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카드부문과 하나SK카드 실무자들로 구성된 이른바 ‘시장지배력 강화 태스크포스(TF)’ 직원들이 지주사 소속으로 발령난 것은 지난 1일. 이렇게 급선회하면서 독립경영 합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해온 외환은행 노조는 아예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며 대응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급선회는 노조를 더욱 자극했고 제3자가 보기에도 경영진쪽 설명과 다른 해석의 여지가 커진 것은 분명해보인다.
◇ 하나금융 한발 빼더니 갑자기 입장번복
지난달 27일 TF팀 가동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경영진이 추진하는 것임을 거듭 강조하며 TF팀 구성과 지원에 있어 한발 물러나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고 정확히 4일 뒤 지주사로서 최소한의 조율과 지원을 해주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한국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달 27일엔 “외환은행 쪽에서 주도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TF 구성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등 지주사로써의 이번 TF 구성과 지원에 대해 애매모한 태도를 내비쳤지만 7월 2일 통화에서는 “외환은행과 하나SK카드 직원들을 서로 옮길 수 없다보니 제 3의 소속인 지주사로 형식상 발령을 냈다”고 설명하면서 “지주사로서 최소한의 조율과 지원을 해줄 계획”이라는 입장을 번복했다.
또한 이런 과정 속에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심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 외환 노조, 합의위반 등 반발기류 여전 비상대책위 구성
외환은행 노조는 2일 “외환은행 카드TF팀 관련 직원 4명이 하나금융지주 소속으로 발령이 났다”며 “이번 발령은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통합을 위한 지주사 차원의 수순”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번 사태를 처음부터 기획 및 진행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에 엄중한 경고를 다시 전한다”며 “지난해 2.17 노사정 합의를 깨뜨리고 외환카드를 하나SK카드의 부실 해결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획책을 즉각 중단할 것”임을 촉구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의 파렴치한 도발에 맞서 비상대책위 구성을 포함한 전면투쟁을 펼쳐나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금융계에서는 카드TF를 놓고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기류를 잠재우지 못한 와중에 카드TF직원들을 하나금융지주로 발령을 내는 것은 카드통합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는 했지만 카드TF 직원들을 지주 소속으로 발령을 낸 것은 외환은행 카드부문과 하나SK카드의 통합이 현실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1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해외법인이 통합법인으로 출범할 가운데 카드부문에 이어 추가로 IT통합까지 이뤄지면 하나금융-외환은행 통합으로 넘어가는 수순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외환 경영진 “논의 주도하며 최선의 방안 찾을 것” 다짐
이런 가운데 외환은행 고위 관계자는 3월 한국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주사 인사발령과 관련해 “은행쪽으로 하나SK카드 직원들을 파견 시키는 것을 하나SK카드쪽에서 반대해 지주사로 발령을 내기로 한 것”이라며 “외환은행 중심으로 가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사실상 논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내외 불안과 저금리 저성장 등 경기침체에다 감독당국 규제가 강화되는 등 카드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면서 비용은 점점 더 늘어나는 와중에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며 “카드시장에 존재감을 확고히 하려면 더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번 TF팀을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가 5년 독립경영 합의 내용을 들어 문제를 삼고 있으나 카드와 IT부문의 경우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대해선 합의해 놓은 부분이 있어 시너지 제고 모색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카드통합을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