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해결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체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직 부정적인데다 제도마련 및 의장권(디자인권) 문제 등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 수리비 감축…‘대체부품 활성화’ 한 목소리
최근 10년간 자동차보험 지급보험금의 물적담보(자차+대물)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11년에는 전체의 60%를 넘어섰으며, 이중 대부분이 자동차 수리비로 지급되고 있다. 현재 외제차 건당 수리비는 280만원으로 국산차의 3배에 달하며, 최근 5년간 외제차 수리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30%, 등록대수 증가율도 25%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처럼 외제차 수리비가 늘면서 결과적으로 국산차 보험가입자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며, 손해율 증가로 인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는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보험업계 및 자동차업계, 학계, 관련 기관들이 모여 ‘수리비 개선을 통한 자동차보험료 합리화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대체부품 활성화’를 통해 수리비를 낮추자는 큰 틀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발제자로 나선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외제차 제조업체는 딜러에게만 독점적 부품 판매권을 제공해 경쟁이 없는 독점적 가격형성이 이뤄지고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불공정한 거래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비순정제품(Non-OEM)으로 불리는 대체부품을 활성화해 소비자의 접근성 및 선택권을 확대하고, 자동차 제조업체의 유통망과 독립정비업체 및 유통망 간의 상호거래 제한을 완화해 부품시장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부품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부품인증제도를 도입하고, 독립업체들의 부품생산을 위한 디자인권(의장권) 등이 고려된 순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이상돈 팀장도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위 순정품(OEM), 비순정품이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품질확보 여부가 우선되어야 하며, 민·관·정치권이 공동으로 대체부품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경쟁체제 마련 및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소비자 중심의 품질인증제도를 마련, 책임여부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상돈 팀장은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험수리작업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제공되어야 하며, 대체부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 및 부정적 시각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 신뢰구축’ 선결과제
무엇보다 순정부품(OEM)과 비순정품(Non-OEM)이라는 명칭이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켜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어 용어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대체부품들의 품질보증에 대한 안정장치를 마련해 소비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선결과제로 지목됐다.
YMCA 성수현 간사는 “비순정부품은 소비자들이 흔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받기 쉬워 용어개정이 필요하다”며, “순정부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대체부품의 마련과 이에 대한 품질인증의 안정장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관계 부처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용어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성 간사는 이어 “수입차 수리비가 국산차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는 1.5~1.7배정도 밖에 되지 않아 국산차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외제차 보험료의 현실화가 요구된다”며, “외제차의 수리비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고부품 폐기에 대한 정보도 소비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강병도 실장은 “대체부품에 대해 품질 사전인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필터, 범퍼, 후드 등 안전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수리부품에 한정하는 등 부품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도 “국가 또는 산하기관의 인증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의 보험수리용 부품 선택폭 확대 및 인하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입차 뿐만 아니라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정보공유를 통해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마련해 자연적인 가격안정화를 유도하고, 실사용자들을 늘리기 위해 대체부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마련을 위한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시행해 시장을 형성토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 자동차업계 “부작용 우려”
대체부품 활성화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들도 이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오재춘 이사는 “대체부품 활성화 미명아래 사전인증제가 강화될 경우 법체계상 제작사뿐 아니라 소비자도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대체부품은 안전운행에 별 지장이 없는 소모성부품에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최용국 이사는 “차량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제조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소비자들에게 대체부품 사용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부품에 결함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의장권 등 관련제도 정비
아울러 지적재사권에 해당하는 의장권(디자인권)과 관련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의장권 문제로 인해 독립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범용화된 제품들에 대해서는 (의장권과 관련) 누구든 생산할 수 있도록 공용화하고 있다”며, “의장권이 풀리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이 반드시 고려되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 된다고 해도 내부시장이 잘 조성되지 않을 경우 해외 카피제품이 대량적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교통안전공단 강병도 실장은 “한중 FTA 등으로 인해 중국의 인증되지 않은 카피부품들이 대량 유입돼 오히려 국내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며, “대체부품 시장과 인증체계마련,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산차 수리비 적정화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관련해 보험업계에서 지속적인 문제로 거론돼 왔으며, 업계의 대응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많은 업계들의 이익관계가 맞물려 있어 타협점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부품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민병두 의원 대표발의)이 이달 정기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등 관련 업계의 논의들이 지속되고 있어 수리비 감축을 통한 보험료 합리화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