경미사고는 교통사고의 한 형태로 차량수리비가 50만원 이하인 사고 혹은 차량에 스크래치만 있는 사고 등 모호한 기준으로 통용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김승현 교통안전팀장은 “현재 이슈가 되는 경미사고는 대인과 대물 등 보험처리 대상에 따라 구분이 다른데, 대인담보의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는 충격량이나 대물담보의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수리가 가능한 파손이 어느 정도인지 기초정의가 없어 경미사고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며, “경미사고에 대한 구분이 차량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구분 값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수리비의 많고 적음은 차량의 연식이나 차종, 신차가격, 배기량 등이 다양해 경미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 때문에 교통사고 시 운전자나 탑승객에 상해가 발생할 수 있는 충격량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한 실험연구가 수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팀장은 “교통안전, 보험업계, 의료업계, 자동차업계, 학계 등으로 구성된 연구단을 구성하고 폭넓은 저속차량충돌실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경미사고시 인적상해 배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험업계, 정비업계, 자동차 부품업계, 학계 등으로 구성된 연구단의 실험연구를 통해 부품 수리와 교환 기준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미사고 처리 정책 및 제도 시행과 관련한 정책연구도 필요하다”며, “정부관련 기관, 법조계, 보험업계, 학계 등으로 구성된 연구단을 통해 현재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항과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금감원 “경미사고 수리기준 마련”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향후 자동차 접촉사고로 경미한 범퍼손상 등에 대한 차량 수리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또 ‘나이롱환자(경상환자)’를 없애기 위해 경미한 질병이나 상해에 대한 세부 입원 인정기준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피해자는 수리비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경미한 사고로 수리가 가능한데도 새 범퍼로 교환하는 등 과잉수리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교환빈도가 가장 높은 범퍼를 대상으로 새 부품으로 교환할 정도인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선행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수리한 범퍼와 새 범퍼간 비교실험과 충돌실험을 거쳐 ‘경미사고 수리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보험조사국 이준호 국장은 “외제차를 이용한 미수선 수리비 갈취 등 경미한 사고에 따른 과도한 수리비 지출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낭비되는 비용이 크다”며,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데도 부득불 입원하는 일명 나이롱환자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통원치료가 가능한데도 입원보험금 편취를 위해 불필요하게 장기간 반복 입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 판례, 외국 사례 등을 참조해 ‘경미한 질병이나 상해에 대한 세부입원 인정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 이 외에도 보험사기 적발을 위한 상시감시 및 조사 등을 강화하고, 보험사기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발을 방지할 방침이다.

경찰청에서도 경미사고 조사요령 지침 등을 통해 가짜환자 근절에 나서고 있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교통사고 상해 판별 프로그램 ‘마디모(Madymo)’를 통해 사고 상황을 재연, 사고 충격이 탑승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 진단서만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감정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 통합기준 마련…사회적 동의 얻어야

각 기관별로 독립된 정책을 수립함에 따라 수준과 업무처리 방법들이 다양해 종합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금감원, 경찰청, 보험업계, 정비업계, 의료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협의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어렵게 만들어진 제도나 추진 정책들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나이롱환자 근절을 위해 국토부에서 마련한 ‘자동차사고환자 입통원 가이드라인’은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기준화 되면서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승현 팀장은 “인적상해 배제 기준과 부품교환 기준으로 경미사고를 정의하고 있는 현재는 사람과 차량으로 각각 판단 대상이 구분돼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통합해 정의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경미사고 범위를 통계적으로 산출·관리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해 경미사고로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비용은 2882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손해율 상승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추가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져 사회적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기관, 보험업계 의료업계 정비업계 등 공동협의체를 구축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을 하나의 문화로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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