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위한 금융활성화 컨퍼런스’
지난 17일 한국벤처투자와 자본시장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금융활성화 컨퍼런스’는 중간유통시장 개설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IPO상장시기와 VC펀드들의 상장 기대기간과의 갭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내 VC투자의 연도별 회수금액은 2005년 940건, 673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작년 584건, 5957억원으로 그쳐 주춤하고 있다. IPO가 투자회수의 유일한 수단이지만 코스닥 신규상장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VC투자 회수도 둔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회사 설립후 IPO까지의 소요기간이 VC투자 회수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VC 투자기업의 IPO기간은 12.5년, 미투자 기업은 17.5년으로 지속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VC펀드가 기대하는 IPO기간(7년) 보다 최소 5년 이상 늦어져 투자 위축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VC 신규투자의 업종별 편중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2년 8월 기준 올해 VC펀드의 신규투자는 7171억원이다. 이 추세대로면 2012년 신규투자는 예년과 비슷한 1조756억원의 신규투자를 달성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 제조, 문화콘텐츠가 각각 2032억원, 1986억원, 2104억원의 신규투자를 유치해 전체 신규투자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의 VC 신규투자가 이들 3업종만 이뤄진다고 해도 무방한 셈이다.
특히 내년에 투자된 VC펀드가 해소되는 바이오산업은 업계에서 가장 아쉬움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다. 롱텀인 관계로 VC펀드들의 신규투자 유치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VC업계 관계자는 “VC펀드들은 바이오산업을 의약 및 의료기술에만 국한돼 바라보고 있다”며 “바이오산업은 15년 이상 성장이 소요되는 롱텀산업이며, 국내 관련 벤처기업의 경쟁력은 매우 낮아 VC사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조달-투자-회수로 이어지는 벤처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원활하게 작동하는 회수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며 “IPO와 M&A로 대표되는 회수시장에서 제3의 대안으로 VC투자 자산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중간유통시장인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간유통시장이 벤처생태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 파급효과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모시장의 정보부족과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엔젤투자자나 벤처기업가, VC펀드 등 시장 참여자의 유동성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전 기업공개로서 향후 기업공개시장에도 피드백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남 연구위원은 “중간유통시장은 투자자 보호 관련 규제가 약하고, 시장참여자 제한으로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구축돼야 한다”며 “이미 미국에서 중간유통시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컨드 마켓(SecondMarket)’이나 ‘쉐어포스트(SharePost)’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행사를 개최한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벤처캐피탈 시장을 활성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M&A 및 중간유통시장의 활성화는 벤처캐피탈의 회수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본 연구는 시의적절 하다”고 평가했다.
공동 주최자인 김형닫기

◇ 7월 VC구주유통망 설립, “중간유통시장 확보 교두보”
이처럼 VC업계 중간유통시장 개설 목소리가 커지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지난 7월 VC펀드들의 중간거래 정보 게시판 성격의 ‘VC구주유통망’을 설립했다. VC구주유통망은 VC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의 IPO가 늦어질 경우, 해당 VC펀드의 자금회수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VC의 구주거래 활성화 및 VC회수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 VC의 선순환구조(투자 → 회수 → 출자) 확립을 목적으로 한다. 공개매각 절차를 통해 거래의 공정성 확보와 청산기간 단축, 창투사 전자보고시스템과 데이터 연동으로 업무의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VC구주유통망은 IPO 및 M&A를 통해 투자자금 회수가 힘든 VC펀드의 자금회수를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게시판’”이라며 “올해 6월부터 개설된 VC펀드들은 IPO를 통해 자금회수를 못했을 경우 펀드만기도래 6개월 전에 VC구주유통망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VC구주유통망을 통해 투자로 인해 남은 자산 또한 자율적으로 공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VC구주유통망의 설립은 중간유통시장의 교두보로 보고 있다. 정보공유장의 설립은 중간유통시장의 개설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 나아가 VC펀드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투자 유도책도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중간유통시장의 교두보 성격인 VC구주유통망의 설립으로 자금회수에 불안을 느낀 VC펀드들의 정보교류가 가능해졌다”며 “세컨더리 시장 정보연결망인 VC구주유통망은 롱텀인 바이오산업의 VC투자를 유지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만준 한국벤처투자 팀장도 “올해 6월 설립된 VC펀드들의 VC구주유통망 등록 의무화로 VC판매 정보제공 등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며 “업종 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산업은 바이오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VC 신규투자 현황 〉
(단위 : 억원)
(자료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 VC ‘TOP3 업종별’ 신규투자 현황 〉
(단위 : 억원)
(자료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