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년 만에 엇갈린 생·손보사 M&A](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0717212508125807fnimage_01.jpg&nmt=18)
업계 관계자들과 M&A 얘기를 하다보면 종종 듣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됐던 말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은 유난히 보험업계에서 M&A가 화제였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AXA에 인수되고 그린손보는 유찰에 유찰을 거듭하며 떠돌이신세가 됐다. 생보사로는 ING생명과 동양생명이 매물로 나와 경합을 벌였다.
당시만 해도 생보사들은 제법 인기 있던 매물이었다. 어윤대, 이팔성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비은행 강화를 내세우며 인수의사를 밝혔고 외국 유수의 금융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반면에 손보사 매물들의 평가는 이와 정반대였다. 그럴만한 것이 매물 생보사들은 경영에선 문제가 없지만 그룹(본사)의 문제로 M&A 시장에 나왔던데 반해 손보사들은 모두 부실업체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상황이 꽤 다르다. 매물 손보사들은 모두 새 주인을 찾아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지만 생보사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동양생명은 M&A에서 발을 뺐고 ING생명은 이미 적잖은 데미지를 입은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리아비바생명이 이같은 난전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 우리금융 민영화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과 엮여서 팔리게 된 것. 게다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재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KDB생명도 매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0년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일이다.
KDB생명도 단독매물로는 팔기 힘들어 대우증권과 같이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줄을 이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내부 관계자들도 패키지 매각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졌다는 견해다. 시쳇말로 ‘끼워팔기’ 신세가 된 셈이다.
보험사 인수합병은 인수주체에 따라서 평가가 나뉜다. 비보험사가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것은 ‘라이센스’가 주목적이고 보험사가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것은 규모와 채널증강에 목적이 있다.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것은 나중에 되팔기 위한 것이다. 보험사 인수주체들의 상당수가 사모펀드인 현황을 보면 결국 몇 년 후에 다시 매물로 나올 것은 자명한 일.
지난해 외국계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M&A에서 유찰이 반복되면 그만큼 매물가치는 떨어지지만 그 부작용은 다른 생보사도 받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생보사가 유찰되거나 여러번 매물로 나와 시장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면 그 외 다른 생보사들도 시장에서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보험사 직원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혼란에 휩싸인다. 사명이 여러 차례 바뀌는 것도 마뜩치 않는데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보험사 자체를 불신의 눈으로 보게 된다. 물론 보험계약은 보호받고 이전되지만 한번 생긴 의심은 지우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