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원 20% 축소, 근속 3년차 이상 희망퇴직 추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부족했을까?, ‘증권업 불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것일까? 삼성증권이 최근 전격적으로 2차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 직무를 재배치하는 전환배치방식으로 인원조정에 나선 바가 있다. 불과 1년도 안되 다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들며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직급, 업무상 인사이동이 아니라 관계사로 회사를 옮기는 인사조치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1차 구조조정 때보다 그 강도가 훨씬 세다. 전환배치가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노력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 구조조정은 인원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 11일 사내방송을 통해 “어려운 시장환경으로 증권업 자체가 저성장·저수익 산업화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또한 온라인과 모바일 금융거래 확산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어 점포와 인력운영 면에서 새로운 개념의 영업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적자를 넘어 회사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와 비전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서, 특단의 경영효율화 조치를 단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차 구조조정은 김사장이 ‘특단’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전방위적이며, 강도도 훨씬 세다. 그가 제시한 경영효율화조치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인력효율화, 점포체계개편, 비용절감추진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인력효율화의 경우 임원을 30명에서 24명으로 6명을 줄인다. 축소대상에 2명의 부사장이 모두 포함돼 부사장직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직원은 근속 3년차 이상이 대상이다.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직급에 따라 퇴직금에 더해 위로금이 지급된다. 직급별 퇴직금이 부장 1억8500만원, 차장 1억5000만원, 과장 1억2000만원 수준이고 연차에 따라 2500만원~7000만원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부장급 2억6000만원, 차장급 2억2000만원, 과장급 1억6000만원수준으로 추정된다.
◇ 업계 1위 구조조정으로 업계 인적구조조정 확산가능성
단 희망퇴직 신청자 가운데 직원이 원할 경우 계약직신분인 투자권유대행인 전환을 추진하고,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전환한 직원에 대해서는 사무공간, 고객기반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희망퇴직규모는 1차 구조조정 때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1차 구조조정 이후 2011년 3400여명이던 임직원수는 지난해말기준 2736명으로 약 20%(563명) 정도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그 규모가 1000명을 육박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들리지만 경영진인 임원을 20% 해임한 것에 비춰 이와 비슷한 비율로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그 규모에 대해 정해놓은 바가 없다”라며 “이번주부터 희망퇴직신청을 받으며 접수가 끝난 뒤 정확한 희망퇴직규모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점포체계도 개편된다. 대형지점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변화된 고객거래행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권 규모 점포 간 인접성 등 감안해 ‘점포수’를 줄이고 ‘점포면적’ 축소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임원경비의 35%를 삭감하고, 임원의 해외출장시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등 임원부터 비용절감에 솔선수범하는 등 극한의 비용절감이 추진된다.
이번 2차 구조조정이 업계에 불똥이 튈지 초긴장상태다. 증권업불황이 깊고, 또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삼성증권이 구조조정을 공식화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삼성보다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안좋은 상당수의 증권사 구조조정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업계 1위 증권사가 또다시 구조조정을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어렵고,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수익원다각화가 시간이 걸리는 장기과제인 상황에서 시장침체가 계속 이어질 경우 생존을 위해서는 구조조정말고 뾰족한 수가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