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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널리 이롭게 하는 마음 회복할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3-09-15 18:27 최종수정 : 2014-06-22 13:00

“결국 큰 틀을 놓고 보면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 가깝게 흘러갈 수 밖에 없겠지요 만은, 그 올바름을 인정받아서 그렇게 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민간 영역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금융공기업 임원 출신 인사가 최근 통화에서 건네 준 이야기다. 4년 전 산업은행법을 고치고 정책금융공사법을 새로 만드는 일을 주도했던 조직들의 인적구성과 정체성(Identity)은 크게 바뀐 바 없는데 기존 정책이 완전히 뒤집히는 상황을 지적한 일침이다.

금융공기업에서 성장했던 탓인지 이 인사는 행정부의 힘은 아직도 막강하다고 강조했다.“국회요? 입법권 남용 우려 주장이 나올 만큼 입법부 권력이 커졌다고는 해도 정책금융재편 사안은 정부 뜻대로 흐를 가능성이 만만치 않아요. 게다가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으니까요.”

정부 여러 부처가 모여 합의를 끌어낸 방안이니 행정부의 국회 로비는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 행정부 일으킨 밀물 거스르거나 맞 부딪히는 물결

일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실제 적용과정에서 풀어 나갈 테니 원안 가결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사안이다, 등 집요하게 호소하면 영향력 센 의원입법안이 없는 경우엔 행정부의 공세에 못 이긴 의원들이 정부 안대로 통과시켜 주던 관행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부 방안이 곱게 통과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상황도 드러나고 있다. 적어도 지난 정부 때 철석같이 추진했던 걸 갑자기 뒤집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깐깐하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담당 상임위 위원장인 김정훈 의원부터 지난주 국회 세미나에서 ‘대내정책금융기구를 원위치(재통합) 시키겠다는 것 말고는 실효성 있는 개편 내용이 없이 용두사미 격으로 내놓은 방안’이라며 비판했다.

여당쪽 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식 의원은 산은으로 재통합하는 이유와 배경, 현행 체제의 문제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최선이라고 납득할 만한 구체적 이유 등을 반드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재통합에는 찬성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조차 당초 공사 분리를 반대했고 그래서 합의안을 만들어 놓고서도 여당 단독 통과를 강행했던 것이니 당시 추진과정의 부적절성을 추궁하고 그 이후 운영에서 드러난 득실과 장단점을 따져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논리적 옹호론과 당위성을 설파해 놓은 게 있는데도 이같은 반응이라면. 행정부는 누가 봐도 명명백백한 논리적 무장을 갖추고 설득하는 동시에 심도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할 처지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법 개정안 손질을 마치고 공식 제출하더라도 가시밭길을 걸을지 모르고 10월 국정감사 때 주요 과녁 가운데 하나로 꼽힐 공산이 크다.

◇백가쟁명 허상 걷고 보니 나타난 앙상한 민낯

새 정부 출범 초 의욕이 넘치는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진통 겪을 생각을 하니 안타까운데 진짜 안타까운 건 따로 있었다. 이번 재편 방안에서 한 다리 건너 살펴왔다는 한 대형은행 임원이 던진 말은 곱씹을수록 쓴 맛을 낸다.

“CIB를 키워 민영화한다며 산은이 달라진 건 고작 개인 수신을 늘린 게 전부인 양 몰아붙이는 여론이 횡행하더니 수신업무 단계적 축소 방침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기이했고 앞으로 어떤 정책금융을 일으키겠다는 것인지 청사진이 잘 안보인다는 생각에 난감하다”고 그는 말했다.

정부가 재편 방안 발표 이후 공들여 강조한 시장마찰 영역에 대한 축소방침에는 무슨 실효성 있겠나 하는 의구심을 품었노라고 털어 놓는 시중은행 간부도 만났다. 수신 업무와 관련한 이들의 평가는 ‘산은으로서는 애써 늘려 놓은 영업기반이 유실되니 크게 아깝겠지만 은행권 전체로는 그다지 영향이랄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산은의 은행계정 예수부채는 강만수 회장 취임 당시인 2011년 3월 18조원에서 지난 3월 41조원으로 급성장했다. 말도 안되는 역마진 상품이라고 공격받았던 KDB다이렉트에다 지점 숫자가 47개에서 82개로 늘어나는 등 과도한 영업확장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은행권 전체 은행계정 예수부채는. 1006조원에서 1120조원으로 늘었다. 산은 예수부채 통째 빼더라도 다른 은행들 예수부채는 오히려 늘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점포 역시 산하 자회사 나 주요 거래고객 건물에 입주한 미니점포나 BIB(점포 내 점포)를 빼면 시장마찰을 일으킬 만한 증가 수가 10개 미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CIB 전문기관으로 키워야 한다, 아니다 IB 통째로 대우증권에 넘기고 정책금융전담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가지각색의 처방이 이른바 전문가들 사이에서 난무했다.

◇ 회사채 정상화 방안과 산은과 시장과 이른바 전문가들

몇 안되는 정책금융 기구 가운데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둘 사이 문제에 국한된 평가나 진단, 그리고 정책금융 활성화 방도가 참 다양하게 도출되는 걸 보면 민주주의와 학문사상의 다양성이 너무 놀랍다. 때문에 이 글 앞머리에 인용한 인사의 통탄을 꼭 전해주고 싶다. “지금 가동한 회사채정상화 방안이 산은 IB기능 없이 가능할 것인지, 산은 IB기능을 넘겨 받은 대우증권이 민간에 매각되고 난 뒤에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현장 실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전문가들이 정부가 잘못 세운 정책을 바로잡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지경”이라는 이야기 말이다.

금융위는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라는 표현을 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개입했거나 금융공기업이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 기업을 인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시중은행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상당부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시장가격에 준하는 조건으로 회사채 발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지극히 자연스런 금융중개 기능의 일환으로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CIB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게 낫다고 하는 학계 전문가들이라고 일반은행, CIB, 자본시장법이 육성하고자 하는 IB와 현재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구조적 차이가 뭔지, 산업은행이 끌고 있는 구조조정 대기업과 기업은행이 돕고 있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단순 대출만으로 가능한지 아닌지 살펴보기나 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의견차가 있을지언정 철학적 기반은커녕 현업전문성에 바탕을 둔 실증적 논의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금융경제계의 현실이다. 4년 만에 판을 뒤엎고 나서긴 했는데 미래 청사진이 깔끔하게 그려지지 않는 게 민관 TF 논의를 거쳐 정부 부처가 함께 만든 정책방안이라니 무슨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 있을까.

동양고전 ‘대학’에 보면 이런 글귀가 있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주자는 이 글귀를 놓고 (사람마다 지닌 본성 그대로의)마음 바루기의 어려움을 반드시 살펴서(必察) 경건하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행정부 결론이 나와 입법부로 넘어가는 마당에 좁게는 정책금융, 실제로는 대한민국 금융산업 발전을 대하는 마음들은 올곧게 설 수 있을까. 금융인과 기업종사자 그리고 실물경제 모두 이롭게 하려는 마음은 회복될 것인가. 차분히 응시할 일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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