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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 한국시장 지배력 약화 ‘왜’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2-10-24 21:18 최종수정 : 2012-10-30 15:50

BC카드 회원은행 기준 1년 새 10.9%p나 급락
마스타 제휴카드 발급 5.6%p 되레 늘어 ‘대조’
토종 카드사 해외결제 가능한 카드발급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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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 신한카드 등 토종 카드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최대 국제브랜드 카드사인 비자카드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겸용카드 발급 등으로 비자카드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매년 국감 때마다 지적되었던 국부유출 논란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겸용카드 해외서 안 써도 해마다 수수료 1000억원씩 지출

VISA, MASTER 등 해외 유명브랜드 카드사 로고가 찍힌 신용카드 열에 아홉은 1년에 한 차례도 해외 결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로고 값’으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수수료가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말까지 발급된 해외겸용카드 1639만장 중 해외 결제에 쓰인 카드는 112만장(6.8%)에 불과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해외브랜드 카드사로 나가는 수수료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제휴 카드사가 지급한 해외겸용카드 발급 수수료는 4035억원. 해외겸용카드로 국내에서 결제할 때 나가는 수수료인 ‘국내사용 분담금’이 전체의 73%인 2948억원에 달했으며, 카드를 발급하고 유지하는 데 따른 수수료도 732억원(18%)이나 됐다. 그러나 정작 해외에서 카드를 긁어서 발생한 수수료는 355억원으로 전체 수수료의 9%에 불과했다.<표 참조>

BC카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신용카드 거래는 비자나 마스타 등 해외 유명브랜드 카드사의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이들 카드사가 0.04%의 수수료를 챙긴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 동안 비자카드나 마스타카드는 국내 제휴 카드사가 낸 로열티의 상당액을 인프라 구축, 카드발급 지원, 시스템 업그레이드, 컨설팅 지원 등의 명목으로 지급해 왔었다. 김영기닫기김영기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국내 카드사들끼리 영업경쟁을 벌이다 보니 막대한 영업비용이 필요하게 됐고, 이 틈을 노려 국제 브랜드 카드사들은 로열티의 일정액을 카드모집 비용 등으로 지원해 주면서 자사 브랜드의 해외겸용카드 발급을 늘여 왔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자, 마스타카드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들은 지난 4년(2008년~2011년 6월말) 동안 국내 제휴 카드사들에게 지원한 마케팅비용은 10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이들 브랜드 카드사의 해외겸용카드 발급은 크게 늘어났고, 이는 해외사용 분담금은 물론 국제결제망을 쓰지 않는 국내 사용분까지 분담금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거두었다.

이와 관련 김영기 국장은 “국제브랜드 카드사가 던져주는 미끼로 국내 카드사들이 과당경쟁을 벌렸지만, 결국은 카드회원의 호주머니를 털어 이들 브랜드 카드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도 이들 브랜드 카드사가 기업공개 된 직후 수익증대 정책으로 전략이 바뀌면서 국내 카드사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그친 상태다. 이들 국제브랜드 카드사는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사실상 ‘규모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보다는 수익성 확보 전략으로 전환했다.

◇ VISA, 한국 카드시장 지배력 갈수록 떨어지네

이처럼 국제 브랜드 카드사의 영업정책이 수익성 확보로 바뀐 데다, 해외겸용카드 발급에 따른 국부유출 논란까지 매년 국정감사 도마에 오르면서 국내 카드사는 카드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BC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다른 해외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독자적인 글로벌 결제망 구축에 나서면서 토종브랜드 카드로도 해외결제가 가능해진 데다 굳이 해외겸용카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우선 신한카드가 2010년 1월 선보인 해외결제 브랜드 ‘유어스’는 9월말까지 619만장을 기록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금년 9월에 발급된 국내외겸용 신용카드 가운데 45% 정도가 ‘유어스’ 브랜드를 달았다”며 “‘유어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신용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BC카드가 내놓은 해외 결제가능 카드 ‘BC글로벌’도 작년 1월 출시 이후 200만장이 발급됐다. 지난 3개월간 발급된 전체 신용카드 가운데 ‘BC글로벌’ 브랜드를 부착한 카드는 38%에 달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겸용 카드 가운데 해외에서 한 번이라도 결제가 이뤄지는 카드는 10%에 불과하다”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고객조차 국내 카드업계가 만든 해외결제 가능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연회비를 절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결제 가맹점도 비자·마스타카드 등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카드의 ‘유어스’는 일본계 카드업체 JCB의 가맹점 2000만 곳을 사용하는데, 이는 비자·마스타의 70% 수준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절대 가맹점 수는 부족하지만 카드 가맹점은 소비자가 많이 쓰는 곳부터 생겨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곳에서는 거의 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BC카드가 미국 디스커버·다이너스의 결제망을 통해 구축한 ‘BC글로벌’도 110여개국에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토종카드사들이 자체 해외 결제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비자·마스타카드에 내야 하는 수수료 영향도 크다. 이와 관련 최현 여신금융협회 카드부장은 “국내 토종 브랜드로 발급된 카드 사용액이 50조원에 육박해 200억원 정도를 해외 사업자에게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들의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VISA, MASTER 등 글로벌브랜드 카드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국내전용 신용카드는 2010년 말 기준 30%에 그쳤지만 올해 상반기 일부 카드사에서 절반을 넘기면서 해외겸용카드를 앞서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브랜드 카드사인 비자카드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BC카드와의 분쟁 등에 따라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가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에서 발급한 해외겸용카드는 총 5256만장으로 전체 해외겸용카드(8224만장)의 63.9%를 차지하고 있다. 비자카드의 국내 점유율은 2008년 71.2%(5349만장)였지만 2009년 69.0%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비자카드의 한국시장 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지난 2008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마케팅비용을 줄인 탓이다. 게다가 지난해에 불거진 BC카드와의 수수료 분쟁은 비자카드의 영업을 더욱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비자카드의 비중을 BC카드 회원사로 제한할 경우 2012년 6월말 현재 ‘VISA’ 로고가 찍힌 해외겸용카드 수는 1490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17만장에 비해 무려 22.3%나 감소했고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1년 사이에 무려 10.9%p나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표 참조> 이용액 역시 1년전에 비해 12.1%의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경쟁사인 마스타카드는 한국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24.2%(1821만장)에 그쳤던 한국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29.9%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는 BC카드 회원은행으로 제한할 경우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마스타카드의 6월말 현재 BC카드 점유율은 37.7%로 지난해 같은 기간(968만장)에 비해 10.6% 늘어, 비자카드와 좋은 대조를 이뤘다. 카드업계에선 마스타카드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시장을 확대할 경우 연말까지 30% 정도를 돌파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참고로 마스타카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5.2%다.

여신금융협회 최현부장은 “비자카드가 한국에서 지배력이 약화된 것은 BC카드와의 수수료 분쟁 등으로 정상적인 마케팅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무분별한 해외겸용카드 발급을 막는 방향으로 카드사들에 대한 창구지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BC카드 회원사 브랜드 카드사별 카드 수 추이 〉
                                                               (단위 : 천매)


            〈 BC카드 회원사 브랜드 카드사별 이용실적 추이 〉
                                                            (단위 : 억원)
1) 당월 이용실적으로만 산출
(자료 : BC통계)


                        〈 국제카드 브랜드社에 지급한 수수료 현황 〉
                                                                         (단위: 백만원)
(자료 : 금융감독원)

                              〈 해외결제 미사용 카드 현황 〉
                                                                                (단위: 매, %)
(자료 : 금융감독원)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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