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수익’ 가맹점 수수료 비중 갈수록 하락세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수익 8조 4910억원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는 51.9%(4조 4122억원)에 달했다. 이를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표 참조> 일례로 지난 2010년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명목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7조 1948억원으로 전체 카드수익 11조 8270억원 중 60.8%를 차지했다. 불과 2년 6개월 만에 가맹점 수수료 수익비중이 8.9%나 줄어든 것이다.
다만 카드 신용판매 실적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이용실적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도 소폭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 가맹점 카드수수료 수익은 4조 41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956억원 보다 3166억원 늘었다.
이와 관련 여신금융협회 최현 카드부장은 “지난 2003년 유동화 위기로 카드대란을 겪고 난 직후 카드사들이 리스크가 큰 카드대출 보다 안정적인 신용판매 위주로 영업방식을 전환하면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한 거센 압력 때문에 몇 차례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지난해부터 수익비중이 급락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카드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2000년 11.2%에서 증가세를 보여 유동성 위기로 카드 대란을 겪은 2003년 27.9%에 달했다가 이후 증가 폭이 커지면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60%대를 유지했었다.
반대로 이 기간 동안 현금서비스 수수료와 카드론 수익 등 대출관련 수익은 2000년 57.9%에서 2003년 48.9%로 감소한 데 이어 2007년(19.1%) 20%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 2010년에는 17.3%에 그쳤다. 카드 대란의 원인이 된 현금서비스, 카드론 영업 비중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경영에 위기를 느낀 카드사들이 보험판매 등 부대사업 부문을 강화하면서 카드수익 구조가 바뀌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카드사의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나 카드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보험상품 대리판매, 여행 알선 등 카드사들의 부대사업 수익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카드슈랑스, 여행판매, 통신판매 등으로 1조 5076억원(17.7%)의 수익을 거둬들여 카드수익에서 부대사업의 수익비중이 전년 동기 16.0%(1조 2466억원) 보다 1.7%p 늘었다. 최현 부장은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대출규제로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카드사들이 새로운 사업 찾기에 골몰하면서 부대사업 부문의 역량을 크게 강화해 수익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연말까지 1100억원 수익 감소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카드수익의 절반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앞으로도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 1일부터 전국 179만개 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8%에서 1.5%로 낮췄다.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카드 수수료율이 논란이 된 이후 금융 당국과 카드업계가 새로 마련한 수수료율을 지난 9월 1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현 여신금융협회 카드부장은 “수수료율 인하는 당초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카드업계가 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앞당겨 시행했다”고 말했다.
새 수수료 체계의 도입으로 전체 가맹점(242만개)의 74%에 이르는 179만개의 가맹점이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보게 됐다. 이로 인해 7개 전업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올해 말까지 4개월 동안 11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내년부터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일방가맹점으로 확대 시행하게 됨에 따라 연간 8739억원 이상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비씨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 4140억원으로 전년 동기(6338억)의 2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매매이익(7092억원)과 신한카드의 비자카드 주식매매이익(989억원) 등 8081억원에 이르는 일회성 수익과 대손비용 감소가 원인이다.
이러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37% 감소한 398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표 참조>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대형마트, 백화점과 같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여 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보전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카드사 임원은 “현재 실무 선에서 각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며 말한 뒤 “하지만 대형가맹점에 섣불리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 당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금융당국은 직접 나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횡포에 엄정 대응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수수료 계약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권 원장의 엄포성 발언이 내심 반갑다. 대형 마트 등 슈퍼 갑인 대형 가맹점을 찾아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우리 죽게 생겼다”고 협상 카드를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들이 금감원이 내리는 공문이 반갑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미소를 띠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 취지에 따르지 않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공정위 등에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 책정 자체가 기업 간의 개별 계약 사안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이 같은 개입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수수료 체계 변경은 한 달 전에 바뀐 수수료율을 통보하기만 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대형가맹점들이 맺고 있는 특약은 예외다.
양측의 동의 없이 약관 내용을 변경하게 되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대형가맹점은 이를 근거로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맺은 특약에 대해서는 당국이 일방적으로 자율성을 훼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칫하다가는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만 인하하고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지금 상태로 그대로 갈 수 있어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이럴 경우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비중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할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상황이다.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기존 부대사업 확장은 물론 신규 사업 진출에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박성업 여신금융협회 홍보부장은 “지금 당장은 카드사들이 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부대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새로운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상반기 전업 카드사들 순이익 현황 비교 〉
* 일회성 수익 및 대손비용 감소 요인 감안 시
〈 신용카드 분기별 가맹점 수수료 수익 추이 〉
(단위 : 백만원)
(자료 :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