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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금융위 해체론과 금감원 통합론 사이]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감독 근본개편 태풍 부르나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3-07-15 08:01 최종수정 : 2013-07-17 20:52

학계 최근 의견 결집해 금융정책 이관 감독원 독립 확보 지적
97년 감독기구법 이후 공무원조직 권한집중역사 뒤집기 시도

[탐구-금융위 해체론과 금감원 통합론 사이]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감독 근본개편 태풍 부르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시킨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금융정책 현안 해법 마련에 나섰다가 가장 큰 낭패를 보고 있는 게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립에 맞물린 감독기구 개편 방안이다.

TF는 소비자보호처를 현 금융감독원 안에 두되 인사·예산권 등 독립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안을 강력 추천했지만 이같은 방안을 접한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에 부닥치면서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인 간담회에서 소비자보호기구 설치가 대통령 공약사항임을 재차 언급한 마당에 심사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 소비자보호기구를 금감원과 다른 조직으로 탄생시키느냐 마느냐 이전의 문제, 금융정책과 감독행정의 집행에 대한 근본문제에 대한 대안요구가 제출 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위가 청와대와 조율에 성공하고 관련 법률안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같은 근본문제 제기를 외면한다 하더라도 국회 검토 과정에서 조명이 이뤄질 여지가 있고 이와 별도로 학계 전문가들이나 금감원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근본적 문제제기의 한 축은 지난 4일 공동성명서를 내놓았던 금융분야 학자 145인과 이에 동조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형성했다. 이들의 주장은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통한 감독업무 독립성 확보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조직 분리 후 공적 민간기구화 △감독유관기관간의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 등이 핵심이다.

◇ 산업정책과 감독정책 분리=금융위 공무원 조직 최소화

또 하나는 정책과 감독업무 분리는커녕 금융위원회가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소비자보호기구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금감원 직원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건전성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의)분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라면 받아들이겠다”면서 금융위원회와 권한을 명확히 배분하고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기구가 출현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논의 출발점을 다시 잡자는 주장을 폈다.

이번에는 표명 방식이 투표를 거쳐 확정한 전직원 공동명의 성명서였다. 사실 학계 전문가들이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 강화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소비자보호기구 논의가 본격화된 이래 관련 학회와 금융연구원, 몇 몇 국회의원 등이 주최한 세미나 또는 토론회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빠짐 없이 거론했던 것이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업무의 분리와 독립을 전제로 한 견제와 균형 원리 구현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저축은행 사태 원인을 진단하면서 현행 통합 금융감독원에 집중된 정보와 권한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 조차 그 대 전제로는 금융정책과 감독기능 분리 원칙을 세웠고(2012년 11월 한국경제학회 심포지엄, 오정근 고려대 교수) 같은 심포지엄에서 김홍기 연세대 교수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돌려보내고 의결기구로만 남은 채 금융감독원 단일 보좌를 받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비자보호기구를 따로 분리 해 현 금감원이 거시건전성 감독에 전념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기획재정부가 국내외 금융정책을 통합 관장하고 금융위는 직전 모태인 금융감독위원회로 다시 돌아가되 공무원 조직이 최소화하거나 배제된 가운데 금감원의 최고의결기구로 단일화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다수 제시됐다.(2012년 10월 국회입법조사처, 은행법학회 공동 세미나 양기진 전북대 교수 등)

학자들은 지금처럼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통합 관장하면서 금감원의 감독업무까지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해왔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등)

금융정책과 감독기능 분리의 결과 의결기구로만 남는 금융위 또는 금감위는 금융감독을 집행하는 감독기구를 거느린 가운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당연하다는 견해가 두텁다. 단지 방법론적으로 총리실 산하 기구화 하거나 한국은행처럼 단독 독립 공적기구로 유지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뉠 뿐이다.

