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2 : 저축은행 채권추심 직원 B 씨는 채무자 박씨와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고 여러 차례 집을 방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채무보증인 집에도 불쑥 방문해 박씨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줬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구체적인 채무 내용을 알려주고 과도하게 빚 독촉을 하는 것은 채무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앞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불공정 채권추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화된다. 금융감독원은 불공정 채권추심과 관련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처벌 근거가 없는 불공정 채권추심을 금지하도록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개편하고, 채권추심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 불쑥 방문, 전화 스토킹, 3자 협박… 불공정 채권추심 3종세트 제재
금융감독원은 불공정 채권추심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업계와 관련기관 공동의 태스크포스(TF)팀을 3~4월 두 달동안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6~12월 조사결과, 제3자 고지(309건)나 과도한 추심(177건), 사전 약속없는 추심(82건), 이중추심 등(기타 포함 246건) 특정 유형의 불공정 추심에 대한 민원이 빈번히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표 참조〉
TF 발족의 목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불공정 채권추심 방지 및 소비자보호 강화, 그리고 이를 악용한 악성 민원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민원은 민원인과 추심인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시비를 가리기 힘들었다.
예컨대 민원인은 “나의 동의 없이 가족에게 채무를 알렸다(제3자 고지)”며 민원을 제기하지만, 채권추심인은 “여러차례 전화했으나 채무자가 연락을 피하고 잠적해 집으로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이 경우 몇 차례의 전화에 불응하면 의도적인 채무상환 회피로 간주할 수 있는지, 또는 연락두절을 이유로 가족에게 채무사실을 알린 것을 불공정이라 할 수 있는지 등이 시비를 가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부적 판단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상환토록 압박해 스트레스를 받고있다”는 민원인의 주장과 “성실히 상환하지 않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정상적인 추심”이라는 채권추심인의 주장은 어느쪽이 맞다고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 금융당국 “빚독촉 심하면 수사 의뢰할 방침”천명
금감원에 민원이 제기되면 곧바로 채권추심이 ‘중단’된다는 것도 악용의 소지가 있다.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든 민원이 제기되는 동시에 채무자는 추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빚 독촉을 받지 않고 상환을 미루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추심에 실패하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채권추심업체의 성과급체계도 민원발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상 추심을 위탁받은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야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법망을 교묘히 피해서라도 무리한 추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법채권추심 관련 상담 시민단체인 희망살림의 송주홍 상담실장은 “불법추심 문제는 법적 제도가 없어서라기보다 법을 무시하고 탈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서민 채무자들이 불공정한 채권추심행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보호 강화 추세와 제도개선을 악용하려는 악성 민원인들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면서 “또한 어떻게든 대출금을 상환 받아야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전문 추심인들이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무리한 추심을 할 가능성도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럴해저드와 교묘한 추심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세밀한 틀을 만들겠다”면서 “발생가능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가급적 줄인다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민원센터나 통합콜센터(1332)로 신고된 불공정 채권추심은 즉각 중단하도록 관리·감독하고, 중대한 사안은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를 할 방침이다.
〈 최근 불공정 채권추심행위 관련 민원 현황 〉
(단위 : 건)
주1) : 이중채권추심, 개인회생 신청, 파산·면책 신청 등
(자료 :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총괄국 민원조사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