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장변화에 포트폴리오대응 역부족
“안전자산인 국채에서 어떻게 손실이 날 수 있나요?” A증권사 리서치헤드는 투자설명회에서 채권의 원리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국채가 돈이 떼일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으로 쿠폰(이자)를 챙기고 절세효과가 있다는 증권사의 말만 믿고 샀는데, 불과 1년도 안되 수익률이 폭락하자 애꿋은 리서치센터장에게 하소연을 한 것이다.
A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의 점진적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손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산배분차원에서 일정부문 손절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증권사의 자산관리가 잇딴 악재들로 위기를 맞고 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손익이 출렁거리는 브로커리지와 달리 자산관리는 VVIP들의 포트폴리오설계에 따른 금융상품판매를 통해 불황에 상관없이 매출이 발생하는 안정적 수익원으로 증권사들이 올인하는 부문이다.
하지만 시장상황에 대한 잇단 판단미스로 신뢰를 잃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증권을 필두로 대형사들이 밀어붙인 국채30년물판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2년 9월 첫 선을 보인 국채30년물의 경우 삼성증권은 부자들의 필수투자자산으로 판단, 타사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 발행물량 가운데 절반을 인수하는 과감한 배팅을 했다. 이 물량은 거액자산가 중심의 개인리테일에서 전액소화시켰으며 당시 금리가 1% 하락할 경우 한두 달 내에 약 7% 안팎의 자본차익을 거둘 수 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거래대금에 따라 약 0.6%~1.2%의 수수료를 챙겨 FY2012년 3분기 실적개선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은 완전 딴판이다. 지난 5월 버냉키 쇼크로 예상을 깨고 금리가 3%에서 4%로 약 1% 넘게 급등하자 국채30년물은 포트폴리오에 독으로 작용한 상황이다. 채권수익률이 채권만기(듀레이션)×금리변화로 결정돼 장기물일수록 채권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특성상 약 15~20%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WM본부장은 “국채30년물은 단기가 아니라 장기투자가 기본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은행금리의 두세 배의 수익이 거뜬하다는 단기투자 쪽에 마케팅포인트를 맞췄다”라며 “당시에 많은 수수료수익을 올렸으나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입었다”고 꼬집었다.
◇ 과당경쟁조짐 수익성악화에 대한 우려
브라질채권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거래대금침체로 코너에 몰린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비싼 브라질채권 판매로 만회에 나섰다. 만기수익률이 7~9%대로 은행금리보다 2~3배가 높은데다 이자, 환차익에 대한 비과세혜택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종료축소 논란에다 외환위기가능성까지 부각되자 브라질통화인 헤알화가치가 폭락하며 환차손을 대거 입은 상황이다. 이밖에도 동양사태로 중위험중수익 대표주자인 ELS도 된서리를 맞았다.
한편 자산관리도 과다경쟁으로 수익성악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화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증권사의 자산관리 시장은 경쟁 심화에 따라 판매마진이 점차 하락중”이라며 “게다가 최근 증권사가 우량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채권, 랩 등이 큰 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기존의 밀어내기식 판매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또 “신뢰를 주는 브랜드 유지와 안정적인 매출이 양립하지 않는다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해 구축한 고비용 조직에 대한 판관비가 실적개선에 부담요인”이라며 “앞으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판매하면서 안정적인 자산관리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