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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목지신(徙木之信) 주거니 발기자진(發己自盡) 받거니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4-01-12 21:16

정희윤 은행팀장

[데스크 칼럼] 사목지신(徙木之信) 주거니 발기자진(發己自盡) 받거니
공자 살아 계셨을 적에도 그랬고 조선 사림들이 떵떵거리던 때에도 그랬다고 한다. 도무지 도(道)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 타고 바다를 돌러 가겠다고 탄식하기에 이른 것을 부해지탄(浮海之歎)이라고 한다. 논어 공야장편에 나온 말을 사자성어로 줄인 것이다.

조선 사람들이 적은 글에서도 오늘날 예(禮)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탄식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원시유가(儒家) 때는 추상적이었던 도의 개념을 구체화한 것을 신유교라 하고 주자학이 그 중 대표적이며 조선시대 지식인은 주자학이 전부였음에도 예가 지켜지지 않음을 탄식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일단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지적하는 통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스로 하늘과 땅이 정한 이치를 궁구하며 생각과 행실이 바르지 않은 경우가 있지는 않은지 혹 누군가 자신의 과오를 일컬으면 반드시 바로잡으려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정신. 초월적인 존재로서 신을 상정하지 않는 유가는 인간 이성에 뿌리 박은 무섭도록 지독한 성실함과 돈독함을 채찍으로 들고 스스로를 후들겨야만 일어 서 있을 수 있었던 구조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유가는 홀로 천명(天命)을 깨닫고 홀로 해탈하는 걸로 그치거나 좀체 존재하기 어려운 이상향에 거하는 것을 지향하는 대신 현실 인세의 뭇 사람들을 교화시키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명의식에 투철한 사람들이었다.

◇ 소한과 대한 사이 추위가 더욱 살을 에는 느낌인 까닭

또한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인(仁)이란 한자 자체가 사람이 둘 이상 함께 함에 있어 다해야 할 도리를 뜻한 것이어서, 지위 높은 군주와 그를 보필해야 하는 신하간의 관계조차 의(義)가 돈독해야 하며 군주는 자애로움으로 신하는 충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들었다.

정말 이대로 됐다면 지금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신의는 어디 가고 불신이 팽배한지. 자애로운 굽어살핌이 없다며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비판은 어찌나 매서운지, 기록적이라는 북미지역 추위까지는 아니어도 요 몇일 간 절기 상 소한과 대한 사이 추위만큼이나 아프고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멀리 가지도 말고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래 요즘처럼 서로 말을 트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을까?

지난 세밑과 올 새해를 거치면서 만난 당국 관계자들과 금융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되돌아 보면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하는 반문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새해 역시 만만치 않아서 어쩌나 조바심을 내는 사람에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하기 일쑤였던 처지에서도 항상 헤쳐 냈으니 걱정하지 말자는 전형적인 덕담 건네는 셈 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게 보고 말면 될까? 곱씹어 볼수록 개운치 않은 뒷맛은 무엇인가. 일단 늘 어려움과 함께 했다는 설정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어려움이 불가항력적이거나 우리 통제권 밖의 외생 고난인 것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 더욱 수용하기 어렵다.

