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자본적정성을 재는 BIS비율은 최종 산출 수치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위험가중자산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시야를 넓히고 보면 신한, 우리, 외환 등의 시중은행과 산은과 농협 등의 특수은행 그리고 부산과 대구를 필두로한 일부 지방은행의 성과가 높은 것으로 볼 만한 상태다.
◇ 전체 17%대 기본자본 14%대 ‘단일 지표 킹’은 씨티
28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해 낸 9월 말 국내은행 BIS비율 현황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전체 자본비율 17.38%로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보통주를 비롯한 실질적 자본력을 보는 기본자본비율 역시 14.37%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일궜다.
전체 자본비율 면에서 가장 근접한 곳은 SC은행과 부산은행이지만 각각 16.01%와 16.00%로 거리가 멀다. 기본자본비율로는 산은만이 14.00%로 바짝 다가 서 있고 ‘넘버 3’ 신한은행조차 12.48%로 뒤처져 있다.
신한은행은 기본자본비율에 이어 전체 자본비율에서도 15.41%로 4위에 올랐다. 자본적정성 두 지표 모두 상위권에 포진할 정도로 균형을 갖췄다는 점에서 씨티은행과 더불어 톱 클래스로 금감원은 분류했다. 전체 자본비율 면에서 걸출한 SC, 부산, 제주(15.05%) 등 세 은행은 기본자본비율이 각각 11.98%, 10.68%, 10.43% 등으로 한 수 밀리면서 톱 클래스로 꼽히기엔 옥의 티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청한 감독기구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과 SC은행이 올 들어 자본비율 증가 폭이 크고 절대적 수준이 높지만 중소기업금융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한 효과가 컸기 때문에 의미가 반감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톱클래스 신한 이어 부산-산은 차상위, 우리-외환-국민 탄탄
산은은 반대로 기본자본이 대부분인 특성상 전체 자본비율이 14.95%여서 옥의 티다. 여기다 우리, 외환, 국민, 대구, 농협 등은 전체 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 모두 균형을 갖춘 은행으로 꼽혔다.
감독기구 관계자는 또 올 들어 기본자본비율이 감소한 은행들의 공통점으로 적극적인 자금중개 노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기본자본비율 감소폭은 농협이 1.61%포인트로 가장 컸고 외환 0.56%포인트, 산은 0.23%포인트, 기업은행 0.01%포인트 등이었다.
반면에 하나, 광주, 경남, 수협은 전체 자본비율은 13%를 웃돌며 우량한 수준이었지만 기본자본 비율이 10%를 밑돌아 흠결로 꼽혔고 전북은행과 기업은행은 둘 다 다른 은행보다 열위에 놓이며 하위권 은행군에 속했다.
수출입은행은 자본확충이 더딘 가운데 기본자본비율이 10.46%로 10%를 웃돌았지만 전체 자본비율이 11.78%로 기은과 함께 바닥을 이뤘다.
이런 가운데 감독당국은 새해부터 바젤Ⅲ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진정한 경영 밑천이라 할 수 있는 자본력을 재는 ‘보통주자본비율’을 산정해서 집계할 예정이다. 바젤Ⅲ 도입에 대비해 감독당국은 “추가자본 부과 등 자본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보통주 자본 중심의 안정적 자본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