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법 완화해 실명확인 방식 다양화해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은행 수익성 제고를 위한 영업채널 혁신을 위해 효율적인 채널 및 점포전략 방안과 이를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비용절감을 위한 점포망 축소가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자칫 고객이탈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채널·점포 운영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차원의 채널·점포 운영 전략 외에 온·오프라인 채널 간 가격차별화를 허용하고 실명확인 방식의 다양화를 위해 금융실명제법을 완화하는 등 제도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의 채널·점포 효율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수익성 제고, 점포축소가 답은 아냐”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은행 고객의 금융거래 이용습관이 기존 점포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고객의 점포 의존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은행의 수익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글로벌 은행들은 비대면 채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점포망을 재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점포의 수가 감소됐다.
그러나 서 위원은 “비용절감을 위한 점포망 축소는 자칫 고객이탈에 따른 수익기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점포의 역할 재정립, 영업시간 조정, 창구 폐쇄, 직원교육 강화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에 따르면 해외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허브(hub) 역할을 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점포를 재배치하거나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미니점포를 설치하기도 하고 직원교육을 강화해 직원 한 명이 모든 은행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혁신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영업점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BoA(Bank of America)의 경우 중요도가 약한 지역에 대해 지점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쇄해 허브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단순한 업무만을 처리할 수 있는 위성지점을 배치해 보완했다.
미국 웰스파고(Wells Fargo)는 기존 점포공간의 1/3 수준인 미니점포를 개설했다. 별도 창구는 없고 ATM, 태블릿 PC 등을 갖추고 필요 시 직원이 상담한다. 공간확보가 어려운 대도시 중심으로 설치해 운영비용을 40~50% 절감할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오레건주의 작은 은행이던 움프쿠아(Umpqua Bnak)는 점포를 금융업 관점의 지점(branch)을 소매업 관점의 상점(store)로 재정의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했다. 방문객이 카페처럼 차를 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고 또한 1명의 책임자를 제외하고는 같은 계급의 만능직원이 거의 대부분의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 또한 직원들은 호텔리어 교육을 받기도 한다.
스웨덴 1위 은행인 한델스방켄(Handelsbanken)은 지점 분권화를 강조하며 지점장에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지점장이 점포위치 선정부터 인사권, 대출승인, 상품선정과 가격결정까지 담당한다.
◇“기존 점포 직원 근본적 변화해야”
해외 은행들의 성공사례를 국내 은행에도 적용하기 위한 점포 운영 전략으로 서 위원은 우선 점포직원의 역할을 변경하고 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대부분의 단순거래 업무는 비대면채널을 통해 이뤄지면서 점포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기존 점포 직원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은행들이 미니점포나 혁신점포를 개설하더라도 기존의 대규모 점포와 거의 동일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BoA의 점포 모델을 참고해 다양한 형태의 전략을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혁신점포의 경우 단기 실적주의를 배제하고 일반 점포보다 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IT기술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향후 복합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채널 운영 전략으로는 “체계적인 멀티채널 전략을 수립해 이행하고 비대면채널의 금융상품 판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서 위원은 말했다. 또한 콜센터 활용도를 높이고 IT기업과의 업무제휴 필요성도 제안했다.
◇콜센터, 계열사 간 정보공유 완화 필요
서 위원은 국내 은행들의 성공적인 점포 및 채널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 온·오프라인 채널 간 가격차별화를 허용하고 현행 금융실명제법을 완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채널을 재편하기 위해서는 채널 간 비용차이를 고려한 가격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앱과 점포는 운영비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바일앱에서 제공하는 상품은 더 높은 금리나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감독당국에서는 인터넷과 모바일에 친숙하지 않은 장년층 등 비대면채널을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을 차별대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널간 금리 차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한 국내 은행들이 비대면채널로 고객을 유인하는데 가장 걸림돌로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정규 직원이 직접 고객을 만나 신원확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 은행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도입한 미니점포가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콜센터 영업규제를 완화해 판매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종류를 확대하거나 계열사 간 정보공유 규제를 완화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및 제품개발과 복합점포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서 위원은 주장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