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작된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계약 후 10년 내에 중도인출 되는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은 비과세혜택에서 배제된다는 조항과 함께 계약자 명의 변경시 명의자별로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일 경우만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즉시연금과 CEO플랜 등 보험상품 절세플랜을 통해 계약만 10년 이상 유지하면 중도인출시 과세를 하지 않는 등 다양한 조세회피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 상속형 즉시연금이나 CEO플랜처럼 증여를 통한 보험차익 과세회피 방지를 위해 개인 간은 물론, 법인-개인 간 명의변경으로 저축성보험 비과세혜택이 타인에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세제개편으로 인해 즉시연금과 CEO플랜 모두 세일즈의 메리트인 비과세 효과가 떨어졌지만 볼륨으로는 즉시연금의 부피가 컸기에 즉시연금이 월등하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세제개편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조정 되면서 보험권은 다른 수혜를 받았다. 저축성보험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장점으로 인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 4000만원 이하의 수요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얻은 것이다.
◇ 절세플랜, ‘I-테크’로 진화
CEO플랜 등 일부 고액자산가를 위한 절세플랜은 I-테크란 이름으로 조명되고 있다. 보험(Insurance)의 첫 글자 I와 재테크를 합성한 용어로 세제혜택에 유리한 보험상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재테크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에 다시 주목되는 이유는 세제개편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상품에서 비과세혜택의 적용범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보험만큼 세테크에 적절한 상품도 흔치 않다는 것.
특히 일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절세플랜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하향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자산이 클수록 절세에 따른 이득이 높으므로 VIP들은 절세, 상속, 증여에 관심이 더 많다”며 “이는 금융고객들 중 일반고객층이 수익성 있는 상품을 우선으로 따지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세표준을 보면 소득계층이 10억~30억원은 40%, 30억원 이상일 때 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며 “사회통념상 부자의 기준(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개인)으로 따져보면 재산의 40~50%가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사업가의 경우 법인명의로 가입한 보험은 경비로 인정돼 법인세를 줄일 수 있고 중도해지환급금은 법인자산으로 기재된다”며 “수익자를 법인으로 지정해놓으면 CEO 유고시 보험금으로 회사의 유동자금을 늘릴 수 있어 도산을 막는 등 경영에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그 외에 금융상품 판매의 트렌드가 ‘셀링(selling)’에서 ‘플랜(plan)’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I-테크의 부상에 관련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재무설계의 방식으로 여러 개의 상품과 방안을 함께 세팅해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세일즈의 추세를 보면 상품 하나를 파는 게 아니라 재정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리스크 관리, 절세 전략 등 포괄적인 재무관리를 해준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보험은 비과세, 안정적인 수익확보는 물론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 생애 전반에 대한 재무관리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 포스트 즉시연금은 VUL 유력
I-테크의 장점은 3가지 라이프 플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금리 속에서 보유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최대이익을 창출하는 재테크, 비과세혜택으로 점차 강화되는 금융소득 과세기조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세테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등 장수리스크 증가에 대한 대비책인 리스크테크가 그것이다.
생보사들은 이 3가지를 모두 관리 가능한 상품으로 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을 꼽고 있다. 투자수익을 향유하는 변액보험과 비과세혜택, 종신 및 CI기능을 통해 보장을 받는 방식이다. 고액적립펀드나 저수수료의 펀드를 도입해 환급률을 높이고, 부분적립전환 등으로 비과세혜택 범위를 넓히며 사망보장은 물론 연금전환 등으로 기능을 다양화한 것. 이에 걸맞게 가입금액에 따라 최대 6%까지 할인 혹은 추가 적립되는 고액계약 적립제도 도입 등 신기능을 추가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대형생보사들의 주력상품인 변액유니버설CI보험은 다채로운 기능들이 많아 한 상품으로 재무설계에 수월한 장점이 있다”며 “소비자들은 갖가지 상품을 한 플랜으로 세팅하는 것보다 다기능상품 몇 개로 플랜을 구성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