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약경쟁률 194.9대 1, IPO역사상 청약증거금 최대
제일모직 IPO가 대박을 터트렸다. 거액의 뭉칫돈이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몰리며 IPO시장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4시 마감된 제일모직 공모주청약에서 일반투자자 배정물량 574만9990주에 11억2057만3920주가 몰리며 청약경쟁률은 194.9대 1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청약증거금이다.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새 몰린 청약증거금은 무려 30조649억3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 공모주 증거금인 19조8944억원, 지난달 삼성SDS 공모주 청약 증거금인 15조5520억원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공모청약의 새역사를 쓴 것이다.
흥행원인은 저금리에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부동자금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삼성지배구조개편기대감으로 상장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거의 2배나 급등한 삼성SDS의 학습효과도 반영됐다. 특히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데다, 오너지분이 많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됐다. 실제 제일모직 지분은 지난 9월말 기준 이재용닫기


공모주시장의 새역사를 쓰며 인수관련 증권사도 웃음짓고 있다. 먼저 인수수수료다. 총공모금액 대비 기본수수료는 0.8%, 성과수수료로 0.2%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인수수수료의 경우 대표주관사로 가장 많은 주식을 인수한 KDB대우증권은 약 35억8000만원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등 공동주관사 3곳은 각 28억9000만원, 인수증권사인 삼성증권 22억80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인수물량이 1.5%인 신한금융투자·하나대투증권·KB투자증권은 각 1억8000만원으로 낮다.
청약증거금에 따른 이자수익은 덤이다. 규정상 청약증거금은 납입일인 15일까지 한국증권금융에 나흘동안 예치해야 한다. 이때 금리는 연 1.25%(3일 금리 0.0103%)다. 청약자금이 30조인 것을 감안하면 주관인수에 관련된 증권사들은 대략 41억원의 이자수익도 얻을 수 있다.
한편 대표주관사로 청약시장에 새역사를 쓴 KDB대우증권은 흥행성공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KDB대우증권 IPO부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IB하우스의 능력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1조5,237억원에 달하는 대형IPO를 그것도 국내증권사가 단독대표주관사로 진두진휘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신규 고객 확보 주력, 보수적 투자성향으로 한계
30조원으로 뭉칫돈이 증권사로 몰리며 리테일지점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청약을 위해 신규계좌를 계설하고 거액의 뭉칫돈을 집어넣은 투자자를 신규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위험을 대폭 낮춘 금리+알파형 특판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일모직 청약투자자를 대상으로 약 2000억원 규모의 특판 ELB를 마련했다. 은행예금을 겨냥해 상품설계를 원금보장쪽에 가깝게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수익률은 3.26%로 은행예금에 비해 높고, 개인당 한도는 50억원으로 확대했다.
KDB대우증권 WM클래스 센터장은 “공모주투자자의 경우 위험을 꺼리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가 많다”라며 “이같은 투자성향을 반영해 위험을 대폭 줄이면서도 좋은 금리를 주는 특판상품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는 청약환불일에 맞춰 조기상환기회를 높인 ELS를 내놓고 있다. 첫스탭의 경우 삼성증권은 85%, 신한증권은 80% 수준으로 위험을 낮추며 수익달성기회를 높인 특판형ELS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은 개인의 경우 1억원 한도로 금융가입과 연계한 특판RP도 판매중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신규고객창출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들은 삼성SDS, 제일모직 등 확실한 공모청약에만 그것도 막대한 규모의 자금으로 올인하는 투자패턴을 갖고 있다. 위험을 극도로 꺼리는 청약공모주 투자자의 특성상 특판RP 외에 이들을 공략할 은행예금수준의 안정성과 금리+알파를 겸비한 금융상품이 마땅치않기 때문이다.
한 WM지점장은 “사실 확실한 투자기회를 노리고 지점에 청약하는 자금들은 영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며 “좀더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대출 등을 끼는 등 환불일에 갚아야 하고, 워낙 안전한 것을 선호하는 탓에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에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