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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하위 등급 회사채시장의 구조적 이슈와 대응방안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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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2-03 21:44

금융연구원 임형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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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하위 등급 회사채시장의 구조적 이슈와 대응방안
최근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호황 속에서도 BBB등급 이하 시장 경색은 지속되었으며, A등급 시장에서도 회사채 간 금리차가 5.0%p를 넘어서는 등 양극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A등급 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은 양호하나 조선ㆍ건설ㆍ해운업종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이 조정되지 않고 LIG건설 사태 등으로 우량계열사의 비우량계열사 지원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

◇ A등급 양극화의 원인 : 한계기업 우려와 계열사 꼬리자르기 위험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사실 A등급 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은 양호한 편이다. 공제회를 중심으로 한 기관수요가 유지되며 2012년 3분기 및 4분기에 각각 5조원, 3.7조원의 회사채가 발행되었으며 신용스프레드 또한 2011년 말 1.05%에서 0.79%로 26bps 하락하였다. 문제는 A등급 기업 중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A등급 시장의 가격발견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구조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조선·건설·해운 기업이 다수 A등급에 분포하고 있는데, 실제로 재무건전성이 다소 양호하더라도 조선·건설·해운 기업일 경우 사실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되어 디스카운트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대기업의 계열사‘ 꼬리자르기’ 위험이 부각되면서 A등급 이하 대기업 계열사 채권 신용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 신용평가는 유사시 해당 기업 계열사의 암묵적 지원을 전제로 이루어지는데, 주력 우량계열사가 존재하는 경우 자사 재무건전성이 약하더라도 높은 등급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부실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우량계열사의 건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2012년 LIG건설이 꼬리자르기를 통한 지급불능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장이 하위등급 계열사의 재무건전성과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재평가하기 시작함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 신평사 감독 강화와 독자신용등급 제도 도입을 통한 양극화 해소

이러한 A등급 시장 양극화의 원인을 고려할 때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자금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대증적 요법에 그칠 소지가 크다. A등급 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조선·건설·해운업종 등의 한계기업의 경우 단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기보다는 근본적인 사업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책 대응은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기업이 다른 한계기업으로 인해 받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신용평가사가 재무구조가 악화된 한계기업의 신용등급을 적시에 하향조정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평가 참고자료 목록 공시, 신용평가사 실적 공시 제고, 신용평가사 감독 강화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계열사 지원을 배제한 기업의 독자적 신용등급을 공개하여 계열사 지원과 관련한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하고 있는 것처럼 계열사 지원을 배제한 독자신용등급을 병행하여 부여하도록 하는 ‘독자신용등급 제도’를 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독자 신용등급 제도가 도입되면 자체 생존력이 부족한 일부 기업들은 스프레드가 상승하겠지만 거꾸로 자체 재무구조가 탄탄한 A등급, BBB등급 기업의 조달금리는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 구조적 이슈 ① : 신용등급 인플레와 국내 신용등급 표시제

A등급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이지만 사실 우리나라 하위등급 회사채시장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하위등급 회사채시장의 구조적인 이슈를 먼저 조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A등급, BBB등급, 그리고 BB등급 이하 시장이 선진국의 해당 등급 회사채시장에 비해 비중이 작고 조달금리가 높다는 비판은 일면 곡해가 있다. 부도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A등급과 BBB등급은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볼 때 BB등급과 B~C등급 정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AAA등급인 KT,SK텔레콤, 우리금융지주, 포스코는 S&P에 의해 각각 A, A-, BBB+, BBB+등급으로 5~7단계 낮은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특별히 디스카운트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 포스코와 SK텔레콤 등은 글로벌 신평사들에 의해 세계 철강사 및 통신사 중 가장 우수한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즉, 실질적인 신용위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하위등급 회사채금리가 언론이나 시장의 평가·우려만큼 높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해외 회사채 신용등급 관행보다 체계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면, 국내와 해외 회사채등급별 금리와 신용스프레드를 단편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하위등급 시장 육성책을 고민하기에 앞서 이와 같은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이 해결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는 국내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신용등급에 A(K), BBB+(K)와 같이 국내 신평사 등급임을 첨자 (K)로 표시하도록 규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신용등급과의 혼동이 줄어들고 우리나라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국내 신평사가 부여하는 신용등급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수렴해 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A등급 기업들 사이에 신용위험 차이가 매우 커 신용등급에 의존하여 가격을 결정하기 매우 어렵지만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이 줄어들어 AA~BBB등급 기업이 A~B등급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면 신용등급에 기반한 채권 가격결정이 수월해져 투자와 거래가 모두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 구조적 이슈 ② : 하위등급 기관수요 부재와 펀드신용등급제도 도입

