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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농협 가세에도 은행비중 9할 ‘기형’ 심화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2-10-03 21:23

은행지주 ‘백지’투 더 퓨처 ① 살집 비해 뼈다귀 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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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농협 가세에도 은행비중 9할 ‘기형’ 심화
은행부문비중 자산쪽 감소 쥐꼬리 순익 절대불변

그나마 올 상반기도 농협금융 효과 빼면 개선 무

지난 9월 6일자 ‘금융지주 11년 겸업화·글로벌 크게 미흡’ 기사를 통해 금융계 안은 물론 뜻 있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담아 봤던 그대로 각종 실적과 재무지표가 나타났다. 다시는 외환위기 같은 불운을 겪지 말자며 자못 비장한 각오로 꺼내 들었던 정부의 겸업화·대형화 금융전략 밑그림의 총아였던 금융지주사 제도였고 은행지주사는 이 제도가 주는 이점을 가장 크게 누려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성과를 따져보자면 국내 은행사 110년을 넘도록 또 다른 100년 대계가 절실하다는 평가로 되돌아 오는 실정이다.

최근 은행권 일각에선 ‘백 투 더 베이직’이 아니라 ‘백지 수준’에서 자화상을 되돌아 봄으로써 고객(소비자)와 진정으로 함께 하는 은행경영을 모색하는 ‘백지 투 더 퓨처’라 일컬을 만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은행지주사를 최대한 소상히 살펴서 미래를 엿보는 기획을 이어 가고자 한다.〈편집자〉

지난 9월 27일 금융감독원이 처음으로 상반기 동안의 연결기준 은행지주사 경영실적을 분석해 낸 결과는 누가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금융정책 대표적 핵심과제 중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들췄다. 은행계 금융그룹의 현실과 한계 등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지만 개선되기는 커녕 병증은 ‘고정’돼 있거나 아예 심각해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다.

◇ 은행부문 자산의존도 8할 중반…과연 하향세?

금감원 집계를 액면 그대로 보면 올 상반기 말 은행지주사들 총자산 1840조 9000억원 가운데 은행부문 자산은 1585조 2000억원으로 86.1%를 나타냈다. 몇 해 전만 해도 9할을 웃돌았던 것보다 낫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를 수치다. 2010년 말 1261조 5000억원 가운데 1109조 9000억원으로 88.0%를 차지했던 것에서 분명 줄어든 건 사실이다.

지난해 말 1431조 6000억원 가운데 1241조 6000억원으로 86.7% 수준으로 떨어졌던 통계치가 있으니까. 하지만 2009년 산은금융지주 출범 효과에 이어 올해는 농협금융지주 출범 효과까지 가세한 상태였단 사실을 놓치면 적잖이 굴절된 허상을 마주하기 십상이다. 농협금융 효과를 빼기 위해 농협 총자산 246조 5000억원 가운데 은행이 198조 3000억원 등인 계수를 빼보았다. 농협을 뺀 다른 은행지주 총자산 1546조원 2000억원 가운데 은행부문은 1338조 7000억원으로 86.6%를 점하고 있다.

◇ 농협금융 출범 보험부문 확장 뚜렷해도

농협금융 출범에 따른 비은행 비중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던 곳이 보험. 은행지주사 보험부문 자산은 신한생명을 중심으로 기존 은행지주 보험자회사가 선전하기도 했지만 주로 농협 보험 자회사들이 새로 편입된 데 힘입어 지난해 말 27.9조원에서 68조 7000억원으로 격상됐다.

전체 총자산에서 비중이 1.9%에서 3.7%로 올랐을 뿐 아니라 순익 비중에서도 지난해 연간 2.9%에서 올 상반기엔 3.5%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들 농협금융 신규 편입 효과를 빼면 ‘대칭 미학’까지는 아니더라도 ‘균형미’추구나 대한민국 금융그룹 만의 독특한 ‘황금비율’을 갖추는 것조차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일깨워 준다. 보험부문 자산이 늘고 수익 비중이 늘었다지만 올 상반기 은행지주 산하 금융투자부문 순익이 2081억원으로 보험보다 적었고 다른 비은행부문 역시 3%대 순익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 이익기여도 극단적 불균형, 겸업화 뭘했나

그 결과 자산비중은 농협금융 효과까지 싹싹하게 받아들여 주더라도 86%대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순익 비중은 계속 치솟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총자산 우상향 곡선과 은행부문 우상향 곡선 간의 격차는 미미하지만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순익 기여도는 치유 불능을 뜻하는 ‘불치’선언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닐까 우려케 한다. 은행지주사 총순익은 2010년 연간 6조 772억원에 지난해 8조 8704억원이었다.

