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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소비자보호원 분리가 능사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4-02-16 18:27 최종수정 : 2014-02-16 18:58

[데스크 칼럼] 소비자보호원 분리가 능사일까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은 진정 책임이 있는 사람들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최근 상황을 놓고 가장 자주 듣는 반문이다. 고객정보 ‘불법 절취’ 규모가 동메달 감이라는 집계까지 나왔지만 사태 수습과정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금융계 안에선 도도히 흐르고 있다.

여신업계에선 지금 진행 중인 국회의 국정조사가 열리기 전 이번 국회의원들의 활동 중에는 중인들의 배꼽을 잡는 촌극이 펼쳐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소리들이 난무했는데 실제로 헛발질 ‘몸 개그’가 나타났다. 역대 국회를 되 떠올려 보면 의원들 대다수가 금융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채, 그리고 잘 파악하려는 노력은 뒷전인 채 의정활동을 펼치곤 했던 적이 대부분이었다. 국정감사장은 막무가내식 호통이 자주 들릴지언정 대안 제시나 미래지향적 식견을 바탕 삼은 수준 높은 공세는 찾아 보기 힘들었던 이유.

상임위 구성 결과 금융정책 및 감독당국을 정무위원회가 관장한 이래 시쳇말로 ‘물 좋은’ 상임위로 꼽히면서 힘 꽤나 쓰는 국회의원들이 적잖이 포진한 것치고는 내용과 수준은 기대이하이기 일쑤였던 현실적 배경이 거기 있다.

국회의원 뿐 아니라 보좌관이나 비서관들 역시 금융업 현장의 생리나 현실에 굉장히 어둡다는 시각이 금융계 안에선 지배하던 터였다.

그러니 문제의 핵심엔 접근하지 못하고 실제 상황과 무관한 걸 붙잡고 늘어지거나, 아는 사람이 보기엔 한 눈에 봐도 그렇게 우스꽝스럽기 어려우리만치 헛 다리 짚어 대는 장면이 속출한다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 잠깐 참고 지나면 그만인 회초리 체벌

그렇다 보니 정책 당국과 감독 당국은 의원들의 호통과 그저 그런 공세에 그저 머리를 조아리며 ‘이 또한 지나 가리라’ 생각하며 견디면 될 뿐, 오래도록 부담스러워 할 것도 없어 보인다. 비유하자면 부모세대가 학교에서 배운 일이 없거나 배움이 짧은 경우가 많았던 시절 초라한 시험성적표를 받아 온 아이의 종아리를 걷게 한 뒤 회초리를 드는 격이랄까.

학교 공부 경험이 많지 않은 부모나 형 또는 오빠들은 거의가 성적이 왜 이렇게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인지, 왜 더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인지, 회초리를 들고 폭력적 언사를 동원해 혼내는 것으로 자신의 책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무슨 연유로 학습의욕이 꺾여 있는지, 다른 고민 때문인 것은 아닌지 헤아리고 살핀 연후에 넉넉한 관심과 사랑으로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며 응원해주고 자발적으로 일어 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 줄은 모르거나 인색하면서 사후 엄벌만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그런 경우 회초리 매질 뒤엔 무슨 과목 점수를 얼마로 끌어 올려라, 반 석차를 몇 등까지 끌어올리라는 일방적 명령과 주문으로 마무리 하는 수순이 일반적이다. 간혹 10등 안에만 들면 뭘 해주겠다는 경품 이벤트를 곁들이기도 하면서. 하지만 그런 식의 처방은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극단적인 사례로는 아이가 한글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준 적 한 번 없으면서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가 한글조차 잘 모른다며 폭력을 가한 끝에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어느 가장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 성적이 쑥쑥 올리는 게 진정한 목적이고, 글을 제대로 읽고 쓰게 하는 게 진짜 목적이라면 그런 방식을 동원하는 게 정말 효과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 외양간 고치기는커녕 머슴들 혼내는데 열 올리는 격

그런데 이제 소를 그만 기를 것도 아닌데 외양간을 제대로 손보는 일보다 현장 머슴들이 죽을 죄를 졌다며 혼내는데 더 많은 심력과 시간을 기울이는 어느 지주 집안 이야기를 해야 한다. 쇠경을 덜 주려는 속셈으로 임시로 품삯을 받고 일해 주겠다는 사람에게까지 외양간 열쇠를 나눠 맡도록 했다가 소중한 소떼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머슴들 모두가 너무 태만한 나머지 아무도 제대로 된 문단속에 나서지 않은 바람에 소떼를 잃어버려서 영영 찾지 못하게 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외양간지기 업무를 임시로 맡겼던 남의 집 머슴이 주인은 물론 원래 그집 머슴들 몰래 소떼를 몰고 나갔으나 우시장에 팔러 가기 직전 덜미를 잡은 경우가 있다고 치자.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가장 공 들여 해야 할 일이 뭘까? 외양간부터 당장 고치는 게 맨 먼저고 머슴들이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도록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게으른 천성을 바로잡을 의지가 전혀 없거나 책임감이라곤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머슴들이라면 내 보내야 옳다. 내 보내는 대신 성실하고 야무진 일꾼을 들여서 뜻 모아 소를 잘 기르는데 다 함께 팔을 걷어 붙이면 된다.

그렇지만 사태는 엉뚱한 길로만 치닫고 있다. 외양간은 여전히 허술한데 새로 우두머리가 된지 얼마 안된 머슴은 당장 내쫓고 해당 외양간이 새로 소를 사들이는 일을 금지시킨 가운데 피해 파악과 보고 소리만 온 고을에 크게 울려 퍼지도록 열을 올리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냐고 혼만 거듭 내면서 날을 보낸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국회의원들은 법이 허술하다 그동안 당국은 뭐했냐 또 회초리를 든다. 회초리 맞으러 다리 걷은 당국의 수장들은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들 아니면 못할 일인양 버티고 물러난 머슴들이 성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였어야 할 대감마님은 침묵만 하고 있다.

하긴 외양간에 논밭에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대감마님들 불러 모아 제대로 호통치는 자리에 사진기자 불러 모으기는 좋아하면서 씨고구마인지 씨나락인지 구분도 없이 아무에게나 맡기는 일을 미리 방비하지 않은 사또들에게 무슨 근본 대책을 기대할 것이며 책임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카드대란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저축은행 사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던지 떠올려 보면 이번 대규모 고객정보 절취사건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

소외양간에서 터졌던 문제가 다음에 닭장에서 재현되거나 머슴과 외지에서 온 떠돌이 장수가 공모해 밭 째 수박을 도둑 맡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 때 또 대감마님들이 불려 갈 것이고 머슴들 못 믿겠다며 곤장을 맞은 뒤 내쫓기거나 이웃 고을에서 오라에 묶여 끌려 오는 머슴들 몇이 방송뉴스에 나와서 세상을 흉흉하게 할 것이다.

조정에서는 관아를 둘로 나누기로 했다. 하나만 뒀더니 미덥지 않다고 그런데 하나 더 생긴다고 이런 도둑과 내부 공모자를 근절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이들 관아를 감독할 조정의 벼슬아치들은 근본적 조치에는 항상 서툴렀고 하다 말기를 반복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율곡 선생 격몽요결 처세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벼슬 높은 사람은 항상 도리에 맡게 일을 행해야 하며 만약 도리에 따르지 못하겠거든 물러남이 마땅하다고(位高者는 主於行道하니 道不可行이면 則可以退矣) 우두머리 머슴 몇 내보낸 거 말고 달라진 게 없는 어떤 고을 이야기를 다른 나라 백성들이 알게 된다면 뭐라고 할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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