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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은 토종 ‘연인의 날’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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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3-05 22:04 최종수정 : 2014-03-06 12:44

한국예문화연구소 하중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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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은 토종 ‘연인의 날’이다!
경칩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로 봄과 생명을 알리는 전령사이다. 초목에 물이 오르고 만물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이 시기에 이르면, 겨울잠을 자던 동식물과 벌레들도 꿈틀거리기 시작하며 완연한 봄의 시작이고 청춘남녀의 가슴마저 설레게 한다. 그래서 ‘놀랄 경(驚)’에 ‘자는 벌레 칩(蟄)’자로 경칩(驚蟄)이라 한 모양이다. 경칩은 24절기 중 입춘·우수에 이어 세 번째 절기로 양력 3월 6일 무렵이다.

이때 산천의 봄은 시작된다. 씨 뿌리는 수고가 있어야 가을결실을 거둘 것이므로 이때부터 일손이 바빠지고, 경칩 날에 보리 싹의 성장상태를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새 봄의 통통한 미나리 맛은 봄의 싱그러운 먹거리며,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 수액은 위장병 등 건강에 좋다고 하였는데 요즘도 고로쇠나무의 물은 인기가 여전하다. 이처럼 경칩은 봄의 상징이자 생명의 시동이었다. 누군가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축제들이 전해져온다.

고대 로마에서는 2월 보름께 ‘루페르카리아’라는 축제날에 젊은 아가씨의 이름을 적은 종이쪽지를 상자에 넣고 동수의 총각이 뽑아 짝을 지어 주는 ‘사랑의 날’이 있었다. 초콜릿을 주고받는 서양 ‘밸런타인데이’도 봄의 길목 2월 14일에 있고, 히말라야 고산족은 2월 보름날에 활쏘기 대회를 벌이는데 마을의 젊은 아가씨들은 그 현장에서 맘에 드는 사수(射手)를 지명하여 달밤에 짝을 지어 춤추며 신나게 밤을 새웠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 같은 ‘사랑의 날’이 있었을까. 우리는 예부터 남녀의 만남에 엄격했으면서도 토종 ‘연인의 날’이 있었다. 봄의 시동인 경칩 날 은행나무 주위를 돌며 은밀히 사랑을 다지며 은행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 사랑이 통해 열매를 맺는 순결한 사랑의 상징이다. 초콜릿보다 달콤한 가히 한국적인 은은함과 싱그러움이 배어있는 토속 ‘밸런타인데이’인 셈이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고대 로마시대 성 발렌티누스(St. Valentinus) 사제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1910년 안중근의사가 일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일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우연인지 1958년 일본의 모 과자회사가 “이날 하루는 여자가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자”는 캠페인으로 교묘하게 초콜릿선물을 하도록 유도한 날이고, 초콜릿장사로 재미를 보자 1970년대에 “2월 14일에 받은 사랑을 3월 14일에 남자가 보답하자”고 광고한 것이 ‘화이트데이’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우리 겨레의 민족문화는 다채로우나, 일제강점기까지 근·현대를 거치며 억압되고 실종된 문화가 헤아릴 수 없다. 국적불명의 기념일을 흉내 내기보다 일제강점으로 일시 중단되고 잘살아보자는 구호 속에 잠시 잊힌 전통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볼 때이다. 전통과 문화는 지키는 자의 것이며, 미래는 과거와 현재가 만들어내는 결정체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희롱당하는 느낌의 ‘초콜릿’ 보다 민족혼과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이 그립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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