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 보고서에 따르면 VC투자기업의 규모가 급속도록 커지고 있지만 이는 VC펀드들이 안정적 기업만을 선호, ‘보수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VC투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일부 기업에만 편중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VC 및 벤처기업 지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VC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본질을 벗어난 지적’이라고 반박한다. VC펀드들의 투자가 보수화된 것은 맞지만 이는 회수시장에 대한 의문점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KONEX, 세컨더리 마켓 등 회수시장이 확립되면 VC투자의 보수화는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 VC펀드, 안정적 기업에만 투자… 정책지원 필요
김기완 KDI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발표한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는가? :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성장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벤처기업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벤처시장의 활성화가 아니라 기술보증기금 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는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벤처시장 활성화가 아닌 보증·대출 등을 통한 정부기관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 확대가 벤처기업의 수를 증가시켰다는 것. 벤처기업 수 증가가 국내에 ‘제2의 벤처 붐’이 일어났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그는 모험적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VC 확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벤처지원제도가 기업들의 성장 유도가 아닌 벤처기업 지위를 유지토록 만드는 요인이 되지 않는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즉, 정부주도의 벤처기업 지원책은 제도의 남용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VC펀드가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지게 된 것은 정책자금 중심의 벤처지원책이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그는 정부가 現지원기조에서 탈피, 시장 환경을 고려한 지원책이 실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연구위원은 “VC투자의 보수화는 정책자금 중심의 지원책이 원인으로 본래의 취지인 ‘기업성장 유도’를 실천하지 못했다”며 “최근 신규인증기술평가 보증·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정책자금 중심의 벤처지원책은 제도의 남용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 과정에서 VC투자기업이 신규인증기술평가 보증·대출 지원 기업보다 IPO 가능성 및 매출성장률도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이는 시장 환경을 고려한 선별적 지원책이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VC와 같은 시장 중심의 지원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KDI보고서에서 지적한 VC펀드의 투자성향 보수화에 대해서 VC업계는 본질이 아닌 겉핥기 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VC펀드들의 투자성향을 탓하기 전에 회수시장이 불확실한 시스템 구조를 우선 지적해야 한다는 의미다.
◇ VC업계 반박…“KDI보고서, 본질이 아닌 겉핥기”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국내 VC투자 회수금은 5957억원이다. VC펀드 전속기간이 최대 7년인 점을 감안할 때 2005년 VC 신규투자금액 7573억원보다 약 1500억원 덜 회수됐다. 더불어 국내 VC투자 회수금액은 2005년(6735억원)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회수유형 또한 부실하다. VC펀드의 성공적인 회수유형은 IPO 및 M&A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회수금액 중 IPO 및 M&A 비중은 19.6%에 불과, 전체 회수금액의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닫기

이어 “VC펀드들의 투자성향 보수화는 회수시장이 불확실한 VC업계의 시스템 구조에서 기인해 KDI의 지적은 회수시장 불확실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놓치고 있다”며 “VC업계의 문제 해결책 중 가장 시급한 것은 ‘KONEX(중소기업주식 전문 투자자 시장)’,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 : VC투자자산 중간유통시장)’ 등 회수시장 설립이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KDI가 주장한 VC펀드 투자성향 보수화의 명확한 의미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기피’라고 정의했다. 이는 엔젤펀드와 VC펀드의 역할을 혼동한 것으로 VC업계에 정확한 지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초기기업 투자 역할은 엔젤펀드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젤펀드는 VC펀드 투자를 받기 전 단계로, 창업지원책의 성격을 띄고 있다.
김 전무는 “VC펀드 투자성향의 보수화는 곧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기피’라고 이해할 수 있다”며 “초기기업 투자는 엔젤펀드의 역할로 이번 KDI의 주장은 엔젤·VC펀드간 역할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VC업계의 유일한 정부지원책인 모태펀드는 2013년 약 1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VC 지원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약 2조원의 모태펀드가 필요한 가운데 현 시스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도 “현재 VC업계는 자금지원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며 “이를 지분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말 설립 무산 KONEX…대선정국 맞아 다양한 의견제기
한편, VC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KONEX 설립이 당초 예상(2012년 말)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내달 19일 제 18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KONEX 설립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연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VC업계 관계자는 “자통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는 대선정국을 맞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선이 마무리된 후 본회의 통과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KOSDAQ의 부속시장 개념으로 KONEX가 설립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KONEX의 설립은 그간 단일시장이었던 국내 증권시장을 복수시장으로 개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자통법 개정안 통과 없이는 힘들다. 이에 따라 현 증권시장 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KOSDAQ에 부서를 신설, KONEX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얘기다. 김형수 전무는 “대선정국을 맞아 자통법 개정안 통과가 불가능해 당초 예상보다 KONEX 설립이 늦어질 전망이다”며 “이에 따라 KOSDAQ에 KONEX 역할을 수행하는 신설부서를 설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VC는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정부는 2001년 이후 프라이머리 CBO를 통해 VC를 지원했지만 이제는 지분투자, 회수시장 설립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책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내 VC 회수시장 추이 〉
(단위 : 억원, 개)
(자료 : 자본시장연구원)
〈 국내 VC 회수시장 IPO·M&A 유형 비중 추이 〉
(단위 : %)
(자료 : 자본시장연구원)
〈 국내 VC 투자잔액 및 신규투자 추이 〉
(단위 : 억원, 개)
(자료 : 한국벤처투자협회)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