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한국리스크학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주체한 ‘2014 국제정책심포지움’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행사에 참가한 생·손보업계 관계자들은 보유 계약의 CSM(계약 서비스 마진) 산출 어려움 등을 토로했다. ‘IFRS4 2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발표가 우선돼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현재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준비가 미흡, 준비 시기가 짧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 CSM에 대한 어려움 토로…“업계, 지급여력금액 인정해달라”
이날 심포지움에서 가장 큰 주목을 끌었던 부문은 ‘계약서비스 마진(이하 CSM)’이다. IFRS4 2단계는 보험부채 항목으로 현행 순보험료/부가보험료 구분에서 영업보험료(BEL), 위험조정(RA), CSM으로 세분화해 구분·정립한다. 보험사들은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장래이익의 현가 성격인 CSM와 RA를 부채로 추가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CSM에 대해 실무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업계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IFRS4 2단계 도입시 가장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으로 ‘기존 보험계약의 CSM 산출’이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과거 상품 DB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CSM 산출이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고충이다.
이날 심포지움 발표자로 나선 배형국 신한생명 부사장은 “신계약과 달리 과거 계약은 DB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인해 CSM 산출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IFRS4 2단계 전환시 보유계약에 대한 CSM의 실무적 산출이 제일 어렵다”고 설명했다.
IFRS4 2단계 도입시 급락이 예상되는 RBC비율과 관련해 CSM 활용법도 제시됐다. 부채로 구분되는 CSM을 지급여력금액으로 인정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다. 또 다른 발표자였던 황희대 동부화재 상무는 “과거 상품의 CSM 산출이 어렵고, 산출이 이뤄졌다고 해도 부채로 구분되는 IFRS4 2단계에서 RBC비율과의 연계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자산, 부채 규모가 현행 회계기준과 달라지는 만큼 장래이익인 CSM에 대한 지급여력금액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IFRS4 2단계는 장래이익을 기간별로 인식, 장래손실은 즉시 인식함에 따라 지급여력금액이 급감하게 된다”며 “CSM을 지급여력금액으로 인정할뿐 아니라 위험조정(RA)을 보험위험액 산출시 차감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보험부채평가 전환…“유지율·손익중심 판매전략 제고 불가피”
심포지움에서는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해 ‘국내 보험산업 탄생 이후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3번째 사건’이라고 명명한다. 배형국 신한생명 부사장은 “IFRS4 2단계는 오는 2018년 유럽과 국내에서 도입된다”며 “외국의 경우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만큼 여파는 미비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보험시장은 1990년 시장개방,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에 따른 보험사 도산 등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부채 평가방법 및 사업비 인식 요소가 변화돼 RBC비율(지급여력비율)에 영향을 미치고, 영업의 패러다임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바뀌는 보험부채 평가방법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제시됐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는 보험부채는 현행 순보험료 기준(사업비 제외, 마진포함), 원가평가(보험계약약시점 적용) 방법에서 영업보험료 기준(사업비 포함, 마진 분리), 시가평가(매 평가시점 적용)로 평가방법이 바뀐다. 그간 보험부채 평가항목에서 제외됐던 사업비 포함, 평가항목에 포함됐던 마진 제외 등으로 보험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배 부사장은 “IFRS4 2단계는 영업보험료를 기준, 사업비가 포함되고 마진이 분리된다”며 “부채 평가 시점 역시 원가기준에서 매 평가시점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채 추가 정립 항목(계약서비스 마진, 위험조정) 등에 따른 자본감소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 여파로 자본잠식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비 이연제도 변화에 따른 영업 패러다임 변화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신계약비·유지비만 사업비로 분류된다. IFRS4 2단계는 직접사업비(직접사업·유지비), 간접사업비(당기비용처리)로 구분한 뒤 사업비로 포함한다. 이연기간도 현행 7년에서 보험기간으로 전환되고, 표준해약공제액을 기준으로 국한했던 이연한도 또한 제한이 없어진다.
배 부사장은 “사업비 직·간접 구분의 업계 공통기준이 필요하다”며 “사업비 관련 기간별 손익 왜곡 현상이 해소돼 보험영업의 초점이 신계약에서 유지율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대 동부화재 상무는 “IFRS4 2단계 도입으로 보험계약의 매출액 인식이 현행 저축·보험요소에서 보험요소만으로 한정, 현재 절반 수준으로 매출액이 감소될 것”이라며 “특히 저축성 보험 판매에 대한 판매전략 변화(매출중심 → 손익중심)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모집채널 성과평가체계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업계, “국내 산업 특수성 고려도 이뤄져야”
보험업계는 보험부채 평가 및 CSM 산출 외에도 국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고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읍소했다. 해외와 달리 복잡한 상품구조를 가지고 있고, 과거 고이율보증 상품이 많은 점을 고려해달라는 요구다.
국내 보험상품을 보면 종신, 질병, CI, 어린이보험 등 해외 대비 복잡한 보장 급부 설계로 이뤄졌다. 상품내 다양한 옵션(최저보증, 중도환급, 추가납입, 유니버셜, 갱신, 연금전환 등) 역시 존재한다. 금리연동형 상품으로 인해 보험·저축요소 분리의 어려움 또한 국내 특수성 고려 요구의 이유다.
배형국 신한생명 부사장은 “복잡한 상품 구조를 반영한 정교한 미래현금흐릅 추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IFRS4 2단계는 글로벌 통일 회계기준 적용이라는 당위성이 존재하지만 국내 보험상품의 특수성을 IASB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감독국 팀장도 “IFRS4 2단계 도입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업계의 적극적인 도입 준비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국내 보험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유배당 상품 분류 범위 등의 의제를 IASB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업계 관련 준비 미흡… IASB “변경시 과거계약 통일기준 소급적용 불가피”
국내 보험업계의 IFRS4 2단계 도입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Andrew J.Barret 한국 ING생명 부사장은 “한국 보험업계가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보험시장은 같은 시기 IFRS4 2단계를 도입하는 유럽과 비교해 관련 인력이 부족하고, 시작도 늦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로 한국 보험업계가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여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조금 의문이 든다”며 “관련 인프라가 미흡한 가운데 보험업계에서 계리·회계인력 확충을 위한 자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arret 부사장은 충분한 논의가 없는 IFRS4 2단계 도입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관련 인력 확충과 더불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기업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늦게 준비하고 매우 빠르게 결과를 도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IFRS4 2단계 도입은 이 같은 한국기업의 특성을 배제하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ASB에서는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국내 보험업계에 요청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Stephen Cooper IASB 위원(Board Member)은 회계 기준 변경에 있어 소급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Cooper 위원은 “한국이 IFRS4 2단계 도입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금융시장 및 금리변화로 상황이 달라져 이행 CMS가 높아진 가운데 보험부채규모가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에 따라 과거 상품의 CSM 이행가치가 높아진 것이 문제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접근방법을 달리해 할인률 문제 등을 해소한다면 한국 보험시장에서도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도입에 따른 우려 보다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