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잇달아 열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선임절차가 끝나자 “출범 다섯 돌이 임박한 종합금융그룹이면서도 경쟁그룹에 비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와 시가총액도 열세”라는 점을 직시했다.
지난 3년 동안 KB금융그룹 경쟁력을 몸소 겪은 관록은 곧장 “3000만에 이르는 고객과 1200개가 넘는 KB의 영업네트워크 강점을 바탕으로 경영성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나타났다. 자산성장은 건실하게 하면서 리스크관리에 힘쓰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 등을 핵심과제로 손꼽았다.
그러면서도 2만 5000여 전 임직원 모두가 주인임을 강조했다. 임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소통함으로써 체질을 개선하고 내실을 쌓아 글로벌 리딩금융그룹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전임 어윤대 회장은 물론 다른 경쟁그룹 CEO들과 차별화하는 리더십을 선보이기 시작한 만큼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 책임 막중 속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 예고
이날 이사회를 대표해서 나선 이경재 의장은 “3년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그룹 사정에 정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최적의 인물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취임식에 이어 기자회견에 나선 임영록 회장은 “대한민국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이어 온 KB금융그룹을 이끌게 돼서 영광”이라면서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는 등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 튼튼한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위치여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는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지난 3년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지내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리스크관리 총력 선언
곧이어 그는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 △리스크관리 △생산성·효율성 확대 △고객과 시장, 사회의 신뢰를 받는 금융그룹으로 도약 등 네 가지 주요과제를 제시했다. 소매금융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경쟁그룹에 비해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와 시가총액도 열세”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인 소매금융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다지면서 그룹의 성장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3000만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고객과 1200개가 넘는 영업 네트워크는 KB금융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고객 서비스역량과 영업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고 경영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전통업무인 수신과 여신은 적정 마진을 확보하고 우량자산 위주로 운영되어야 하고 비이자부문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또한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 또한 시급함을 직시한 듯 잘하고 있는 분야의 시장리더십은 더욱 확대해 나가고 부족한 분야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임을 주문했다. 리스크관리와 관련해서는 “부실여신을 클린화하고 신용손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기업과 소호여신 등 잠재적인 위험자산의 부실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하며 “운용자산의 다변화와 우량자산 중심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해외 사업장의 리스크도 상당히 커지고 있는 만큼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되 가용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들과 동반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한편 KB금융의 부실채권 관리 노하우를 공유해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채널 재검토 의지 불끈
아울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그룹의 창조적 도전과 역동적 성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앞으로 모든 제도와 프로세스는 고객과 현장중심으로 바꾸고 시장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나 채널도 재검토해 운영방향을 보완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한 “수익성 저하에 있어서 단순한 비용절감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어떻게 하면 생산적인 채널관리와 조직운영을 할 것인지,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전 임직원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필요하면 노동조합과도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 밖에 그는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 고객 정보나 금융소비자 보호활동도 적극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방침, 그리고 미래를 위한 기업의 창조경영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창조금융 활성화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전 임직원과 소통 강조
끝으로 그는 KB금융이 후원하고 있는 박인비 선수를 언급하면서 “(박 선수가)슬럼프가 왔지만 기본기를 다듬고 단점을 보완해 세계무대에 다시 우뚝 선 것처럼 KB금융도 체질을 개선하고 내실을 쌓아 현실의 위기를 넘어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2만 5000여명의 전 임직원이 확고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다면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직원들에 대한 격려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아울러 임 회장은 국민은행장 포함 계열사CEO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KB금융그룹의 안정적인 성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