은행부문 순익은 두 해 연간기준으로 각각 5조 4125억원과 7조 9734억원이었다. 더욱이 올 상반기엔 총순익 6조 860억원에 은행 순익이 5조 5439억원으로 치솟았다. 은행의 순익기여도는 2010년과 지난해 각각 89.1%와 89.9%로 늘어난 뒤 올 상반기 91.1%로 다시 9할을 돌파했다. 자산 비중은 대부분을 차지하고 은행 외 사업라인의 이익창출력은 빈공에 허덕이면서 은행 이익이 절대적 비중을 유지하는 기형적 포트폴리오가 두드러져 버린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금융투자부문이 그랬고 새로 편입한 저축은행은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등 은행 외 부무의 이익을 기대하는 것이 성급한 측면도 있다.

◇ 구조적 역량 불균형에다 제도·시장 미성숙도 한 몫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자산 뿐 아니라 영업조직과 인력의 맨파워 등을 따졌을 때 은행부문에 비해 다른 부문이 열위에 놓여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은행지주 분석을 맡고 있는 증권가 A애널리스트는 3일 “카드 부문의 경우 겸영은행과 분사해서 따로 분리된 곳으로 나뉘긴 하지만 은행영업 네트워크에 밀접할 수밖에 없어 은행부문이냐 아니냐 논의하는 게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과 카드를 빼면 증권, 보험, 캐피탈이 남는데 대형사가 가져가는 파이조차 고만고만한 게 증권쪽 상황이고 2~3개 은행권 금융지주 말고는 비중을 논하기조차 민망한 구조 자체가 우리 나라 은행업의 업보라면 업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 B전문가는 “M&A(인수합병) 말고는 비은행 핵심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우리 나라의 독특한 상황이 비은행 사업이 뒤 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형성시킨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투자업계 회사 숫자가 갈수록 늘면 늘었지 줄지 않는 것은 겸업화 없이 해 볼만 하다는 반증일 수 있고 매물로 나온 보험사 인수에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 또한 여러모로 음미해 볼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내년이면 방카슈랑스 시행 10주년을 맞지만 로드맵대로 확대하지 못하는 등 업권별 보호장벽이 오히려 강화되는 과정에서 지주사를 통한 겸업화는 불가능해지고 M&A만 남게 된 상황을 언급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 정책·감독방향서 ‘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운용전략 실종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금융투자, 보험, 카드 등 은행계 금융그룹 자회사가 해당 권역 상위사에 랭크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도 은행계 금융그룹 사업구조가 기형적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국제적 움직임과 더불어 국내 정책당국에게서 겸업화 정책방향이 실종된 데서도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은행계 지주사 또는 국내은행에 대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향후 정책 또는 감독방향에 대한 언급을 보면 금융 권역 전반에 걸친 구조적 발전방안은 구체적 언급이 없는 대신 △위험흡수를 포함한 리스크 관리 △부실감축 유도 △가계부채 연착륙으로 시장 안정 등이 집중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회사 또는 범위를 넓히더라도 건전성관리에 정책의 무게가 쏠리고 다른 거시 경제목표에 공조하는 모양새가 강조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는 새 금융산업 내 그룹 또는 권역간 현안을 총망라해서 대한민국 핵심 미래성장동력으로 삼도록 하겠다던 현 정부 전반기 청사진 또한 실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대목에서 시간을 5년 정도 거슬러 은행권을 대상으로 열린 어느 세미나에서 제기된 전략방안 하나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당시 민간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대한민국 금융산업 중장기 발정방안으로 소수의 견인차와 다수의 허리로 중층화된 플레이어들이 선의의 경쟁과 협력 속에 나라 경제의 선진화에 견인차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지목된 소수의 견인차 가운데 첫손 꼽혔던 주체가 은행 중심 금융그룹이었다. 그런데 요즘 은행지주회사들의 현재 위상은 견인차 역할엔 미흡하기 짝이 없고 은행그룹에 이어 견인차 몫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험사 중심 금융그룹이나 금융투자사 중심 금융그룹은 가시적 출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그룹화 모델은 유효성을 상실한 것인가? 아니면 정책 당국과 금융계가 방향을 잃고 헤매느라 금융산업 발전의 기반 유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인가? 추적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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