◇ 공권력적 행위 공적민간기구 수행에 문제 없다는 게 민간의 인식

학계 145인 전문가들이 금융정책의 기획재정부 이관과 금융감독정책 업무는 금감원으로 이관한 뒤 금감원 안에 금감위를 최고 의결기구로 자리매김 하도록 하는 파격적으로 보이는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역대 금감위 및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이 수호해온 공권력적 행위는 공무원이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거부하기 때문에 성립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을 뺀 모든 위원장이 금융경제관료 출신 일색이었던 것이 금감위-금융위의 전통이다. 공무원출신 금감위원장이 자동으로 금감원장을 겸임하던 시절부터 금감위 공무원 조직과 금감원 사이에는 업무분배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는 MOU를 맺기도 했으나 공권력적 행위를 민간인이 수행하는 것은 정부조직법 등 현행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앞세워 권한을 늘려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의 거듭된 검토 결과 국가의 간접행정기구로서 공적법인인 금감원이 법률이 부여한 금융감독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며 국회가 금감원을 무자본특수법인으로 설립한 취지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2012년 10월 김성수 연세대 교수 등)

학자들은 아예 1997년 12월 권역별로 흩어져 있던 4개 감독기구를 통합하고 금감위를 출범시키는 근거가 된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 최초 19명이던 금감위 사무국 공무원 조직이 점차 업무를 장악한 끝에 감독업무 독립성 결여,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 업무중복과 책임소재 불명확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진단했다.

여기다 이명박 정부가 국내금융정책 업무를 금감위와 통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융감독업무가 정부 경제 및 금융산업정책에 압도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학술적으로 논의하던 자리에서 개별화 됐던 진단인데 역대 어느 정부도 귀담아 들은 적이 없다 보니 한 목소리로 묶어 세운 측면이 크다. 그리고 제1원칙으로 현재 금융위 공무원조직이 금융감독정책 업무에서 손 떼는 것으로 설정한 것은 결코 하루 이틀 검토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해 보인다.

금감원 직원 공동명의 성명서 채택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성명을 주도한 직원비상대책위원회의 설명이지만 그 형식적 내용보다는 금융위원회로 확대 출범한 사실상의 정부부처에 대한 독립성 쟁취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금융계의 정설이다. 감독기구 개편 논의가 당사자는 물론 국회 등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마다 옛 금감위 시절에는 공무원조직과 이번에는 금융위원회와 감독업무 독립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역사가 있다.

◇ 통합 감독기구 정체성 위축 속 금감원 직원들 염원과 상당부분 교집합

지난 2003년 초 카드대란이 폭발하던 와중에 감독실패 책임론과 더불어 감독기구 개편 논란이 있을 때 금감원 직원들은 감독기구 개편 방안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집을 제시했던 적이 있다. 정계와 학계, 시민단체 의견을 광범위하게 참조하고 해외사례를 연구해 공식입장으로 표명한 것이다. 이어 지난 2008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가 금융정책기능을 통합하는 조직 설계를 추진할 때도 분량은 대폭 줄었지만 직원 일동 이름으로 자료집을 내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 반론을 편 바 있다.

금감원 직원들이 이번에 낸 세 쪽짜리 공동성명서는 92.95% 투표에 94.18% 찬성률을 뺀다면 저항의 약화라고 해석할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다. 그래도 비대위 조영균 위원장은 “지난 2003년에 밝혔던 주장이나 지금 하는 주장이나 큰 원칙과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며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통합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책임소재 불명에 빠지는 상황을 이 기회에 불식시키자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와 금감원 직원들에게는 금융위가 금융정책에서부터 감독정책과 감독집행까지 광범위한 권한을 지닌 현행 제도 근간을 뜯어고쳐야 하며 금융정책의 기획재정부 환원과 독립적 금감위가 의결기구로 자리잡는 금융감독원일 것이다.

다만 학자들은 “(가칭)금융소비자보호원 역시 공적 민간기구로 설립해야 한다”며 금감원 직원들과 갈라 서 있다. 이에 대한 금감원 직원들의 답은 시대적 대세이고 국민여론이면 따르겠다며 물러서면서도 예산의 조달, 인력 구성 등의 실질적 현안과 더불어 양 감독기구간의 역할 조정과 협업구조, 그리고 다른 감독유관기관과의 역할분담 방안을 치밀하게 짤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15년째 싸움, 국민을 위해 정리하고 싶다”는 이들의 바램이 이번에는 얼마나 이뤄질지 사회적 이슈로는 무르익어 있으나 향방은 최근 날씨와 판박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 * TF 통찰한 현실, 청와대는 알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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