우리나라의 회사채 신용등급 인플레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기관투자자의 A등급 이하 회사채투자가 지나치게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 등 대부분의 기관투자자가 내부투자기준으로 A등급 이하 회사채 익스포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현재 A등급 이하 회사채에 활발히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는 몇몇 공제회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채권 포트폴리오 운용 측면에서 보면, AA등급 채권만 편입하는 것보다 AAA등급과 A(또는 BBB)등급 채권을 섞어 편입하면 AA등급 채권만 편입했을 때와 동일한 신용위험을 가지면서도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3)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의 투자목표에 따른 최적 투자전략에 따라 A등급 이하 채권을 편입하고 싶은 경우에도 편입 채권이 부실화될 때 수반되는 감사·징계 문제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보수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 연기금이 대부분 감사원 감사를 받는다는 점에서 우선 감사원이 연기금 감사를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쪽으로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개별 편입채권의 부실 여부보다는 연기금이 전체 투자목표에 부합하는 채권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지 여부에 감사를 집중해야 한다. 그 때야 비로소 연기금의 내부투자기준이 자신의 투자목표에 합당한 수준으로 현실화되어 하위등급 회사채 투자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연기금의 채권펀드 투자에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 즉, 연기금이 일정 신용등급 이상을 부여 받은 채권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내부투자기준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예를 들어 기금이 투자가능한 최저 신용등급이 A-라고 할 때 신용등급 A-를 부여받은 채권펀드에 대한 투자도 A-등급 익스포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 구조적 이슈 ③ : LBO M&A 및 하위등급 대기업 부재

언론에서는 하위등급 회사채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중소기업이 채권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한 레몬시장 문제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은 대출보다 채권이 훨씬 불리한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미국과 유럽 하이일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중소기업 회사채가 아니라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가 LBO(leverage buyout;차입형 M&A) 시 발행하는 후순위채권과 신용등급이 하락한 유명 대기업의 회사채이다. 사모투자펀드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담보대출은 물론 선순위채권과 무담보 후순위채권까지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러한 후순위채권은 높은 신용위험으로 인해 하이일드 등급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영권 방어와 관련 규제 등으로 인해 사모투자펀드의 대기업 LBO 인수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암묵적인 계열사 지원으로 인해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투자비적격으로 하락하는 사례도 극히 드문 편이다. 따라서 시장이 신용위험에 대해 신뢰를 갖고 평가할 수 있는 대기업 관련 하위등급 채권발행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 물론 사모투자펀드와 LBO 관련 규제를 회사채시장 발전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신용등급제도가 도입되고 대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조정이 적시에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정비한다면 하위등급 회사채발행 및 거래규모가 점차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은 결국 기관투자자와 발행자가 직접 만나 자금을 거래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장 육성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 정책은 오히려 가격 왜곡이나 투자자 구축과 같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채권시장에서의 정책·감독 당국의 역할은 앞서 논의한 구조적 이슈를 고민하여 시장참여자들이 신뢰를 갖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장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금융연구원이 펴 내는 주간 금융브리프 22권 5호 논단에 실렸으며 일부 요약·발췌했음을 밝혀 둡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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