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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카드대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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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2-12 21:54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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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카드는 안녕들 하십니까?”

얼마 전, 카드사의 정보유출로 온 세상이 혼란에 빠졌을 때 어느 행사장에서 제가 한 인사말입니다. 요즘에 유행하는 말을 빌려 그렇게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말했습니다. “농협을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제가 농협에 오래 근무한 것을 사람들이 잘 아는 터라 그렇게 농담을 한 것이죠. 즐거운 농담이 아니라 쓰디쓴 농담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여러분들의 카드는 안녕들 하십니까?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저의 모든 정보가 완전히 털린 것을 확인했을 때 정말 화가 났습니다. 어찌 저뿐이겠습니까? 1500만 명의 신용정보가 몽땅 털렸다니까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다른 정보유출을 포함하면 대한민국 성인 모두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올 것이 왔습니다. 벌써 수년전부터 이곳저곳에서 여러 형태의 정보유출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습니까? 느닷없이 스마트폰으로 날아오는 스팸 메시지가 무엇을 뜻합니까? 정보가 새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분명한 징후가 있었습니다.

◇ 위기의식으로 철저히 무장하라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하나의 큰 사고에는 작은 징후 29번과 미미한 신호 300번이 온다고 합니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입니다. 문제는 그런 징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설마 우리에게?”라는 방심이 사고를 키우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파급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번의 카드대란은 보통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나의 예금은 안전한지, 누가 내 이름으로 엄청난 사고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신경 예민한 사람은 밤잠을 설칠 수 있습니다. 각 카드사의 객장마다 카드 해지나 갱신을 위해 북새통을 이루는 장면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카드 대란이 크게 보도된 날 아침. 밥을 먹다가 아들 녀석이 물었습니다.

“저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카드사의 임원들이 길게 늘어서 깊이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장면을 보고 하는 말입니다.

“짤리는 거지 뭐~.”

저는 잔뜩 화가 난 상태라 퉁명스레 강한 악센트로 대꾸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중에는 제가 잘 아는 후배도 있었습니다.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문득, 제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봤습니다. 저 역시, 같은 결과를 맞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왜냐고요? 혼자서만 악을 쓰면 뭐합니까? 우리의 풍토, 우리의 문화, 우리의 기질이 그런데 말입니다. 대충대충, 건성건성으로 하는 풍토와 문화, 기질 말입니다. 그것을 저라고 피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디지털시대입니다. 스마트시대입니다. 그러기에 아날로그식 사고방식으로는 어떤 재난에 봉착할지 모릅니다. 1930년대에 발견한 하인리히 법칙은 이제 맞지 않습니다. 300번의 징후가 아니라 별다른 징후 없이 곧바로 큰 사건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들 직장인들은 디지털·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사고방식과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지독할 정도로 꼼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밀한 시대에는 정밀한 사람만이 살아남으며 정밀한 조직만이 망하지 않고 견딜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이 칼럼난을 통해 ‘쪼다론’을 펼친 바 있고 ‘꼼꼼리더십’을 말한 바 있습니다. ‘쪼다론’이란, 오늘날에 있어서는 쪼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세밀하고 꼼꼼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공하려면 쪼다가 되라. 통큰 녀석 중에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젊은 시절을 점검해보면 거의가 소심하고 세밀한 쪼다들이었다. 그 쪼다들이 성공한 다음에 통큰 척 할 뿐이다”라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꼼꼼리더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리더가 꼼꼼하면 아랫사람들이 운신할 폭이 적어 소통이 경직된다”고 비판하지만, 리더가 ‘헐렁’하면 밑에서는 ‘난장판’이 되기 십상입니다.

세계 제1의 반도체 칩 생산회사인 ‘인텔’. 1990년대에 최고의 성장세를 확보하여 오늘날의 인텔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나이 들고 높은 지위에 올랐음에도 현장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했습니다. 그는 “CEO는 큰 그림만 그려서는 안 된다. 현장감 있는 전문지식으로 세부사항을 꼼꼼하게 챙길 것(passion for details)”을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정보화시대요 마이크로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의 생존방식은 세밀함과 꼼꼼함입니다. 이번의 카드대란을 보면서 어쩌면 ‘내게도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스스로 반성하며 업무를 챙겨야 합니다. 그러니 않으면 언제 ‘짤릴 지’ 모릅니다.

◇ 이렇게 밖에 못하나?

뼈아픈 ‘사족’하나 덧붙입니다. 이건 사족이 아니라 ‘몸통’일 수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사후대책이라고 내놓는 게 고작 그겁니까? 수천만 고객들이 가슴 졸이며 이렇게 살게 할 겁니까? 그 엄청난 조직과 예산, 인재를 갖고도 범죄자들의 수법을 당해내지 못합니까? 대통령의 말대로 ‘진돗개처럼 물고 늘어지지’ 못합니까? 화끈하고 확실한 대책을 못 만듭니까? 아무쪼록 국민들이 안녕하시게 해야 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관련기관과 그 책임자들은 또다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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