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조재린 연구위원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2020 :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규제의 현재와 미래’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당국은 보험사 자본 강화와 더불어 보험료 인상 억제, 부채적정성평가 강화안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용자본 감소와 요구자본 증가가 동시에 발생해 2015년에는 생보사 23개사 중 11개사의 RBC비율이 150%에 미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금융감독당국은 보험사의 RBC 신뢰수준을 현행 95%에서 99%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IFRS 2단계 도입을 대비한 부채적정성평가 강화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저금리에 따라 표준이율이 인하되었음에도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가격규제도 동시에 시행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계획대로 2015년까지 RBC비율 강화시 요구자본이 최대 3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채시가평가 강화로 생보사의 경우 책임준비금이 최대 16%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경우 당기순익 전액을 내부유보로 대응해도 5개 생보사만이 5년 이상 지나야 150% 선을 회복할 것”이라며, “두 규제에 대응해 현행 RBC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권발행이나 유상증자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당기순익 확대를 통한 내부유보 방안 모색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시장조력자의 입장에서 보험사의 보험료 결정 자율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규제리스크 완화 방안으로 보험료 결정 자율권 보장이 거론되자 보험업계는 반색을 표했다.
동부화재 황희대 상무는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지적해 줬다”며, “RBC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 등으로 가용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보험산업을 둘러싼 최근 환경에 따르면 외려 손익구조가 악화될 것으로 보여,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한 고수익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재무건전성 관련 규제간 영향과 상호작용을 고려한 종합적인 로드맵제시가 필요한데, 부채적정성평가 강화를 우선 시행하고 자본규제의 경우 정성평가에서 정량평가 순으로 순차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화생명 박상용 상무는 “재무건전성 규제의 정책수립 과정에 있어 현업의 비지니스모델과 상품사이클 등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줘야 한다”며,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 등에 따른 영향도 클 것으로 보여 단계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도입되는 제도들이 기존제도와 많은 부분에서 달라 현업 담당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착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감원 박용욱 보험감독국장은 “재무건전성 규제와 관련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조절해달라는 업계의 건의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며, “실제 일부 시행시기를 연기한 부분도 있으며, 향후 보험사들이 지속적인 자본조달이 용의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업계의 상황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시행시기를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 사회자로 참석한 한양대학교 오창수 교수는 “보험업계가 무조건 시행시기를 늦추고 제도를 완화해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제도를 회사내부모형으로 받아들여 유리한 부분에 대한 자체적인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은 부정적인 관행 등의 개선을 통해 보다 합리적으로 제도를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