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득보다 실 많아, 파생시장 침체기 시기상조
“누구를 위한 과세일까?” 금융조세포럼이 지난 19일 ‘파생소득과세’주제로 열린 현안포럼에서 발제자, 패널 대부분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적정과세범위, 형평성, 중립성 등 핵심쟁점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로 밀어붙일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 개정세법을 통해 도입한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방안은 다음과 같다. 대상은 코스피200선물옵션, 해외파생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내파생상품이다. 탄력세율은 10~20%로 규정하되 자본시장육성 등 필요시 세율의 5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인하가 가능하다. 다른 소득과 구분하며 계산되며 기본공제(연 250만원)도 적용된다. 연 1회 확정신고납부이고, 예정신고는 면제된다. 또 금융투자업자는 거래내역을 분기종료일의 다음달 말일까지 관할세무세에 제출해야 한다.
발제자로 나선 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는 적정과세범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외선진국의 과세쳬게와 다르게 손실에 대해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으며, 다른 소득과 상계도 불허하는 손실이월, 손익통산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제로섬게임인 파생시장의 특성상 일시적으로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매매가 지속될수록 손실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납세자에게 과중한 과세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형평성문제도 제기했다. 소득세법상 외국인의 파생매매 양도차익은 양도소득으로 구분된다. 국내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가 장내파생상품의 거래를 통해 취득한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황세윤 자본연구실장은 파생상품소득과세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과세에 따른 파생시장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높은 가격탄력성으로 자금이동속도가 빠른 파생시장의 특성상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 단기간에 몰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생시장이 잇따라 침체되는 상황에서 파생양도세과세가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을 나타냈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최근 10년사이 55%에서 26%로 반토막났고, 기관도 28%에서 22%로 축소했다. 반면 외인비중이 13%에서 52%로 상승하며, 줄어든 개인을 외인이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외국인은 조세협약 등으로 기관은 법인세납부 등으로 파생양도세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을 감안하면 결국 개인이 타깃이다. 출발부터 약점을 지닌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외국인, 기관입장에서는 헤지할 파트너가 붕괴되면서 전체파생시장파이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국이 기대했던 세수효과도 기대이하다. 세수추정효과의 경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68억원, 국회예산정책처는 163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정부기관기관조차 “양도세차익방안은 상대적으로 조세행정비용이 크고 세수효과가 작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황 실장은 “최근 주식시장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파생양도세부과를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조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개인투자자 이탈로 파생시장위축, 불법대여거래 우려
마지막 발제로 나선 정영민 김&장 법률사무소 회계사도 마찬가지. 그는 파생시장쟁점으로 △특정거래에 의해 인식해야 할 이익과 손실의 크기(과세표준) △이익과 손실의 연도별 귀속시기(과세 이연) △귀속시기 도래한 이익과 손실의 소득구분(이자 또는 배당소득, 자본이득 등 △이익과 손실의 원천지(외국납부세약공제, 국내원천소득의 원천징수의무 등)을 제시했다.
이후 Q&A토론에서도 패널들은 쓴소리를 냈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위원은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 파생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모두 위기에 놓였다”라며 “아시아 다른 나라들은 파생시장을 육성하고 거래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거래가 잘되니까 양도세가 필요하다는 식의 반대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노미리 변호사는 “양도세 과세의 주요 취지는 과세형평”이라며 “하지만 경제적 실질이 비슷한 다른 금융상품과 과세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림대 문성훈 교수는 “시행 전 여러가지 이슈들에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단순히 세수확보차원이 아니라 합리적 과세 장기로드맵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도 볼멘소리다. 한 참석자는 “불과 2년전 FX마진거래의 경우 증거금상향으로 거래가 1/10토막났으며 이 업이 패쇄됐으나 해외중개회사 데이터를 보면 오히려 거래가 10배나 늘었다”며 “이 같은 아이러니한 현상의 원인은 불법대여, 미니업체들로 개인투자자가 이동한 탓이며, 파생양도세부과시 개인투자자들이 불법거래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패널로 참석예정된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다른 참석자는 “시행령에 부정적인 사람끼리 하는 토론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이같은 토론회에 금융당국이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도 반영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측 패널로 불참한 기획재정부 황병하 금융세제팀장은 “아직 시행령이 마무리가 안되는 등 내부적 일이 많았다”라며 “주최측에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안토론에 거론된 이월공제, 상계허용 등이 시행령에 반영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황병하 팀장은 “이미 실무에서 논의했으며, 업계의 의견도 검토했다”라며 “거래소 17개 파생상품 가운데 2개로 파생양도세범위를 좁혔으며 적용되는 세율도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파생양도세가 도입된다는 설명이다.
황 팀장은 또 “올해부터 시행되는 것이 아니며 1년동안 공식적, 비공식적 건의사항을 수렴한다”라며 “하지만 이들 내용이 새롭게 제기된 것은 아니며 산업별로 시각이 다르듯 서로 다른 의견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