쭑 운용업계 보수인하 러시, 1등 사업자도 참여
후발주자들의 ETF보수인하붐에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가세했다. 최근까지 수수료에 초점을 맞춘 가격덤핑전략은 후발주자들이 주도한 상황. 실제 외국인 기관을 비롯,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수형 ETF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두 차례에 거친 가격인하로 TIGER 200보수를 9bp로 낮춘데 이어 한국투신운용도 지난해 9월 KINDEX 200를 15bp로 인하했다.
지난달 25일 한화자산운용이 ‘아리랑 ETF’라는 ETF 브랜드명을 영문인 ‘ARIRANG ETF’로 변경하고 대표 ETF ARIRANG 200 보수를 25bp에서 14bp로 떨어트렸다. 지난해 하반기 때만해도 삼성자산운용은 마케팅효과, 투자자교육 등 비용을 따지면 인하할 여력은 충분치않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12월 KODEX레버리지와 인버스는 79bp에서 64bp로, 해외ETF는 65bp내외에서 37bp, KODEX MSCI Korea는 35bp에서 25bp를 내리는 가운데서도 KODEX200만은 제외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발표하며 총보수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일부터 KODEX200 ETF의 보수를 연 35bp에서 26bp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KODEX200은 삼성운용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이다. 순자산이 4조 2000억원에 달하며 국내 상장된 ETF 가운데 순자산 1위다. 삼성운용은 지난 2002년 이 KODEX ETF를 국내 처음으로 상장시킨 뒤 활발한 마케팅과 연평균 200회 이상의 투자자 교육을 통해 ETF저변확대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 ETF시장공략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는 ‘ETF=KODEX’로 여겨질 정도로 브랜드파워도 막강하다.
이처럼 삼성운용이 가격인하에 따른 성장전략을 바꾼 배경에는 MS 1위로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시장의 사이즈를 커지니까 자금유입이 많아져 전체적으로 약간 인하할 여력이 생겼다”며 “수수료인하에 따른 수익성악화를 규모의 효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승부수에 허를 찔린 곳은 후발운용사다. 인지도가 약한 후발주자의 경우 이제껏 운용보수인하를 앞세워 시장확보하는 등 재미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이 약 20% 넘게 인하하며 가격경쟁력이 훼손됨에 따라 도리어 시장을 내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들이 한단계 아래의 보수인하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들 운용사는 추가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쭑 선발사업자 입지강화, 차별화된 ETF 중요성 커져
ETF보수인하 정책을 고수해온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낮췄더라도 우리와 비교해 아직 비싼 수준으로 발표 이후에도 거래량감소 등 영향은 거의 없다”며 “ETF운용보수는 고정적으로 정해진 것 아니며 시장규모에다 인건비, 시스템비용 조직 등 회사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된다. 추가인하는 검토한 바가 없으며 규모가 커지고 비용이 줄며 여력이 생기면 낮출 수도 있으나 분위기에 휩쓸려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도 “보수인하를 했으나 그 격차는 9bp차이로 여전히 가격메리트는 유효하다”며 “현재 보수는 투자자의 혜택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책정한 수준으로 추가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수인하가 거의 마지노선으로 20bp 이하로 떨어트리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운용업게 관계자는 “삼성운용의 경우 전체 수익 가운데 ETF기여도가 높은 편”이라며 “수익성악화의 부담을 무릅쓰고 이보다 아래로 추가인하 결정을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운용측은 이번 보수인하가 업계 자체의 치킨게임으로 확대해석하는 움직임에 경계하는 눈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투자수요가 많아지며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뒤따라야 한다”며 “1위 사업자로 ETF시장발전을 위해 큰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차원에서 결정됐고, 그 범위도 운용사가 서로 상생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시장을 망가트릴 정도로 총보수를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운용의 보수인하를 계기로 ETF시장규모는 커지는 가운데 선발, 후발주자 사이의 양극화현상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이치형 연구원은 “삼성자산운용은 KODEX200의 수수료율 인하로 MS를 다시 되찾게 되면서 Q의 증가로 P의 감소를 상쇄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후발주자의 경우 보수인하직후 거래량이 소폭 증가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추세적 변화는 없다”며 “가격보다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창의적 ETF로 차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KOSPI200 지수 추종 ETF 총보수 변경 내역 〉
(자료: 각 운용사 자료,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