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최고이자율 인하와 연체율 상승, 자금조달 규제 등으로 올해 대부업계가 역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불합리한 대부업 차별 규제사항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양석승 한국대부업협회장
지난 2002년 도입된 대부업법이 올해로 10년 차를 맞으면서 대부업체 관리감독권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금융연구원에 대부업 감독체계와 현황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금융연구원이 작성하는 용역보고서엔 대부업체 관리감독권을 포함해 대부업체 양성화 방안, 불법 대부업체 근절 방안 등이 다양하게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은 이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활용해 감독권 이관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대부업체의 감독권이 금융위로 넘어가는 것은 대부업계가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써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부업계는 감독권이 금융위로 이관되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손충당금 적립, 건전성기준 충족 공시의무, 고객정보 제공 등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부업계도 감독권이 이관될 경우 대손충당금 손비인정 범위 확대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 ‘감독권 둘러싼 논쟁’ 다시 수면위로 부상
최근 대부업계가 대형 대부업체의 감독권을 기존 지방자치단체에서 금융위원회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제도권 금융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업체 감독권이 금융위로 넘어가는 것은 금융권에 입성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한국금융연구원을 통해 대부업체 감독체계 전반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며 “연말 안에 결과물이 구체적인 보고서 형태로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금융연구원이 작성하는 용역보고서에는 대부업체 관리 및 감독권 등을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감독체계 전반에 대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연구원이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시킨다거나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권을 금융위로 옮기는 등 여러 대안을 놓고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 보고서는 참고자료일 뿐 최종결론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실 대부업 감독권 이관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금융위는 자산 규모 100억원 이상인 대형 대부업체의 감독권을 지자체로부터 이관 받고자 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가 커지면서 전문성 있는 금융위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위는 감독권 이관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저축은행 사태 해결이 우선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감독권까지 떠안을 경우 금융위의 업무 부담이 너무 커져 감당하지 못한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대부업체 감독권 문제가 2년 만에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것은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현행 대부업 관리는 부실 그 자체
현행 대부업법은 대부업 등록 및 감독은 시도지자체에서 하도록 하고 있고, 그나마 조례로 시구군으로 이관해 결국 일선 구청, 군청에서 대부업체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전국 등록 대부업체 1만2486개. 시도광역지자체의 대부업 담당공무원은 총 48명으로 1명당 평균 260개 업체를 관리해야 한다. 특히 전국 등록 대부업체의 35%가 있는 서울시의 경우 1인당 1456개의 업체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 대부업에 대해 전문성이 없고, 업무관련 교육도 2008년 이후 지난 달 까지 약 5년 동안 16개 지자체를 통틀어서 단 62번, 지자체별 1년에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평균 3.8번) 특히, 대전과 울산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단 1번의 교육도 없었다. 그리고 16개 시도 중 2곳을 제외한 14개 지자체의 대부업 담당자들은 대부업 외에 전통시장 업무, 중소기업육성 업무 등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사실상 대부업 관리업무는 업체의 등록과 폐업 신청서류를 수리하는 업무만을 담당하는 기피업무가 된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접수된 피해민원이 수사로 이어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2008년 이후 지난 달 까지 서울시 및 6대 광역시에 접수된 1만5588건의 대부업 관련 피해민원 접수 건 중 수사의뢰가 이루어진 건수는 598건, 약 3.8%에 불과했다. 