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계영업장애 핵심규제 완화, 고객동의로 은행증권 통합상담 가능
침체에 빠진 증권사 BIB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이 계열사간 복합점포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은행, 증권간 연계영업을 제한했던 족쇄가 사실상 풀렸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대대적인 금융규제개혁안을 발표됐다. BIB와 관련한 복합점포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방안은 6대 핵심과제로 뽑힐 정도로 규제완화수준이 파격적이다. 복합점포는 현행 규정상 고객보호와 불건전한 영업행위 방지를 위해 은행-증권간 전산공유 금지, 점포의 물리적 분리, 방화벽설치 등 규제가 뒤따랐다. 하지만 계열사간 공동점포운영, 원스톱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 등 시너지를 위해 영업장애요인으로 작용했던 핵심규제를 거의 풀었다.
내용을 보면 먼저 점포의 물리적 분리의 경우 사무공간 구분방식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출입문 공동이용도 허용한다. 사무공간을 벽이나 칸막이가 아니라 바닥에 표시된 선으로 구분을 허용해 사실상 은행 증권간 물리적 장벽이 사라진 셈이다.
고객의 미공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벽도 대폭 낮아진다. 현행 고객이 정보제공을 할 때마다 고객동의가 뒤따라 은행직원과 상담 이후 별도로 증권직원과 상담할 경우 재정상태, 희망사항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등 사실상 정보공유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고객이 정보제공을 동의할 경우 은행, 증권 모두 기간, 목적, 투자성향 등의 정보공유가 가능하다. 은행, 증권을 아우르는 원스톱자산관리상담이 가능한 셈이다.
이 가운데 방화벽철폐는 BIB활성화의 최대수확으로 꼽힌다. 고객정보제공을 전제로 은행 PB, 증권 PB가 함께 재정상황, 투자성향 등을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 포트폴리오를 짜는 등 자산관리서비스에서 업권의 제한이 사실상 철폐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보제공을 고객이 스스로 동의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유출과 전혀 다르다”라며 “자기정보제공의 결정권을 고객에게 부여한 것으로 고객의 선택에 따라 예금, 적금, 펀드, 주식 등에 대해 통합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BIB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풀리고 완화되며 증권사 BIB의 재기 발판이 마련됐다. 현재 지주계 증권사마다 BIB를 두고 있으며, 각자 전략도 다르다. KB투자증권의 경우 리테일지점 고정비용 최소화 차원에서 BIB를 접근하고 있다. 총 11개 지점 가운데 10개가 모두 BIB다.
지난 몇년 사이 BIB지점의 문을 닫았던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BIB 확대로 전략을 수정했다. 프라이빗뱅킹(PB)과 인베스트먼트뱅킹(IB)을 합친 PIB센터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강남지역 등에 5개의 PIB센터를 설립했으며, 증권사 IB사업부에서 발굴한 독창적, 다양한 WM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 신한금융투자 윈윈형 성과공유시스템으로 성공, 전체 자산 27% 차지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BIB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지난 2011년말 신한PWM서울센터로 첫발을 디딛 뒤 2014년 7월 현재 25개점 PWM센터가 영업중이다. 위험을 대폭 낮추고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신개념 ELS같은 은행과 증권을 아우르는 다양한 상품라인업이 강점이다. 25개 센터에서 전체총자산 27%, 1억이상 고객수 24%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리테일지점으로 자리매김했다. 규제완화로 복합점포의 활성화 공은 증권사에게로 돌아갔다. 그간 BIB의 침체는 규제뿐 아니라 불합리한 은행 증권간 성과시스템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은행 PB가 우량고객을 증권PB에게 소개해주더라도 기존 은행-증권 직원간 성과공유시스템으론 은행PB가 손에 쥐는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은행PB입장에서는 힘들게 관리하는 VIP고객을 굳이 증권PB에게 소개시켜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더블카운팅제도의 도입을 통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더블카운팅(Doubla counting)’은 은행고객이 증권 창구로 넘어올 경우 예탁자산과 성과를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협업에 대한 실적을 은행, 증권PB 모두에게 잡아준다는 것이다. 특히 인센티브까지 반영하는 윈윈형 더블카운트제도가 정착되면서 은행증권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 지점이나 PWM센터에서나 판매수수료는 똑같다”라며 “인센티브의 경우 증권이나 은행 PB들에게 거의 비슷하게 배분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 증권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성과공유시스템마련이 BIB성공의 열쇄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지점의 급여체계가 증권은 인센티브가 중심이고 은행은 기본급 중심”이라며 “성과를 똑같이 공유하려면 각기 다른 조직의 성과급체제 등을 바꿔야 하는데, 급여체계를 전체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성과공유시스템마련이 관건”이라며 “성과공유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시너지를 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 BIB(Branch in Branch) = 점포 내 복합점포를 뜻한다. 이와 비슷한 BWB(Branch with Branch)는 한곳에 복도를 두고 나란히 은행, 증권사 지점이 있는 형태다. 이곳에서 은행, 증권 등 계열사를 아우르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