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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설문화의 변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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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1-27 11:11

하중호 소장(한국예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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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유명절인 ‘설’은 역사의 고난만큼이나 많은 변천을 겪었다. 설의 이름마저 설, 신정, 구정, 조상의 날, 다시 설로 전전했다.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것으로 전해지는 설은 일제 침략이 시작된 19세기말 고종황제가 갑오개혁의 하나로 양력을 공식력으로 사용하면서 설도 양력으로 바뀌었고, 일본은 강점이후 더욱 억압적으로 양력 신정을 강요하였다. 하지만 신정은 왜놈의 설 또는 관(官)의 설로 치부되었고, 설은 구정이란 이름으로 전통을 이어져왔다. 광복이후에도 고유 설이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 이유는 이중과세라는 명목이었고 달력에 표기되지도 못했다. 85년 뜬금없이 ‘민속의 날’이 되었다가, 20여 년 전인 89년에야 비로소 ‘설’의 명칭을 되찾고 민족대명절의 자리로 복귀했다.

이처럼 설이 한때 옛일을 기억하는 민속일쯤으로 격하되거나 신정(新正)의 강요에 밀려 구정(舊正)이라는 오명을 쓰는 등 설만큼 수난과 변천을 겪은 명절도 없다. 설은 크게 차례(茶禮)와 세배(歲拜)로 상징되며, 시절음식은 떡국이요 한과는 강정일 것이다. 떡국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이고, 떡국의 가래는 마음대로 늘어나니까 이처럼 수명도 늘어나라고 떡국을 해 먹었다고 한다. 놀이문화에는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널뛰기, 지신밟기 등 겨우내 움츠렸던 건강과 하체운동을 위한 민속들이 많이 전해져온다.

이제 설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예나 지금이나 귀성전쟁으로 고속도로는 여전히 몸살이지만, 90년대 들어 역류현상이 일어나 설을 쇠기 위해 고향에서 서울로 오는 부모들의 역귀성이 생겼다. 성묘도 아예 설전후로 미루는 현상은 교통사정 때문이겠지만, 여행지 콘도에서 차례를 지내는 진풍경이 보이고, 심지어 인터넷 동화상으로 세배 드리는 첨단파도 등장했다. 또 설날에 빼놓을 수 없는 세뱃돈문화는 조선후기에 전래된 것으로 본시 우리문화가 아니다. 대신 어른은 아이들에게 덕담을 하고 과자를 호주머니에 한 움큼 넣어주었다. 세뱃돈은 귀여워주는 과자 값 수준이 아닌 부담이 될 정도라면 본래의 미풍이 아닐 것이다. 없어진 설풍속도 많다. 새해의 복을 받는다는 민속에서 섣달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어김없이 골목을 누비던 복조리장수의 목소리는 요즘 들을 수 없고, 길조인 까치가 새해 기쁜 소식을 가져오리라는 설 전날인 까치설은 어린이들의 동요에서 겨우 기억되고 있다.

이 같은 많은 전통 민속이 구한말 양력이 채택되면서 시대와 함께 빛이 바랬고, 더욱 일제의 강점과 민족혼의 말살 책으로 설 쇠는 사람을 핍박하고 어린 학생의 도시락을 조사해 설음식을 싸온 학생을 벌주기도 하였다. 적어도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문화민족이다. 중요한 것은 설이 가족 간 유대감을 굳히는 민족공동체의 시간이라는 점이며, 같이 고향을 찾고 같은 시간에 같은 한국인이라는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명절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 것이 낯설고 오히려 외래의 것이 더 친숙하다면 모순일 것이다. 글로벌시대에는 내 것이 곧 힘이다. 점차 사라져가는 민속들이 연말연시가 되면 새삼 더욱 그립다.



관리자 기자 adm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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