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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품도, 음식도 독자적인 선택이 어렵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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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2-25 22:27 최종수정 : 2015-02-25 22:44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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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품도, 음식도 독자적인 선택이 어렵다
금융상품도 어떻게 유인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밖에 없어

선택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은 이용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면 해결돼

요즘 담배가 세간의 으뜸 화제에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금년 1월 1일부터 20개비들이 담배 한 갑 가격이 2,000원씩 오르고, 그간 허용되던 소규모 음식점에서의 흡연도 전면 금지되는 등 금연 정책이 확대 시행되었습니다. 어떤 음식점에서든 흡연하다가 적발되면 업소에는 170만원, 흡연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고 하니 단골을 놓칠 새라 적당히 봐주는 것도 어렵게 된 것이지요. 담배를 태우지 않는 사람들이야 간접흡연을 하지 않게 되어 크게 환영하겠지만 애연가들의 속이야 담배같이 시커멓겠지요. 1월 중에 면세 담배 초과 반입이 작년 1월 대비 네 배나 늘었고, 사재기 담배를 팔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람들까지 있는 마당입니다.

여기에 건강보험공단에서 담배의 피해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하였고, 담뱃값 경고 그림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면서 담배가 계속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고령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 담배를 검토한다는 얘기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16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담배 전매 사업자인 케이티엔지(KT&G)의 부당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총 2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해서 또 한 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KT&G가 애연가들의 담배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였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네 가지입니다.

첫째, 8대 편의점 가맹본부와 편의점 담배 진열장 내에 자사 제품을 전체의 60%~75% 이상 채우도록 계약했답니다. 둘째, 고속도로 휴게소, 관공서ㆍ대학ㆍ군부대ㆍ리조트 등의 구내매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에게 공급가 할인, 콘도 계좌 구입, 현금이나 물품지원 등을 제공해서 자사 제품만 취급하도록 했답니다.

셋째, 대형 할인마트 등에 담배를 납품하면서 자기 제품만 취급하는지 여부에 따라 할인율에 차등을 두었답니다. 넷째, 편의점 등 일반 소매점들이 경쟁사 제품의 판매를 줄일 때마다 갑당 250원~1,000원의 정액 보상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답니다.

공정위는 KT&G가 이러한 부당행위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담배시장에서 KT&G의 점유율이 감소 추세였으나 2010년에 58.5%로 떨어진 이후 반등하여 2011년에 59.0%, 2012년에 62.0%, 2013년에는 6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답니다. 두 번째의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경쟁사의 담배를 아예 취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원하는 담배가 없어서 국산 담배를 선택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눈에 보여서 국산 담배를 선택한 경우도 상당 부분 있었으리라 짐작케 합니다. 기호품의 대명사인 담배도 선호가 아니라 눈에 띄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요. KT&G도 이런 결과를 기대하고 부당행위를 자행했을 테고요.

소비자들이 선택을 능동적으로 잘 하지 못하며, 심지어 판매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지원한다면서 실상은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는 것도 분간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밝혀진바 있습니다.

2011년 5월에는 공정위가 국내 3개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오픈마켓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서 ‘프리미엄 상품’이나 ‘베스트셀러’로 표시하거나 또는 ‘인기도순’으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실상은 오픈마켓 업자들의 수익에 더 기여하는 판매자의 상품에 이러한 표지를 붙이거나 그런 상품이 ‘인기도순’ 검색 결과에서 검색되도록 했던 것입니다. 2011년 11월에는 공정위가 ‘파워블로거’들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회사와 미리 짜고 특정 상품의 사용 후기 등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후기를 읽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연결된 판매페이지로 이동하여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했고, 구매가 이루어지면 일정한 수수료를 받았는데, 금년 1월에도 유사 사례가 적발된 바 있습니다.

2012년 12월에는 공정위가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게 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 부과 조치를 취했습니다. 서점들이 좋은 책이라고 추켜세우는 ‘추천’, ‘기대’, ‘베스트’ 등의 용어들이 알고 보니 단순히 출판사들이 별도의 비용을 내고 얻은 광고였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그리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은 2013년 12월에 공정위가 발표한 가격비교사이트의 가격비교 기준 및 소비자 유인행위 방지방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방안의 내용이 모든 서비스 이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격을 비교기준으로 하고, 거짓·과장·기만적 소비자 유인행위를 방지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입니다. 소비자들이 이런 상식적인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는 의미겠지요.

이런 사례들은 상품 간 차별이 크지 않은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소비자의 개성이나 취향이 잘 반영된다고 생각하는 음식도 별다르지 않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2011년 4월에 미국 CBSWatch(온라인)에 ‘고객이 돈을 쓰게 하는 메뉴’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팔고 싶은 음식을 메뉴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거나 음식명에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사진을 올려놓는 등 시각적인 자극을 하면 매출이 늘어나고, 팔기 싫은 음식은 ‘시베리아’라고 부르는 메뉴판의 구석에 배치하면 된답니다. 식당의 수익성을 높이는 이런 방법을 ‘메뉴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는데 저명한 요리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한다니까 KT&G의 부당행위가 상당한 과학적 기반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예로부터 동양에는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성어가 있고, 서양에도 “기회가 도둑을 만든다”(Opportunity makes the thief)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택할 때에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인식하는 것이나 외부의 여건도 매우 중요함을 벌써부터 알았다는 의미지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옛사람들과 크게 다른 성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답니다. 옛사람들이 선택할 때 영향을 주었던 요인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의미지요. 금융 상품의 선택이라고 해서 다를 이유는 없을 듯싶고 실상도 그렇게 보입니다. 미국에서 근로자들이 가입 의사표시가 있어야 퇴직연금에 가입되는 방식에서 반대로 원칙적으로 가입되고 탈퇴 의사표시가 있어야 탈퇴하는 것으로 바꾸었더니 가입률이 두 배로 늘었다는 사례는 이제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최근 영국 금융감독기관의 실험에서도 정보를 어떻게 제시하는가에 따라서 금융소비자들의 반응이 크게 달랐습니다.

현대인들이 옛사람들과 달리 금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살아야 하며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금융상품 선택의 어려움은 여타 상품 선택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게 골칫거리입니다. 세기의 천재였던 뉴턴(Isaac Newton)조차 주식투자로 약 20억 원을 날린 후에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탄식했을 정도니까요. 금융소비자들이 적합한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하면 이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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