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권트레이딩 발목, 1분기 실적 컨센서스보다 악화
증권사의 턴어라운드가 산너머 산이다. 고비를 넘기면 또다른 위기가 찾아오는 형국이다. 유래없는 거래대금침체로 지난 FY2012년 순익이 1년사이 거의 반토막이 났던 상황. 발목을 잡았던 거래대금이 6조원대로 반등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안도할 틈도 없이 채권 쪽에 대규모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2013년 1분기 실적(2013년 4~6월)이 금리급변동에 따른 채권평가손실로 예상치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FY2013년 1분기(4~6월) 커버리지 증권사인 삼성, KDB대우, 한국, 미래에셋, 키움 등의 합산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은 63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9.0%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5개 증권사가 못해도 1772~1804억원 이익을 낼 것이라는 게 시장컨센서스인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성적표다. 애초 시장에서는 최근 수수료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대금, 신용융자의 회복으로 실적정상화를 점쳤다. 실제 일평균 시장거래대금은 6.4조원으로 전분기대비 7.8%로, 신용잔고도 연초 3.6조원에서 최근 5조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채권 쪽에 실적이 악화되며 이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특히 채권운용 트레이딩의 경우 금리가 요동치며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채권시장의 금리는 비정상적이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놀고 있다. 지난 5월 연2.75%에서 연2.50%로 기준금리인하에도 채권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시점 이후는 정반대다. 채권운용트레이딩의 실적과 직결되는 국고채 단기, 장기금리(수익률)이 모두 급등했다. 가장 거래가 많은 국고채3년물 수익률은 6월 한 달새 2%에서 3%대로 급등했다. 나머지 중장기 국채도 비슷하다. 특히 국고채 20년물, 30년물은 지난달 24일 각각 3.85%, 3.92%로 거의 4% 턱밑까지 치솟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들쑥날쑥한 금리움직임으로 채권편입비중이 높은 대형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실제 삼성증권의 경우 채권운용 FICC부서의 5월실적은 금리인하에도 꿈쩍않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지난 5월 29일 11bp 오르며 하루에 약 30억원의 손실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사들도 채권보유규모가 약 1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롤러코스터상황에서 예상 밖으로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금리급등락으로 헤지효과 미지수
문제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엇박자가 커지며 채권운용에서 헤지를 하기에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증권사 채권운용부 관계자는 “금리변동리스크에 노출된 채권은 국고채, IRS(금리스와프)”라며 “보통 듀레이션기간을 늘리거나 줄여 헤지를 하는데, IRS 금리와 국채금리간의 역전현상이 발생하며 헤지효과가 잘 먹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권평가손실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단기매매계정에 편입된 채권 가운데 트레이딩 목적으로 보유 중인 금액은 많아도 5~10% 수준”이라며 “나머지 90% 이상이 RP, ELS/DLS, 소매/법인채권 등 판매상품의 성격에 맞춰 운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금리의 단기 상승 전환에 따른 채권운용 실적 악화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우다희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금리상승세가 다소 진정되고 금리역전폭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채권평가손 규모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