◇ 금융업도 고용창출, 수익창출 건배에 담긴 바램이 겪을 비운

새해 금융기관 인사회에서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업도 고용창출! 금융업도 수익창출! 금융업도 해외로!” 건배에 가장 간절한 기원을 담았다. 사회와 시대가 요청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환원 임무를 끌어 안았고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경제를 일으키려면 반드시 필요한 수익창출 역할 또한 담았으며 경제 성장과 후생 제고를 겨냥한 해외진출까지 아울렀으니 어찌 아니 가슴이 뛰겠는가 만은.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이 귀 속을 파고드는 게 생시에 겪은 일이었던 것이다. 고용창출 좋은 말 상차림은 은행원 고액연봉 시비 멍석 위에 관에서 찍어 누르기 채용 주문 소반에 놓여진 형국이다. 수익창출 꽃 묶음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꼬박 꼬박 챙길 줄이나 안다는 그릇된 의식이 고여 있는 꽃병, 그 꽃병은 나쁜 점만 극대화시키는 획기적 재질로 만들어진 꽃병에 담아 둔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업에는 왜 삼성이나 LG전자, 현대차가 없느냐는 질문이 아직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데 해외로라는 구호 답창을 하기가 왜 이리 기운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것인가. 수출 외발로 버텨 온 우리 경제를 다루는 대중매체들의 기획물이 부쩍 눈에 띄는 새해 동구 밖에 우리는 함께 서 있다. 수출의 역할과 위상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수출품과 내수용 가격차는 빼더라도 수출주력 기업들이 지난 정부 때 환율로 입은 수혜, 경제민주화 등 정당할 수 있는 비판까지 면제받았던 우월적 입지는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초국적 위상을 향유하는 제조업체들더러 국내 은행에도 예금 넣고 자금관리를 맡겨 달라고 할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진정한 글로벌 현지화 금융시대는 열리지 않는다.

◇ 믿음과 존중이 없는데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는 게 가능한가

사목지신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진시황이 중국 첫 통일천하를 이루기 전 윗대에 있었던 일로 법치주의 세상을 만들어 그 전까지 그냥 변방 제후국이었던 나라를 일약 강대국으로 끌어올린 혁신을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법 개혁을 주도하던 ‘상앙’은 새로 만든 법을 공포하기 전에 성문 밖에 길이 3장의 나무를 세워둔 다음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면 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좀체 옮기려는 사람이 없다가 한 사람이 옮기자 진짜 줬던 일이다. 연후에 새 법력을 공포했고 불평하는 백성이 속출했지만 법을 어기면 설령 태자라 해도 태자를 지근거리에 모시던 사람들에게 육형을 내리는 엄격함을 유지했던 이야기다.

터무니 없어 보이는 약속이지만 보란 듯이 지킨 것처럼 법령을 철저히 적용한 것이 국운 융성의 동력이 됐다는 긍정적 면이 있는 반면 너무 가혹하게 적용하다 상앙 자신은 비참하게 죽고 만다.

금융업이 왜 초국적 위상을 지니지 못했는가. 그런 원대한 꿈을 꿀 자유를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왜 대기업 부실여신이 당시 상위권 은행들에 가득히 넘쳤던가. 관치 낙하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어느 새 잊어 버렸다. 그리고 아직 반복되고 있던 어떤 은행에선 어처구니 없는 내부 비리 사고가 났다.

법령과 감독규정 그리고 금융사마다 내규는 훌륭히 갖춰져 있는데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은행원이 금전사고를 저지르다니. 법대로 처벌하면 끝날 일인가? 절대 아니라는 항변을 속으로, 자기들끼리만 숨죽여 술잔에 녹여야 하는 현실이 엄존하는 한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 있을까.

공자께서 어느 날 한가지 이치가 만 가지를 꿰뚫고 있다고 하나 증자가 곧바로 맞사옵니다 답했다. 선생께서 밖으로 나가시자 무슨 말씀이냐고 다른 제자들이 물었을 때 했다는 답이 충과 서(恕)까지 논할 재주는 아직 부족하지만 충은 조금 알아차려서 전해보려고 한다. 자기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 끝까지 다하는 것을 충이라고 주자는 풀이했다. 고객의 행복을 내 행복처럼 몸과 마음을 다하는 금융인들로 넘쳐 나기를 바란다면 본디 사람이면 갖고 있는 좋은 마음을 일으켜 끝까지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소비자보호, 해외진출, 사회적 책임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자꾸 혼내고 꾸지람하기만 하면서 그나마 이치에 안 닿는 매질이 함께 섞인다. 고객 대신 수고를 하는 금융인이 바르게 살기를 바란다면 그래야 하는 것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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