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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일반은행 확산, 갈림길 섰다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3-05 22:50 최종수정 : 2014-03-06 12:22

기은 기술평가시스템 가동…국책은행이 선도
“창조금융 수행에 필수, 은행권 확산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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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일반은행 확산, 갈림길 섰다
기술력 평가에 기반한 자금중개나 여신제공이 일반은행에까지 확산될 것이냐 아니면 공공성 강한 국책은행만의 과제로 국한되느냐 갈림길에 섰다. 그동안 기술력 기반 금융을 선도해 온 국책은행들은 마침내 일반은행들에게 기술금융 새 물결을 일으키는데 동참할 것인지 의중을 타진한 셈이 됐다.

기업은행이 여섯 달에 걸친 채비 끝에 지난달 말 ‘기술평가시스템(IBK T-Value)’ 가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 돼 앞으로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리면서 과연 국책은행들 만의 특이한 사업모델에 그칠 것인지까지도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1954년 설립 때부터 기술력 평가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역사를 지닌 산업은행은 물론 해외 대형프로젝트 이행보장성을 따져 보기 위해 기술력평가에 공을 들였던 수은까지. 기업은행과 더불어 이들 국책은행들은 업력이 짧아 여건이 불비한 중소기업들 여신심사 때 기술력 사업화 가능성과 주력제품 시장성 등을 정성적 평가 항목에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해 왔다.

여기에 더해 기업은행까지 기술력평가 전담팀을 신설하고 본부 승인 대출에 평가를 의무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적어도 국책은행 세계에선 기술금융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이다. 물론 아직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일반은행에 기술금융이 접목되거나 부분적이나마 기술력 기반 금융에 뛰어드는 일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물음을 놓고 금융계가 뚜렷한 결론을 내린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포화됐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국내 시장 비관론에 맞서서, 아직 틈새는 충분히 있고 국내 다른 금융사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도 배울 것은 있다는 문제의식을 지닌 반론은 꾸준했다. 기술금융은 이같은 부딪힘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 기은 팔 걷어 붙이니 산은의 진화과정 새삼 떠올라

특히 담보에 의존하는 금융에서 벗어나 정성적 지표에서 주거래 고객을 발굴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비춰 보면 시중은행이라고 마냥 외면하기란 곤란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옅긴 해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기업은행은 영업점장 전결 범위를 뛰어 넘는 대출 및 투자에 대해 기술평가를 의무화하고, 대출 심사 때 본격 활용하고 나섰다. 새로운 평가시스템은 기술평가 의뢰 및 평가서 작성, 평가결과 확인 등 기술평가의 모든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IB지원부 정의혁 팀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적잖이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담보가 부족한 기업이나 업력이 짧아 (대출심사의 근거로 삼을 만한)재무제표가 잘 갖춰지지 않은 신생기업이라도 생산설비와 제품, 기술개발 인력, 특허권 등 여러 면을 살펴서 대출 또는 투자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영업점이 기술평가시스템을 통해 거래기업의 기술평가를 의뢰하면 본점 기술평가팀은 이를 평가하며, 평가 진행 현황 및 결과는 물론 기술 및 특허 자료 등도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향후 축적된 기술평가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자체 기술평가모형을 개발하는 등 기술금융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평가 중심 조직과 여신확대 조직 이미 분화 일어나

앞서 기업은행은 기술평가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평가팀을 신설하고 전기·전자·정보통신·자동차 등 9명의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팀장을 비롯한 은행원 출신 4명의 인력과 함께 기술평가 진용을 짰다. 기업은행이 본격 가세함에 따라 국책은행들의 기술금융 수행이 시차를 두고 기업금융 시장에 파급 효과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1954년 설립과 함께 전문부서로 기술평가부를 운영했던 산업은행은 지난 정부 시절이던 2012년 9월에 이미 평가 수행 중심의 기술평가부와 지적재산권(IP) 대출 등 새로운 틈새 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기술금융부가 분화되는 진화를 거친 바 있다. 당시 강만수 회장은 ‘테크노뱅킹’ 강화를 추진, 2013년 1월 IP구입자금대출, IP담보대출, 기술·IP사업화금융 상품을 출시를 이끌어 냈고 같은 달 설립된 ‘KDB 파이오니어 지식재산권 편드’는 최근까지 10개에 이르는 중소·중견기업에 500억원을 지원해 놓은 상황이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이공계 출신 인력 채용을 꾸준히 했던 인프라 면에서의 차이에다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낮은 업무를 꺼리는 시중은행 특성상 기술금융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여신전략상 강점을 확보하려는 특정 업종으로 좁혀서 시도한다면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우수고객을 발굴하는 성과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우량기업 과잉경쟁 벗고 틈새 지향 은행에 유효

수출입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정보 DB구축 사업과 기술신용평가사(TCB) 설립이 결실을 맺으면 외부 기술력 평가 인프라에 도움을 받아 자금중개 틈새를 노리는 방법도 검토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서 전담인력을 많이 두거나 전담조직을 갖추기가 어려워서 외부 인프라를 이용하더라도 기술금융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프로세스와 인적·물적 투자를 병행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와 재무재표 의존형 신용평가에서 벗어난 관계형금융이 활성화 돼야 창조금융이 꽃필 수 있다는 지적은 단순한 정부정책 순응을 뜻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시대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결코 경시해서는 안될 무게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일부 지방은행이 무료 컨설팅을 통한 기업고객 지원에 나선 것처럼 주요 영업 지역에 대한 배타적 경쟁우위 확보를 겨냥한 기술금융 강화에 나설 유인은 충분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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