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분리와 사명변경에 대한 사항을 의결했으며,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대주주로서 이사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던 보고펀드는 경영위원회 설치를 통해 회사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경영위원회는 대표이사가 가진 권한을 일부 위임해 운영하게 되는 일종의 합의체 기구로 보고펀드 박병무 공동대표와 동양생명 구한서 대표이사 등 2인으로 구성돼, 동양그룹의 위기와 관련된 업무의 최종 의사결정을 담당하게 된다.
즉, 현 경영진이 영업, 상품개발, 자산 및 조직관리 등 일상적인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경영위원회는 계열분리와 사명변경 및 동양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포함해 그룹관련 언론·법률적 대응을 모두 담당할 예정. 현재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의 지분 57.6%를 보유한 대주주며,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이 동양생명의 지분 3%만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동양그룹의 위기상황이 가속화돼 기업가치와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부분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동양그룹과 완전히 독립된 경영체제의 구축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본래 동양생명의 계열분리는 주주간 계약으로 인해 동양그룹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사실상 동양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라며, “공정거래법상 대주주 기업집단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동양생명 역시 대주주 집단의 계열회사로 볼 수 없어 그룹의 승인 없이 계열분리를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이 사실상 해체되고 있어 동양생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잃었다고 보는 것. 공정위 기업집단과 황원철 과장은 “계열분리 판단에 있어 그룹승인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실제 그룹 지배력의 유지여부가 법적인 관점에서 중요 판단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분리 판단은 통상적으로 30일 정도가 걸리지만, 사안에 따라 시일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의 2 ‘기업집단으로부터의 제외 규정’은 회사가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해관계자의 요청에 의해 기업집단의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계열분리 여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쯤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이 이처럼 계열분리를 서두르는 것은 독립적인 경영 선포를 통해 그룹의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함이다. 동양그룹의 위기가 이슈화 되면서 대규모 해약사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반면, 사명변경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하자는 판단이다. 사명변경에 따른 후폭풍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인데, 동양생명 내에서도 사명변경을 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명변경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
동양생명 관계자는 “사명변경은 영업력 강화, 기업이미지 제고 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CI교체에 따른 제반비용,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사명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 이후 동양그룹에 대한 리스크가 잠잠해 진다고 해도 사명변경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사항이기 때문에 이슈가 잠잠해져도 사명변경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단기적으로 결론이 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실무부서의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며, “동양생명 내부 분위기도 사명을 바꾸는 것이 득보다 실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불똥으로 홍역을 겪고 있는 동양생명이 계열분리, 사명변경 카드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