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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대 ‘惡’ 아닌, ‘樂’으로 머물길

김미리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4-07-02 22:03 최종수정 : 2015-03-25 22:49

[기자수첩] 4대 ‘惡’ 아닌, ‘樂’으로 머물길
말 많고 탈 많던 ‘4대악보험’이 드디어 출시됐다. 출시 전부터 실효성 논란과 포퓰리즘 등 논란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우려됐던 것은 시장성 없는 애물단지 ‘전시형 상품’이 또 하나 느는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행복을지키는상해보험(4대범죄보장)’으로 최종 명명됐지만 여전히 4대악보험으로 불리고 있는 이 상품은 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자녀들이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사회적 안전망 확대를 위한 공익목적의 보험으로 생활보호대상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자녀 등 19세 미만의 취약계층이 우선가입대상이며, 지자체·학교 등을 통한 단체로만 가입이 가능하다. 보험료 부담도 1~2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성폭력 등 민감한 사항 등을 다루는데다,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파장이 클 것으로 지목돼 보험가입자 및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 개인식별정보를 원천적으로 보유하지 않고 별도의 코드를 부여하는 형식으로 시스템을 적용토록 했다.

출시 전부터 잡음이 컸던 만큼 준비에 공을 들였지만 정책성보험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크다. 녹생성장을 부르짖던 이명박 정부 시절, 강력히 추진했던 자전거보험은 몇몇 지자체가 행정차원에서 단체로 드는 것을 제외하면 이미 명맥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에서 주도해 만들었던 장애인전용 곰두리보험도 연간 100여건 판매를 겨우 넘기는 정도다.

이처럼 정책성보험이 흥행했던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4대악보험을 비롯해 장애인 연금보험, 고령자 실손보험 등 정책성보험을 대거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시각은 더 크다.

현대해상 외에도 일부 보험사들이 같은 상품개발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 ‘돈이 되지 않는’ 상품인데다 사회의 주목까지 받고 있어 후발주자로 나설 곳은 없는 것으로 점쳐진다. 당국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사회공익적 차원에서 상품을 만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지만, 업계는 대놓고 말은 못해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할 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업계 중 누구 하나가 총대를 메고 상품을 만들면 끝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정책성보험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보험들이지만 정착할 바탕이 없으면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도태된다. 취지만 좋을 게 아니라, 공급자도 수요자에게도 좋은 보험이 되어야 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당국에서 아무리 좋은 구슬을 만들어 내라 독촉을 해도 보배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수익이 나도록 상품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팔리는 상품’이 돼야 하는 것이다. 탁상행정이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정책성보험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출시 이후에도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활성화를 위한 보조 역시 필요할 것이다.

4대악보험은 출시 전 불었던 주목(?) 아닌 주목으로 이미 홍보효과는 톡톡히 봤다. 아직까지 가입의사를 타진한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4대 惡보험이 모두에게 ‘樂’ 소리 나는 보험으로 자리매김해 정책성 보험의 본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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