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적인 요인이 많았던 올해, 국내 VC업계는 ‘문화콘텐츠’산업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산업이 곧 국내 VC업계다’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이 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최근 3년간 문화콘텐츠의 VC신규투자 규모의 성장세는 IT·제조산업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문화콘텐츠가 업종별 VC신규투자 규모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2012년도 신규투자액 집계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IT·제조산업 보다 최소 100억원을 웃도는 신규투자 규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류, K-POP 등 국내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VC사들이 문화콘텐츠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 2012년 VC업계 중심, ‘문화콘텐츠 산업’
올해 10월 현재 VC업계의 신규투자액은 9379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올 한해 VC업계의 신규투자액은 1조12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1조2608억원) 보다 1353억원 감소한 수치지만 2010년(1조910억원) 1조원을 돌파한 이후 3년 연속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 신규투자 규모는 문화콘텐츠가 275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2646억원)·IT(2494억원)·생명공학(752억원)·유통(249억원)·서비스/교육(205억원)·기타(186억원)·원료재생/환경복원(95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VC업계 ‘TOP3(문화콘텐츠·제조·IT)’산업의 2012년 신규투자액은 각각 3301억원, 3175억원, 29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신규 펀드 결성 또한 꾸준하다. 한국벤처투자(이하 K-Vic)에 따르면 올해 모태펀드에서 투자한 신규 문화콘텐츠 펀드의 규모는 2281억원이다. 모태펀드는 이 펀드들에게 958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결성된 펀드 수는 6개다. 리딩인베스트먼트의 ‘리딩 New-Gen 글로벌 콘텐츠 투자펀드(1765억원)’, 소빅창업투자의 ‘소빅 콘텐츠 초기개발펀드(215억원)’, 지온인베스트먼트의 ‘지온콘텐츠 3호펀드(200억원)’, 캐피탈원의 ‘캐피탈원 한국영화르네상스 펀드(100억원)’, CJ창업투자의 ‘Korea 콘텐츠 제작초기 펀드(216억원)’,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한국투자 문화콘텐츠 강소 기업펀드 21호(200억원)’ 등이 그 것. 또 이들뿐 아니라 관련 펀드 결성 신청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 VC사 한 관계자는 “최근 VC업계에서 문화콘텐츠의 성장은 두드러진다”며 “한류로 인해 국내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해외시각이 달라진 가운데 문화콘텐츠 투자가 타 산업대비 높은 신규투자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화콘텐츠가 VC업계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은 여타 산업대비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간 VC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투자자금 회수 측면에서 자유롭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IPO와 상관없는 자금회수가 가능하다는 것. 여기에 한류 등 배경적인 요인도 VC업계의 문화콘텐츠 편중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김형닫기

이어 “문화콘텐츠 산업은 지분투자가 아닌 P/F형식의 투자도 가능하다”며 “투자자금 회수측면에서 이 산업은 IPO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여타 산업 대비 회전율이 빨라 많은 VC사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Vic 관계자도 “문화콘텐츠 산업은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산업이다”며 “회전율이 빠를뿐 아니라 한류 등의 요인이 문화콘텐츠 투자를 활발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문화콘텐츠 전문 VC사, 걸그룹까지 투자대상 확대
문화콘텐츠 산업이 올 한해 국내 VC업계를 이끈 가운데 투자대상도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걸그룹에 투자한 VC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로부터 120억원을 지원받은 지온인베스트먼트의 ‘지온콘텐츠 3호펀드’는 지난 9월 신인 걸그룹인 ‘헬로비너스(라임, 유아라, 앨리스, 윤조, 유영 등 6명 구성)’에 18억원을 투자했다. 이 그룹의 소속사인 트라이셀미디어가 진행하는 ‘헬로비너스 프로젝트’에 투자를 실시한 것. 트라이셀미디어는 손담비, 애프터스쿨의 소속사로 유명한 ‘플레디스’와 영화배우 하정우씨가 소속된 ‘판타지오’가 5:5의 비율로 출자해 만든 엔터테이먼트 회사다.
투자방법은 특정 영화에 투자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지온인베스트먼트는 향후 3년간 헬로비너스의 활동을 지원한 뒤 순이익금을 소속사와 일정비율로 나눠 갖게 된다. 지온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그간 문화콘텐츠 전문 VC펀드들은 영화 및 게임 등 투자대상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투자는 투자대상 확대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온인베스트먼트는 이번 투자의 계기는 ‘한류와 소속·매니지먼트사’라고 설명한다. 정점은 지난 것처럼 보이지만 걸그룹은 성공했을 때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지온인베스트먼트의 설명이다.
지온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지온콘텐츠 3호펀드는 음원·공연 펀드로 이번 헬로비너스에 대한 투자의 배경은 한류다”며 “걸그룹 등 아이돌의 경우 리스크가 있지만 성공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헬로비너스의 기획은 플레디스가 맡았고 매니지먼트는 판타지오가 담당한다”며 “플레디스는 손담비, 애프터스쿨 등을 제작한 대형 기획사이고 판타지오는 최근 한화증권을 통해 IPO를 준비 중인 건실한 회사다. 한류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신뢰도 높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VC업계의 문화콘텐츠 산업 투자 편중은 결국 회수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KONEX 등 VC업계의 회수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한 문화콘텐츠 산업 편중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업계 최초로 VC사에 투자받은 걸그룹 ‘헬로비너스’
〈 VC 신규투자 규모 현황 〉
(단위 : 억원)
(자료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