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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정책금융공사 진영욱 사장 이임사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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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0-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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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KoFC 임직원 여러분

이제 저는 지난 2년 여 동안 여러분들과 함께했던 이 자리를 떠나고자 합니다. 모두들이 느끼고 계시다시피 요즘의 시기가 우리 조직의 장래를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그 어려운 숙제를 여러분들에게 남겨두게 되어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여러분들이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했던 지난날 들을 잠시 회고해 보면, 저는 취임 초기부터 신설 기관인 KoFC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해서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성장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에 애써왔습니다. 제가 언젠가 기자들과의 대화 시에 우리 조직을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마는 우리는 태생적으로 대규모의 구조적 적자요인을 안고 출범했으며, 또 다양한 출신의 인력이 모여서 구성된 조직으로서의 발전적인 조직문화도 제대로 형성되어있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먼저 구조적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으며 자산 규모를 급속히 키워나가는 것이 불가피 했습니다마는 그렇게 하다보면 다시 정체성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조적 적자문제를 감수하고서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정체성의 확립에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을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서서히 자산을 키워나가면서 구조적 적자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한편 단기적으로 우리는 정체성 확립이라는 보다 중요한 명분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정책금융기관 개편 논의에서 드러났듯이 정부는 우리가 그 길을 가는데 충분한 시간을 주는데 지나치게 인색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이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국제화의 길을 가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믿고 KoFC의 국제화를 위하여도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국제금융 업무를 확대하고 해외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데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국제금융기구와의 Networking을 적극 추진했으며 해외 주요 기관에 대한 인력의 파견 근무를 통한 우리 직원들의 역량 확대를 위해서도 힘써 왔습니다. KoFC의 내적 Identity 확립을 위하여 새로운 조직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 문제 역시 제가 해결을 위해서 노력했던 분야였습니다. 하나의 조직이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조직만의 독특한 Color를 갖고 있는 진취적인 문화와 건전한 내부 질서가 형성되어야하며 신설 기관에 있어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저는 다양한 출신의 조직 구성원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구심체 형성을 위하여 그동안 꾸준히 힘써 왔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는 조직 일체감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고 자부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KoFC와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장래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제까지 저는 KoFC의 CEO로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것은 결코 조직 이기주의의 차원으로 폄하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왜냐하면 정책금융기관의 개편 문제는 단순히 기관 한두 개를 통폐합하는 수준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 산업 전체의 발전,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의 장으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하고 곤혹스럽기도 한 일이었습니다마는 제가 정부가 발표한 개편 안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던 것은 그 방안이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은 많은 분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국회의 논의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우리 금융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이제 저도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서 어떤 역할이 있는지 찾아 보고 여러분들의 노력에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犬馬之勞를 다 해나갈 생각입니다. 최근 저는 KoFC 내부에 흐르고 있는 패배주의의 문제를 지적한바 있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취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취하지 못한 것’과 ‘실패한 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실패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더 이상 노력하지 않고 그냥 무위도식 하는 상황’이야말로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제법 가득 찬 항아리가 주는 안온함일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또 한편으로 그 속에 비어 있는 작은 공간도 결코 그 의미가 작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건축가는 여백에 대한 계획부터 세우고 작곡가는 쉼표의 쓰임새를 먼저 고민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힘써 나가야할 일은 정책금융기관 개편 논의의 진행과는 상관없이 지금 우리가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일을 차질 없이 해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묵묵히 일해 온 그대로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중소, 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창조 경제 구현을 위한 정부정책에 보조를 맞추어나가면서도 신 성장 동력 산업과 지속가능 성장 촉진 산업에 대한 지원, 그리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지원에도 소홀하지 않음으로서 KoFC법이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는 우리의 Mandate를 충실히 해 나가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KoFC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우리의 역할을 확인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제 저는 KoFC를 떠납니다.

비록 임기를 다 채우지는 못했습니다마는 앞으로 저는 여러분과 함께했던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사장직을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훈장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 라고. 임직원 여러분,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2013. 10. 7

진 영 욱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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