특히 부산의 경우 5년 동안 단 1건에 대해서만 수사의뢰가 이루어졌고, 대전은 1건도 없었다. 이렇게 정부가 대부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치하는 사이에 대부업에 대한 서민피해는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의 사금융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된 피해유형별 신고상담접수는 2007년 3421건에서 지난해 2만8984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 17일까지 9150건 이후 총리실 주재 ‘불법 사금융척결TF’에서 4월 18일부터 9월 21일까지 금감원, 경찰청 등 합동으로 단 6개월간 접수한 민원건수는 총 6만4173건에 달했다. 즉, 올 들어 9월까지 사금융피해 민원접수건수는 총 7만3323건, 2007년에 비해 무려 2143%, 약 7만건이나 증가했다.〈표 참조〉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은 대부업을 금융기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관리감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대부업은 개인 간의 거래일뿐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소지가 있는 금융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자산 100억이상 대형사들 금융위로 이전 필요하다”
이에 반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부업 감독권을 금융위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민식 의원은 “대부업체는 금융권에 포함되는 만큼 전문성을 지닌 금융위가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부업계에서는 감독권 이원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영세 대부업체의 감독권은 현행대로 지자체가, 연간 대출규모 100억원 이상의 대형사는 금융위가 각각 감독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과 규제권을 갖게 되는 것으로 그만큼 이들 업종에 대한 규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 별도로 정치권과 서울시에선 대부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0만 원의 등록비만 내면 가능한 대부업 등록을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 자본금을 갖추고 영업점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부 교수는 “일본은 업체 난립과 이에 따른 행정인력ㆍ비용 낭비를 줄이기 위해 순자산 5,000만엔 이상의 대부업체만 등록하도록 했으며 1개 지역에서 영업하는 업자는 해당 자치구에, 2곳 이상 지역에서 영업하는 업자는 금융감독 당국에 등록하도록 했다”며 “우리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소비자금융업체로 인정해 여신전문업체에 포함시켜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연간 대출 규모가 300억~2조원 수준으로 저축은행보다 (대출 규모가) 크다”며 “대형사에 한해서라도 여타 금융기관과 동등한 수준으로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 것이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저축은행보다 대출규모가 큰 곳도 있기 때문에 금융제도권에 편입시켜 다른 금융기관처럼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 2011년말 기준 16개 시·도 등록대부업체 1인당 관리 현황 〉
(단위 : 개, 명)
구분 등록 대부업체(A) 전국대비 비중 대부업 담당인력(B) 1인당 관리업체수(A/B)
서울 4,368 35% 3 1,456
부산 1,014 8.1% 3 338
대구 569 4.6% 3 190
인천 587 4.7% 3 196
광주 351 2.8% 3 117
대전 474 3.8% 3 158
울산 266 2.1% 3 89
경기 2,568 20.6% 3 856
강원 372 3% 3 124
충북 213 1.7% 3 71
충남 311 2.5% 3 104
전북 236 1.9% 3 79
전남 187 1.5% 3 62
경북 386 3.1% 3 129
경남 516 4.1% 3 172
제주 68 0.5% 3 23
합계 12,486 100 48 260
※ 등록대부업체수는 ‘11.12월말 기준이 금융위의 가장 최신 통계자료임 (자료 : 국무총리실)
※ 담당인력은 과장, 팀장(계장), 주무관까지 산정함
〈 금감원의 사금융 피해 상담센터의 연도별, 피해유형별 신고접수(상담) 현황 〉
(단위 : 건)
불법대부 불법 전환대출 구 분 고금리 채권추심 광고 및 대부중개 2) 기타부당 3) 제도상담 및 합계 미등록대부 1) 신용회복
2007년 576 450 244 156 348 1,647 - 3,421
2008년 603 679 360 272 313 1,848 - 4,075
2009년 1,057 972 312 3,651 814 2,640 - 9,446
2010년 748 1,136 146 6,581 1,191 8,071 1,268 19,141
2011년 1,001 2,174 136 4,926 2,629 17,331 787 28,984
2112년1월~ 202 409 42 698 1,159 6,471 169 9,150 4월17일까지
계 4,187 5,820 1,240 16,284 6,454 38,008 2,224 74,217
주 1) 불법대부광고 및 미등록 대부: 불법 대부광고 및 미등록 대부업자에 대한 상담 (자료 : 금융감독원)
2) 금감원 홈페이지 불법중개수수료 신고코너에 접수된 건수 포함
3) 기타부당 : 대출사기, 부채증명서 발급거부, 부당수수료 부과 등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